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강원도 강릉 과학단지에서 실증 사업 중이던 수소 저장 탱크가 폭발해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수소 저장 탱크는 태양광으로 발생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된 수소를 저장했다가 수소 연료 전지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탱크에 저장됐던 수소는 수소 연료 전지를 통해 다시 전기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복수의 기사와 뉴스는 수소자동차에 실리는 수소 저장 탱크와 다르게, 폭발한 수소 저장 탱크는 철제이고 용접 이음매 부위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폭발한 수소 저장 탱크는 4만 리터 대용량으로 부피가 크기 때문에 이음매가 있고 약 12기압의 저압 탱크인데 반해, 수소자동차용 탱크는 약 700기압이고 용량이 52리터이므로 이음매가 없고 훨씬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소저장 탱크에서 7km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 굉음이 들렸고, 3기의 탱크 중 먼저 폭발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탱크의 잔해는 200여 미터 떨어진 땅에 처박혀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근처 건물의 창문은 산산조각 났고, 수십 미터 떨어진 건물도 철골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지붕과 벽체가 무너져 내렸다. 가스보다 수소가 안전하다는 이상한 소문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수소의 폭발력을 눈으로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다.
우주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기체가 수소이지만, 지구상에 상온으로 존재하는 수소는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우리가 수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소 원자를 포함한 물질에서 수소를 추출해야 한다. 그런데 강릉의 실증단지처럼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은 아직 보편적인 기술이 아니다. 수소를 얻는 방법은 철강산업이나 석유·화학제조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 수소, 천연가스(도시가스, 메탄)를 개질(추출)해서 만든 추출 수소, 그리고 물을 분해해서 만드는 수전해 수소 등이 있고, 외국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방법도 있다.
사고가 발생한 수전해 방식 수소공급은 2022년까지 상용화 계획이 없고 2030년 즈음 상업화 할 수 있으리라 예정되는, 아직은 '미비한' 혹은 '최첨단'의 기술이다. 아직 검증이 안 된 기술이고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수소저장 탱크의 압력이 너무 증가해서 탱크가 압력을 이기지 못한 것인지, 안전 규제가 제대로 없어 설치가 잘 못 된 것인지, 분해되었던 산소가 수소탱크로 유입되었는지 등 정확한 폭발의 원인은 며칠 후에야 발표되겠지만,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기에 안전하다는 유언비어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가 폭발의 위험이 아주 크지만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인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수소 경제에 빨간불이 켜져서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 경제, 수소 사회를 만들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안전의 문제만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17일 발표한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2018년 1800대(내수 900대)인 수소차를 3년 후인 2022년에 8만1000대(내수 6만7000대)로 확대하고, 14개소인 수소충전소를 310개소로 늘린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같은 계획에 따르면 이를 위해 2022년에 연간 47만 톤의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부생 수소 약 5만 톤을 제외한 대부분 수소는 천연가스인 메탄으로부터 추출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도시가스의 재료이기도 한 메탄에서 수소를 추출해 40만 톤 이상의 수소를 공급하기 위한 추출 설비는 어떤 규모로 몇 군데 지역에 언제까지 설치해야 하며, 이를 위해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까? 그리고 이만한 양을 추출하기 위해 필요한 가스의 양은 얼마이며, 그 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은 현 국제 정세 하에서 가능한가? 이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답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즉 2022년에 공급 예정인 수소의 양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근거 자료가 드러나지 않았다. 2040년의 계획은 비전이거나 목표일 수 있으나, 3년 후인 2022년의 수소 로드맵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아직은 부족하다. 2022년까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면 장기적인 목표는 더욱 불가능하지 않을까?
더불어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수소의 공급가격 문제도 있다. 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연료전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도시가스 요금을 인하해주는 제도(발전용 연료전지 전용요금제)가 5월 신설되었지만, 여전히 실효성은 의문이다. 천연가스를 원재료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공급단가가 낮아지기도 쉽지 않겠지만, 에너지 효율 면에서 도시가스와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불확실하다.
더 중요하면서도 필자가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지점은 에너지 효율성이다. 수소를 연료로 정의하고, 수소를 사용해 수송과 발전원으로 이용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면에서 긍정적인가? 즉, 수소를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에너지와그로 공급된 수소를 사용한 수송과 발전 두 분야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고려했을 때 얼마만큼의 이득이 있는가, 그리고 수소 연료 전지 발전소 효율과 운영관리 면(가동시간 및 설비 운영)에서 에너지 효율이 유효한 의미를 갖는가 라는 문제가 있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냐는 문제는 경제학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대한 답도 명확하게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데이터가 필요할텐데, 과학 기술자와 경제학자들이 좀 나서 줬으면 좋겠다. 열심히 계산해서 시원하게 답을 해주면 좋겠다.
백번 양보해 에너지 효율이 낮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수소가 정말 친환경 에너지라면 괜찮지 않을까? 이것이 실질적으로 수소 경제를 지지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주요 질문이다. 단지 수소가 산화된(산소와 결합한) 이후 발생하는 부산물이 물(수증기)뿐이라서 친환경 에너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소는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기체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투입해 만들어야 하는 물질이다. 심지어 수전해의 경우 1차 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한 2차 에너지인 전기 에너지를 다시 사용해서 수소를 생산한다. 그리고 그 수소를 수소 연료 전지에 넣어 전기를 생산한다. 그 과정에서 온실 기체 발생량은 어떠한지, 탄소저감 효과는 기존 수송과 발전 분야와 비교해 얼마나 긍정적인지에 대해 판단해야 할 지점에 와 있다. 수소를 사용함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거나 탄소저감 효과가 현재 석유나 가스연료를 사용할 때와 별 차이가 없다면 수소 경제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극단적으로 만약 수소를 발생시키기 위해 소형 핵발전소를 여기저기 도시마다 설치한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런 상황이면 수소 연료 전지 발전은 가스 발전보다 못하거나, 좋게 해석해도 비슷하고, 어쩌면 핵발전의 다른 이름이 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수소 충전소나 수소 연료 발전소를 지었던 곳들에는 그곳의 환경과 상황 등 맥락이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수소 경제가 도입되는 한국적 맥락도 있을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 그 맥락에서 주요한 키워드라면, 지금 상황으로는 그 내용과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수소의 탄소저감 효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면에서 기술 혁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그 근거를 밝히고 국민에게 정당성을 확보하기 바란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에 수소 경제가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수소 경제가 어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잠시 멈추어 수소 경제를 돌아봐야 한다. 수소 기술을 점검하고 과학 기술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정책적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고 시민을 설득하기 위한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재생 에너지는 물론, 산업 부분의 다양한 에너지 전환 정책들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소 경제는 훗날 실패한 정책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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