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룸살롱 접대비만 아껴도 16만 결식아동을 도울 수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룸살롱 접대비만 아껴도 16만 결식아동을 도울 수 있다"

[데스크 칼럼]향락성 접대비를 없애야 하는 또하나의 이유

"집에서 술을 즐기는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수입양주의 90%가 룸살롱에서 소비되고 있다. 룸살롱을 뚫지 못하면 이 장사는 끝이다. 마담이 손님에게 '이 술 한번 드셔보세요'라고 권하게끔 만드는 게 관건이다."

다섯종류의 유명 고급 위스키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모 양주수입업체 임원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나라에서는 룸살롱이 수입양주의 최대소비처다. 특히 강남 룸살롱이 그러하다. 업계에 따르면, 위스키 소비량의 절반이상이 서울에서 판매되고, 특히 강남지역이 서울 판매량의 60~70%를 소화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강남 룸살롱을 뚫느냐 못 뚫느냐에 양주수입업체의 사활이 걸려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룸살롱을 뚫기 위해 양주수입업체는 룸살롱을 상대로 필사적인 로비전을 펴고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룸살롱 인테리어까지 해줄 정도다.

***연간 1조원대 양주수입하는 세계위스키업계의 '희망봉'**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위스키와 와인 등 양주 수입액은 3억9천2백만달러(우리돈 약 4천8백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20.2%나 급증한 수치였다. 경기가 불황이라고 난리이나 양주 소비만은 불황과 무관했던 셈이다. 특히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 12월에는 양주수입액이 4천3백만달러에 달해 전년동기보다 무려 45.4%나 늘었다.

물론 올 들어 불황이 심화되면서 양주 수입에도 제동이 걸렸다. 1.4분기의 양주수입은 전년동기보다 1.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피부과 매출이 전년동기 절반수준으로 격감하고, 백화점 매출도 두자리 숫자나 격감한 대목 등과 비교하면 아직 양주시장은 건재한 편이다.

이같은 양주 완제품 수입외에다 국내 각 양주 제조업체가 1백% 전량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위스키 원액의 수입액까지 합하면, 연간 주류수입액은 1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고객들의 취향이 나날이 고급화해, 슈퍼프리미엄급 최고급 위스키인 밸런타인 17년산의 경우 지난해 생산한 16만병 가운데 35%에 달하는 6만병을 한국에서 수입하다 마실 정도다. 위스키 본고장인 영국이나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 숙성기간 6년짜리이며, 17년산은 극소수 상류층에서나 찾는 최고급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의 양주소비 문화가 얼마나 기형적인가를 잘 알 수 있다.

이같은 우리나라의 병적인 고급양주 선호에 대한 국제사회의 눈총도 따가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해 11월 "한국이 지난해 2억5천6백만달러어치의 스카치 위스키를 수입해 전년 대비 20%의 신장세를 보였다"며 "한국은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위스키업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뜨거운 시장'이다"라고 비아냥댔을 정도다.

***룸살롱 접대비 연간 1조3천억원**

문제는 이처럼 세계적 비아냥거리인 광적인 양주 소비의 주역이 다름아닌 '접대용 법인카드'라는 데 있다. 제 돈 내고 한병당 수십만원씩 하는 고급양주를 폭탄주 만들어 벌컥벌컥 마실 이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법인세법은 5만원미만의 접대에 대해서는 현금 접대를 허용하나, 5만원이상의 접대시에는 법인카드 사용분에 대해서만 손비처리를 해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룸살롱 접대는 모두 법인카드로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해 국세청에 신고된 룸살롱 및 골프장에서의 이른바 '향락성 접대비' 1조8천억원 가운데 4분의 3에 달하는 1조3천여억원이 룸살롱에서 사용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기에다가 법인카드를 발급 받지 못해 현찰이나 개인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들의 접대비까지 감안하면 룸살롱에서 이뤄지는 접대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국세청은 추산하고 있다.

***'소돔과 고모라'식 경기부양**

재정경제부는 룸살롱, 골프장 접대비를 손비처리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가 위축될 것을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를 백지화시켰다.

청와대도 7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오락가락한 건 정책이 아니라 언론'이라는 제목의 반론기사에서 "향락성 고액접대비 문제는 국세청의 세정혁신추진위원회 안건으로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고 향후 추가적인 논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언론에 의해 확정된 것으로 보도되었다"며 "그후 예정된 절차에 따라 정부내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입장이 조율되었기 때문에 이를 백지화나 번복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도, 청와대도 사실상 재경부 방침에 동의했음을 밝혔다.

하지만 수입양주의 90%가 룸살롱에서 소비되면서 국제적 비아냥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경부의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룸살롱 접대비를 손비처리하지 않을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영국과 미국의 위스키 생산업자이며 양주 수입업자들이기 때문이다. 국가경제 측면에서 보면 도리어 향락성 소비성재 수입감소로 경상수지에 도움이 되는 형국이다.

물론 룸살롱을 생활기반으로 하고 있는 수많은 접대부와 웨이터, 술집주인 등에게는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지난 2~3년사이에 서울을 비롯한 신도시, 지방대도시 등에서는 룸살롱이 독버섯처럼 급속히 확산, '소돔과 고모라'식 세기말적 증상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국가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1조8천억이면 결식아동,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모두 도울 수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은 '경기 위축'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있는 사람이 룸살롱에서라도 흥청망청 돈을 써야 경기가 돌아간다는 얘기다. 하지만 룸살롱 소비의 핵심 주체가 기업이고, 기업 법인카드라는 점을 보면 이는 앞뒤 안맞는 궁색한 주장이다.

연간 1조8천억원을 룸살롱과 골프장에서 쓰지 않으면 그 돈은 쓸 곳이 없는가. 기술투자(R&D)나 직원복지 같은 거창한 사용처를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있는 이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 많다.

한 예로 5월 '가정의 날'을 맞아 우리 현실을 돌이켜 보자. 교육청 집계에 따르면, 2002년말 현재 초.중.고교에 나와 점심을 먹지 못하는 결식아동 숫자만 16만4천명에 달한다. 물론 지금도 정부나 기업, 금융기관, 시민단체들은 이들을 돕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은 코끼리 비스켓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참고로 결식아동에 대한 정부의 현재 보조는 한끼당 2천5백원에 그치고 있다.

기업들이 지난해 룸살롱과 골프장에서 접대비로 쓴 돈은 1조8천여억원. 만약 이 돈을 결식아동을 돕는 데 쓴다면, 단언컨대 결식아동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1백% 완전히 해소된다.

접대비를 결식아동 숫자로 나누는 단순계산을 해보자. '1조8천억원 나누기 16만4천'은 1천1백만원이다. 결식아동 한명당 연간 1천1백만원의 지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1조8천억원이란 돈이 얼마나 엄청난 돈인가를 절감할 수 있는 계산이다.

결식아동 1인당 연간 1천1백만원까지의 큰 지원은 필요치 않다. 이들 외에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이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2002년말 6천2백29가구로 집계되고 있는 소년소녀가장을 비롯해 독거노인, 편모가정 등 우리가 도와야 할 어려운 이웃들은 너무나 많다.

현재 기업들이 룸살롱과 골프장에 퍼붓고 있는 접대비만 갖고서도 이들에게는 너무나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만약 기업들이 이런 일을 한다면 우리사회의 '적대적 기업인식'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맞게 될 것이다.

아울러 룸살롱 등에서 사용하면 양주 수입비등으로 해외로 빠져나가 국내경기에 별다른 도움이 안되는 현실과는 정반대로, 불우이웃들에게 사용하면 돈이 위아래로 국내에서 자연스레 순환하면서 국내경기에도 진정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금단현상'이 있겠으나**

접대는 동양권의 오랜 유산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는 썪은 유산과의 결별을 필요로 한다. 우리사회의 골수에 접대문화, 관료문화를 심어놓은 일본조차 이미 10년전 골프장, 룸살롱 접대비와 결별했다. 단 한곳 우리나라에서만 향락성 접대비가 상존, 국제적 비아냥과 부패국가 이미지를 자초해 국가 및 기업 신인도 향상에도 치명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은 말한다. "우리도 접대비를 없애고 싶다"고. "그러나 그렇게 하면 접대받는 이들이 화를 낼까봐 겁이 나니 아직은 시기상조다"라고.

이제는 우리 상층부는 접대라는 마약에서 손을 뗄 때다. 물론 상당기간 '금단현상'이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통치권자가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정부 수뇌부 및 언론등 우리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이 선도하면 금단현상의 기간은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제자리'로 돌아갈 때가 왔다. 그 어떤 사안보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