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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노릇도 힘들어 못해먹겠다"

[데스크 칼럼] 盧, 국민에게 '코드'를 맞춰라

노무현 대통령의 "이러다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는 발언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대통령이 요즘 얼마나 힘들어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을 접한 많은 국민은 대통령 못지않게 힘들어 하는 분위기다. 노대통령의 발언을 접한 한 시민은 "대통령도 힘들겠지만 요즘 정말 '국민 노릇'도 힘들어 못해 먹겠다"고 냉랭히 말했다.

'국민 노릇'의 기본은 제 자리에서 성실히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제 자리에서 성실히 일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국민들 사이에서 '국민 노릇' 하기가 힘들다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을까.

***한국은 지금 '아파트 투기공화국'**

국민의 가장 큰 바람은 성실히 일한 사람이 제대로 보상을 받고, 인정을 받는 사회 건설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가장 큰 바람도 바로 이런 것이다. 하지만 이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바람이 지금 밑둥채 흔들리고 있다. 비근한 예를 들어보자.

지금 아파트값이 전국적으로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잡는 시늉'만 할뿐 경기부양 차원에서 아파트값 폭등을 방치하고 있는 느낌이다. 올 들어 정부가 10여차례 투기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책이 나올수록 아파트값이 폭등을 거듭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실제로 정부는 "아파트투기를 막기 위해선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시키고, 부동산과표를 현실화해 1가구2주택이상 보유자들에게 중과세하며, 금리인하같은 투기심리 조장책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현장 전문가들의 지적을 애써 못들은 척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분양권 전매금지 대상에서 제외된 조합원들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주상복합아파트나 파주-평택 신도시 개발지, 부산 등 광역도시 등으로 투기자금이 몰려들어 아파트값이 연일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지난 2001년 하반기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2년간 '제4차 부동산 폭등기'를 맞고 있다.

1차 폭등기는 74~79의 박정희 정권말기로, 이 기간중 부동산값은 연평균 28.3%가 올랐다.
2차 폭등기는 83~84년의 전두환 정권 중반기로, 연평균 15.9%가 올랐다.
3차 폭등기는 87~90년의 노태우 정권 집권기로, 연평균 23.7%가 올랐다.
그리고 DJ정부 말기인 2001년 하반기부터 노무현정부 초기인 지금까지 4차 폭등기를 맞고 있다.

불과 2년사이에 아파트값이 배나 뛴 상승률을 볼 때 지금 4차 폭등기가 가장 '악성(惡性)'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요즘같은 불경기에 건설경기까지 죽었다가는 큰 일 난다"며 아파트값 폭등을 방치하고 있다. 작금의 현실은 한 네티즌의 표현대로 '아파트 투기 공화국'이다.

이같은 아파트값 폭등의 최대 희생자는 그날그날 성실히 살아가는 다수 국민이다. 아무리 성실히 일해 개미처럼 돈을 모아본들 널뛰는 집값을 따라가기란 역부족이다. 아무리 파업을 하고 죽자사자 싸워 임금 몇 퍼센트를 올려봤자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이 투기판에 뛰어들지 않는 한, 자력으로 정직하게 집 장만하기란 꿈도 꾸기 힘들어진 게 작금의 참담한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 말만 믿고 성실한 '국민 노릇' 하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잃어버린 낭만을 찾아서?**

21일 노대통령과 만찬을 한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 3당대표는 2차로 강남 호화 룸살롱을 찾아 질펀하게 2차를 즐겼다. 젊은 여급들을 옆에 앉혀 놓고 발렌타인 17년산으로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며 신명나게 노래를 뽑기도 했다. 이 자리를 만든 대의명분은 "정치권의 잃어버린 낭만을 찾아서"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국민들은 또한번 허탈해졌다. 얼마 전에 한나라당 홍준표의원이 "경제가 나빠져야 야당이 산다"는 말을 해 국민속을 뒤엎어놓더니, 이번에는 여야정당 대표라는 분들이 또한차례 국민속을 뒤집어놓은 양상이다.

신용불량자가 3백만명을 넘어섰고, 며칠 전에는 신용카드 빚에 몰린 대학생 3명이 동반자살을 하기도 했으며, 젊은이들은 사상최악의 청년실업으로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마당에 정치권 지도자라는 이들이 보여준 행태라는 게 질펀한 룸살롱 행각이니 당연한 반응이다. 이러고도 백주대낮에는 "민생 걱정" "경제 걱정"이란 단어를 누구보다 많이 쓰는 이들이, 바로 이들 여야지도자다. 이들 여야대표는 이날 룸살롱에서 "정치권의 잃어버린 낭만"을 찾았는지 모르나, 국민들은 "절망"을 또한차례 확인했을 뿐이다.

얼마 전 국세청이 연간 1조9천억원이나 되는 룸살롱-골프장 접대비를 폐지하려 했을 때 국민들은 환호했다. "이제 뭔가 제대로 돌아가려는가 보다" 하고 기대가 참 컸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언론 등 '피(被)접대층'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내수경기 침체 우려"를 명분으로 이를 저지시켰고, 청와대는 이를 추인했다.

그리고 얼마 뒤 여야 지도부는 보란듯이 룸살롱을 찾아 수입양주를 들이키며 "잃어버린 낭만" 운운하고 있으니, 국민들 사이에서 "국민 노릇 하기 힘들다"는 탄식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국민에게 '코드'를 맞춰야**

노무현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는 "국민이 대통령"이다. 그런데 지금 정작 국민들은 극도의 소외감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많은 장관들 중에 단 두명에게만 '부총리'라는 직함이 따라다닌다. 재정경제부 장관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그들이다. 이들에게만 부총리 직함이 붙은 것은 이들이 맡고 있는 경제와 교육이 그만큼 한나라의 근간이 되는 주요사안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민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경제와 교육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은 경제와 교육에서 그 어떤 비전도, 희망도 찾지 못하고 있다. 나날이 절망감만 깊어가고 있을뿐이다. 이런 마당에 정치 개혁, 신당 창당 운운은 국민 귀에 잡음일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직 못해먹겠다"고 말하기 이전에, 왜 지금 국민들이 "국민 노릇도 힘들어 못해먹겠다"고 말하는지부터 챙겨야 한다. 즉 국민에게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대통령이 먼저 국민에게 코드를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실천하는 길이자, 당면한 유일한 위기돌파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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