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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팀 다시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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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팀 다시 짜야

[데스크 칼럼]취임 1백일에 앞서 대통령이 할 일

지금부터 5년전인 1998년 5월18일의 일이다. 김대중정부가 출범한 지 채 석달도 안되던 날이었다.

이날 김대중대통령은 6명의 청와대 수석 가운데 절반인 3명을 전격교체했다. 김태동 경제수석을 강봉균 정책기획수석과 맞바꿔 버리고, 문희상 정무수석을 이강래 안기부 기조실장과 맞바꿨다. 경제수석, 정무수석, 정책기획수석, 안기부 기조실장이라는 권력의 핵심 요직을 재편한 것이다.

말이 자리 맞바꿈이지, 실제로는 실무능력 부족 등으로 문제를 야기해온 기존 경제수석과 정무수석에 대한 인책성 인사였다. 단지 기존 경제수석과 정무수석의 체면을 생각해 맞바꿈의 형식을 빌은 측면이 강했다.

김대통령은 평소 "일단 기용하면 가능한 한 교체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절박하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언론은 "인재기용이 졸속으로 이뤄졌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그러나 자리를 맞바꾼 인사로 정책혼선, 팀워크 결여, 조정력 부족, 조직장악 미흡 등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지는 의문"이라고 비아냥댔다.

이같은 조소에도 불구하고 그후 김대중정부의 초기 경제팀은 '강팀'으로 평가받았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강봉균 경제수석으로 이어지는 '3각 체제'는 고도의 팀웍 플레이를 바탕으로 IMF사태직후 붕괴된 경제시스템을 복원시켜냈고,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상당수 부실 기업과 금융기관을 솎아내는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기대와 달리 등판후 콘트롤 난조를 보인 '선발투수'를 신속히 교체한 데 따른 성과였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안믿는 상황**

지금 경제가 심상치 않다.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심상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위기'다. 수출, 내수, 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에 예외없이 적신호가 켜졌을 뿐 아니라, 숫자로 나타나기 이미 오래 전부터 피부로 느끼는 실물경제의 위기감은 "IMF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는 비명이 터져나올 정도로 심각했다.

경제는 나빠질 수도 있는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경우는 그러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불신'이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작금의 심각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우리경제가 직면한 최대문제점은 '시장의 불신'이다. 정부로 아무리 대책을 쏟아내 놓아도, 누구도 정부 말을 믿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카드대책도 그렇고, 아파트투기 대책도 그렇고, 노사문제도 그렇다. 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내놓아도 시장에서도 '정부에게 정말 그럴 생각이 있냐' '내일은 또 어떤 다른 소리를 할까'라고 불신하고 있다.

아파트투기 대책만 해도 그러하다. 올 들어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10여차례 대책을 내놓으며 '이번에는 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그때마다 투기가 가능한 구멍을 뚫어줌으로써 도리어 투기를 부채질한 꼴이 됐다. 정부가 내수경기 침체를 우려해 구멍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이러니 누가 정부대책에 겁을 먹겠으며, 어떻게 투기가 잡히겠는가."

이 관계자는 "이렇게 경제가 엉망이 되도록 가만히들 손놓고 있을 바에는 왜들 내로라 하는 인사들이 청와대에 들어가고 금감위에들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세간에 팽배해 있는 정책불신과 냉소주의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결코 경제는 좋아지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은행 노조가 합병에 반대해 파업하겠다고 하니 업무와 무관한 민정수석이 당장 만나겠다고 하고, 이런 무정부 상태가 어디 있냐"며 "DJ정부때 이런 식이었다면 합병은커녕 자그마한 지방은행 하나도 문을 닫지 못했을 것"이라고 냉소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의 한 교수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과연 지금 정부내에 경제를 책임지는 중심이 있는지조차가 의문스럽다. 누구도 '내가 책임지겠다'며 소신껏 일을 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문제가 터져 여론이 들끓고 대통령이 한 마디 해야만 대책회의를 여느니, 현장에 나가 보느니 부산을 떠는 모습들만 보여줄 뿐이다.

지금 일부 경제학과 교수들 사이에는 이런 얘기까지 나돈다. '노대통령 재임기간에 환율이 2천원까지 갈 것이다.' 환율 2천원은 IMF이후 가장 상황이 나빴을 때 환율이다. 한마디로 말해 나라가 한번 더 망할 것 같다는 얘기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겠냐만은 문제는 이런 얘기가 나돌 정도로 현 경제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더이상 늦기 전에 노대통령이 특단을 내려야 할 때다."

***"취임 1백일도 안지났는데 어떻게?"**

청와대도 작금의 심각한 민심 이탈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취임 1백일에 즈음해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인 50%대에 머물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 1백일을 앞두고 가장 부담스런 대목은 이러다가 취임 1백일을 맞아 언론사들이 행할 여론조사결과가 50% 아래로 나오는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솔직히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취임직후에 비해 30%포인트이상 지지도가 급락한 원인은 대단히 다종다양하나, 그 뿌리가 '경제'에 있다는 데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고 따라서 모종의 '특단'이 필요하다는 것에서도 일치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각료나 비서를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 "취임 1백일도 안지났는데 어떻게? 2백일쯤 지났다면 모르겠으나..."라고 말을 흐렸다. 문제점은 잘 인식하고 있으나 조금 빠른 게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적잖이 체면을 의식하는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장관들과 최소한 1~2년을 함께 가겠다"는 종전의 발언에 얽매일 때가 아니다. '잃어버린 신뢰'를 찾기 위해선 초기의 어수선한 진영을 전면재편해야 할 때다. 5년전 이때 전임대통령이 했던 고민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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