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가 지난해말 인터넷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백억 투입해 만든 회사 1억원에 매각**
이재용씨는 지난 2000년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삼성그룹 후계자로서의 경영능력 입증 차원에서 '가치네트'라는 인터넷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금융재테크 포털사이트 '웰시아'를 간판사업로 하는 이 회사에 이 상무보는 2백억원의 자본금을 투입했다.
당시 세계를 강타하던 인터넷 붐에 따라 모든 사업을 e-비즈니스화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출발한 이 회사는 그러나 그해 5월을 정점으로 IT(정보통신) 거품이 꺼지면서 쇠락을 거듭했다.
가치네트는 설립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해 지난해 3.4분기까지 매출 26억원에, 순손실만 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6개월간 구조조정 작업을 해왔지만 상황이 돌이킬 수 없게 되자, 삼성그룹은 지난 연말 증권전문포털사이트 팍스넷에 '웰시아'를 넘겼다. 웰시아의 매각으로 금융포털의 간판을 내리게 된 '가치네트'는 사실상 서류상의 회사로만 남게 됐다.
***삼성이 자존심 꺾고 SK에 계열사를 판 내막은?**
재계에서 더욱 쇼크로 받아들이는 대목은 삼성이 서둘러 웰시아를 판 팍스넥이 다름아닌 SK그룹의 자회사라는 점이다.
팍스넷은 SK텔레콤이 금융포털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해말 지분 67.5%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증권 전문 포털사이트로, SK커뮤니케이션즈 전략본부장 출신인 김홍준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웰시아가 비록 거대 삼성그룹의 일개 사업부문에 불과하지만 SK텔레콤의 자회사인 팍스넷에 매각했다는 점에서 놀라워 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SK그룹에 자존심을 꺾은 게 아니냐는 의미에서다.
매각금액도 단돈 1억원이라는 헐값 수준이어서, 삼성그룹이 자존심이나 손익계산 차원을 뛰어넘는 모종의 이유에서 서둘러 청산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재용씨 보호전략의 일환이 아니겠느냐"는 의미있는 해석을 했다. 그는 "인터넷 사업이 삼성이 손을 댄 사업 가운데 완전한 실패작으로 끝난 드문 사례이긴 하나, 체면 때문에 이 사업을 계속 붙잡고 있을 경우 정권교체기라는 예민한 시점에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이재용 상무보에 대한 경영책임론이 제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삼성, "e-비즈니스는 이재용씨와 무관" 해명**
이같은 분석에 대한 삼성측 해명은 다르다. 가치네트를 포함, 삼성그룹의 모든 인터넷사업을 총괄해온 지주회사 e-삼성은 이미 지난해 중반 각 계열사에 지분을 매각하는 형식을 빌어 해체됐다.
삼성 인터넷 사업 관계자는 9일 이와 관련, "e-삼성 지주회사가 태동할 당시 이재용씨는 미국 유학중이어서 사실 사재만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인터넷사업 매각이 이 상무보의 경영능력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당시 벤처열풍이 불고 있어 잘 될 것으로 생각해 이재용씨가 직접 관여하는 것처럼 알려졌으나 적극 부인하지 않은 것이 실수"라며 이 상무보가 무관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 일각에서는 주말로 예정된 그룹인사에서 이재용 상무보가 승진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최근의 재벌개혁 기류에 대단히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삼성의 직제상 상무보가 상무로 승진하는 데 평균 3년이 걸리는 점을 들어 이재용씨를 승진시킬 경우 '특별승진'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도 허위공시 논란에 휩싸여**
한편 이같은 웰시아 매각에 따른 논란 과정에 SK텔레콤도 웰시아닷컴 인수 관련 보도를 공식부인한 지 2개월도 안돼 7일 이를 인정해 허위공시 논란을 빚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5일 웰시아닷컴 인수보도가 나오자 "사실무근"이라고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인수·합병, 자산양수·도 등에 관한 공시는 3개월내 번복하면 공시위반에 해당한다. SK텔레콤의 경우 자회사인 팍스넷을 통해 우회적으로 인수한 만큼 공시위반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투자자를 속인 도덕적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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