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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는 '에너지 전환'과 양립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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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는 '에너지 전환'과 양립할 수 있나?

[초록發光] 文 정부 '수소경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수소경제를 향한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로드맵 발표에 이어 2월에는 '규제 샌드박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하는 제도) 승인 첫 사례로 도심 지역 수소충전소 설치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세계 최초로 국회에 들어선 수소 충전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국회에 들어설 충전소는 동시에 수소 충전소에 대한 "국민 불안감도 해소"시켜 줄 것이라고 한다. 초당적 메머드 포럼을 열 정도로 여야 의원 모두 하나가 되어 수소경제를 지원하고 있다고 하니 충전소에 의원 차량 운전사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도 곧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하고 핵심부품 99%를 국산화한 우리이기에 국내에서 수소차 보급에 속도를 내어 세계 시장 선점을 노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리고 수소차에 필요한 수소 연료 생산, 저장, 운반 기술 확보를 위해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작성은 필요했다.

그런데 이렇게 수소차 보급이 수소경제 로드맵의 중심이 되다보니 세부 계획 내용이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과 충돌하기도 한다. 수소차 양산 기술이나 연료전지 기술면에서는 국내 기술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수소차 연료인 수소 생산은 현재 국내 기술 수준으로는 당분간 석유화학단지에서 나오는 부생수소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정부도 2022년 수소 생산을 첫 번째로 부생수소에 의존하고 두 번째로 LNG 공급망에 추출기를 설치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 세 번째로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이용하여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을 제시해두고 있다. 수소 공급은 수소차 보급이 백만 단위 수준으로 늘어나는 2040년에는 위의 세 가지 방안 이외에 해외 생산에 의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즉. 해외 재생에너지, 갈탄 등을 이용한 수소 생산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들 수소 공급 계획에 따르면, 수소차 연료 공급을 위해 부생수소, LNG, 해외 갈탄 등 화석 연료 의존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3020 재생에너지 계획으로는 증가하는 수소차에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깨끗한" 수소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요 관리와 효율화,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화석 연료, 탄소 의존도를 낮추자는 에너지 전환의 정책 목표가 수소차 기술 선점 목표에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모순은 수소차 연료인 수소가 전기나 석유와 같은 1차 에너지가 아니라 에너지원을 이용해 생산해야만 하는 2차 에너지이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수소차 중심의 수소경제 로드맵을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인가? 수소차 보급의 확대 역시 수소 생산에 들어가는 화석 에너지 수요 감축의 관점에서 계획되어야 할 것이고 수소 경제 로드맵에도 이런 관점이 반영되어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 계획된 유럽 수소 로드맵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고 있다. 2월11일에 발표된 '수소로드맵 유럽' 보고서는 "수소는 유럽의 에너지 전환에 필요하다"는 비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소가 재생에너지를 가스로 전환하여 저장하고 운송 가능하도록 만들어 줌으로써 대규모 단위로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시스템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수소로드맵에서 수소의 중요한 역할은 저장 매체로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에서 발생하는 변동성에 균형을 맞추어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생산된 재생 전력을 유용한 형태로 전환시킬 수 있고 이를 저장하고 최종 소비자가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현재의 배터리 저장과 달리 수소를 이용한 저장은 장기간 지속될 수 있고 이렇게 저장된 수소는 가스망에서 이용될 수도 있다. 수소의 이동성은 지열과 풍력 자원이 풍부한 북유럽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이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고 보았다. 즉,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시스템 전환을 촉진하는 관점에서 수소 기능을 정의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의 기술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운송 부문과 관련해서는 전기 이용면에서 비용이 높고 배터리 충전 속도가 낮아 차량 이용에 불편을 겪는 트럭, 버스, 선박과 열차와 같은 대형 차량 연료의 탈탄소화를 위해 수소를 활용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배터리나 내연기관에 비해 연료 전지에 들어가는 원료 물질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수소를 이용하는 연료전지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낮춘다는 점에서 수소차량 보급 계획을 수립해두었다. 전환의 관점이 로드맵의 내용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수소경제 계획과 관련하여 수소 운송, 공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 관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들도 또한 존재한다. 수소의 수송 효율성을 위해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하거나 액화해서 액체 수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운송 용기인 금속 표면에 반응을 일으켜 용기 강도가 약화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LNG 공급망을 이용해서 수소 공급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금속재 가스관을 사용하게 되면 가스관 수명이 짧아지고 교체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도 있지만 현재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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