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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특검보의 눈물과 '민족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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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특검보의 눈물과 '민족 신뢰'

[데스크 칼럼] 5.18 23주년에 김 특검보가 던진 화두

16일 밤 TV뉴스를 본 사람들은 김종훈 특검보의 눈물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했을성 싶다.

특검 수사팀의 대변인을 겸하고 있는 김특검보는 이날 오전 대북송금 의혹사건 관련 수사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최근 일부언론 보도의 문제를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앞에는 갈라진 국민 여론이 있고, 정파간 갈등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자. 일부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연결된 게 아니지 않은가. 갈라진... 또다른 상대인 북이 있지 않은가..."

그는 말을 하던 중 갑자기 목이 메어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일부 언론이 남북정상회담 하루전 2억달러가 북한 노동당 모 계좌로 입금됐다는 등의 보도를 해 가뜩이나 불안정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운 심정의 토로였다.

이날 김 특검보가 흘린 눈물은 한 개인의 눈물이 아닌 '우리 시대의 눈물'이었고 '무언의 절규'였다.

***대북고립 작전은 진행중**

지금 우리 사회는 전후 최대의 혼란기를 맞고 있다. 특히 남북문제에 있어서 그러하다.

노무현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노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해 쏟아놓고 있는 일련의 발언을 종합해볼 때, 노대통령은 일단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고립 포위전략에 동조키로 한 분위기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오는 23일 예정된 조지 W.부시 미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간 '미-일정상회담', 이달말로 예정된 부시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간 '미-중 정상회담' 및 부시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간 '미-러 정상회담', 오는 6월6일로 예정된 노무현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총리간 '한-일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대북고립 포위전략의 큰 틀이 완성돼, 늦어도 6월 중순부터는 대북 해상봉쇄 및 경제제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그동안 중국이 가장 큰 변수였으나 북핵을 방치할 경우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아래 북핵문제를 유엔으로 끌고가지 않는다는 미국의 약속을 받고 미국의 대북봉쇄 전략을 눈감아주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주며 "북한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의 전언대로 상황이 전개돼 나가면 북한은 말 그대로 '벼랑끝 위기'에 몰리게 되면서, 모종의 선택을 해야할 상황이 될 전망이다. 노대통령은 최근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라크전을 보면서 미국의 군사력에 겁을 먹었고, 이런 요소는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고 말함으로써 대북고립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하면 답은 대단히 어려워진다. 미국 매파들의 주장대로 '북폭'을 허용할 것인가.

***전쟁발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안전판 '남북 신뢰'**

물론 노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에 결사코 반대할 것이다. 이는 방미기간중 나온 노대통령의 발언들을 살펴봐도 일관된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 현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대북 해상봉쇄 등의 과정에 돌발할지도 모를 군사적 충돌이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전쟁 발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안전판이 다름아닌 '남북 신뢰'다. DJ정권시절 국내외 보수세력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DJ가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던 것도 바로 이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민족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잉해석일까.

많은이들이 노대통령이 택한 '전술적 선택'의 불가피성을 이해하려 애쓰면서도, 이 과정에 지난 5년간 어렵게 쌓아온 '남북 신뢰'가 밑둥채 붕괴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6.15선언으로 대표되는 남북 신뢰가 붕괴될 경우 남북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의 길은 그만큼 멀어지며, 민족생존까지도 위태로와질 수 있기 때문이다.

5.18 민주화운동 23주년을 맞아 18일 광주 운정동 국립 5.18묘지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인사들이 대거 참배할 예정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광주의 영령들과 진심으로 대화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과연 무엇이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인가를.

아울러 김종훈 특검보의 눈물과 그의 비통한 절규도 함께 생각해보길 기대한다.

"이번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자. 일부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연결된 게 아니지 않은가. 갈라진... 또다른 상대인 북이 있지 않은가..."

여야 정치인들이 김 특검보만큼만 고민한다면, 전후 최대 혼란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은 분명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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