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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실전 배치는 엄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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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D 실전 배치는 엄포용?

윤재석의 지구촌 Q&A <13>

Q)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2004년까지 미사일방어(MD)체제를 실전배치할 것을 내각에 명령한 뉴스가 일파만파의 파장으로 지구촌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때마침 북한이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에 대한 미국측의 선(先)파기(대북 중유 공급 중단)를 이유로 폐연료봉에 대한 봉인과 핵시설 감시 카메라의 제거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요청한 가운데 이같은 발언이 나와 긴장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A) 미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2004년까지 알래스카의 포트 그릴리와 캘리포니아의 밴던버그 공군기지에 지상 요격미사일 10기가 실전배치되고 2005~6년 각각 10기씩이 추가로 배치될 계획이라는 겁니다. 부시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미국이 장․단거리 미사일 요격 시스템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연구와 개발을 위해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1972년)을 탈퇴한 지 6개월만에 이뤄지는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오늘 미국과 우방국, 동맹국을 보호할 미사일 방어능력을 배치하기 시작함으로써 21세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를 취하게 됐다”며 “이는 미국의 안보능력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이를 출발점으로 미사일방어기술 연구-개발에 추가 진전이 이뤄져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Q) 부시 행정부가 왜 하필 이 미묘한 시기에 이같은 발표를 한 것일까요.

A) 미국 정부 공식 발표에 앞서 이 계획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포스트는 MD 배치에 대한 전격 배치 발표는 우선 불량국가 등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제한적인 방어를 위한 것으로 이런 위협을 제기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들로 북한과 이란, 이라크 등을 지목하고 있다고 정보기관들의 보고서가 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포스트는 그러면서 특히 이번 결정은 북한이 최근 유예됐던 미사일 발사실험 재개를 고려하고 있다고 공표하는 등 미국과 북한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강조해 북한을 겨냥한 발표라는 추정을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실제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MD실전배치와 관련, 이 같은 결정이 북한 등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미사일 요격) 능력이 있는 한 그것(MD체제)은 억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해 그 개연성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론 날로 막강해지고 있는 중국의 핵과 미사일 공격 능력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9일 사설에서 “중국은 미국의 속셈을 의심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아무리 안심시키려고 해도 중국은 대만으로 인한 미-중 대립 등 만약의 사태를 고려해 미국의 MD 개발 시도를 중국의 핵무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Q) 그러고 보니 미국의 MD 실전배치 발표 수일전 공개된 중국의 국방백서에 신경이 쓰이긴 하는군요.

A) 중국 정부는 9일 ‘2002년 중국의 국방’이라는 제목의 국방백서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2000년 이후 2년만의 일인데요.

이 백서 내용중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전략 무기의 질적 측면에서의 일대도약, 특히 미사일 기술의 괄목할 만한 진전이었습니다.

중국은 11월23일 최초의 이동식 ICBM인 둥펑(東風)-31을 산시(山西)성 우자이(五寨)의 위성센터에서 발사해 1천7백㎞ 서쪽에 위치한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자치구의 타클라마칸사막 목표물에 명중시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이 10년만에 개발에 성공한 신형 ICBM 둥펑-31은 유효 사거리 8천㎞로 유럽 대부분과 러시아, 인도 전역은 물론 미국의 알래스카와 하와이, 서부 해안까지 타격할 수 있어 중국은 핵 폭탄의 운반 전력에 있어서 획기적인 진전을 기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둥펑-31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중국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극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요.

우선 차량에 탑재하는 중국 최초의 이동식 ICBM이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 위치를 신속하게 옮길 수 있는데다 사용이 간편한 고체연료를 이용함으로써 적의 보복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을 높였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미 사거리 1만3천㎞의 둥펑-5를 보유하고 있으나 고정식인데다 연료 주입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액체연료형이어서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다음으로 추진연료의 양에 따라 최소 1천㎞에서 최대 8천㎞까지 사거리를 신축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미사일 탄착지점의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전에 대비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다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둥펑-31은 1백만t급의 핵탄두 1개를 장착하거나 9만t급의 소형 핵탄두 3개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는 미 하원특별위원회 보고서(콕스 보고서)가 미국으로부터 훔쳐갔을 가능성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을 만큼 첨단 기술입니다.

무엇보다 중국이 이 다탄두 핵미사일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미국의 MD 계획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미국을 불편하게 한 것 같습니다.

Q) 하지만 MD의 실전 배치가 그리 만만한 건 아닐 텐데요. 발표 수일전 MD 관련 요격실험도 실패했고···

A) MD의 미진함에 대해서는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시인했습니다. 그는 MD체제가 완전히 개발되기 전에 배치된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도 MD배치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 “MD 배치가 미국의 안보능력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이를 출발점으로 미사일방어기술 연구-개발에 추가 진전이 이뤄져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MD와 관련된 일련의 시험발사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합니다.

미 국방부는 12월 11일 캘리포니아주 밴던버그 공군기지에서 일곱 번째 미사일 요격실험을 실시했으나 실패했습니다. 미국은 이날 미니트맨Ⅱ 대륙간 미사일을 약 7천7백25㎞ 떨어진 태평양상의 마셜군도를 향해 발사하고 20분뒤 마셜군도 콰잘레인 아톨에서 탄도탄요격 미사일(ABM)을 발사했으나 탄도탄 요격미사일이 추진 로켓으로부터 분리에 실패해 목표물을 수백㎞ 빗나간 채 대기중에서 소진됐으며, 가상의 탄두는 바다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로써 1999년 이후 실시된 일곱차례의 미사일 요격실험중 네번만 성공한 셈이 되는데요, 이 때문에 야당인 민주당은 MD의 조기 배치 실효성에 의문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Q) 아무튼 미국의 MD실전배치 강행에 대해선 당연히 각국의 반발이 있을 텐데요.

A) 우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가장 심합니다.

중국 외교부는 “역내 기타 국가들처럼 중국도 MD 배치에 따른 영향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다른 나라까지 끌어 들여 미국을 비난했고, 러시아 외무부는 부시 대통령의 MD 강행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는 2쪽짜리 성명에서 “MD 체제에 대한 미국의 결정이 국제 테러리즘이라는 실재하는 도전과 위협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다른 데로 돌리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MD계획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는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이달초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된 바 있습니다.

이례적인 것은 ‘미국의 동생’이라고 할 캐나다가 MD체제 구축에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입니다.

빌 그레이엄 캐나다 외무장관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중요한 금기는 우주공간의 무장화”라며 “MD체제의 실전 배치는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실수”라고 밝혔습니다.

Q) 미국의 MD 구축에 은근히 동조하는 나라도 있죠?

A) 역시 일본이죠.

지난 98년 8월31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대포동1호의 탄두가 일본 동쪽 해상에 떨어진 후 미사일 공포에 시달리기 시작한 일본은 1999년부터 미국과 공동 연구작업을 계속해 왔고 특히 최신예 호위함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요격미사일의 주요 부품중 하나인 적외선 이용 표적 추적시스템과 탄도미사일 파괴기술 등의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의 MD 실전배치 발표를 계기로 미국과의 MD 공동 연구 계획을 조사 및 연구단계에서 개발단계로 이행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는 한편, 일본내 실전 배치까지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방위청장관은 MD 실전배치 발표 당일 워싱턴에서 가진 미-일 국방장관회담에서 MD체제 개발과 대량생산, 배치단계로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MD가 군사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 일본내에 있으나 새로운 안보환경 대응책으로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2003년 여름까지 개발단계로 이행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MD를 실전배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적군이 발사한 미사일의 착탄 목표가 일본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이외의 국가에 대한 공격을 요격하면 헌법 해석상 금지된 집단자위권 행사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막대한 개발자금도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미 연구단계에서 모두 1백37억엔을 투자했는데, 앞으로 개발단계로 들어가려면 연간 1천억엔이 넘는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거든요.

무엇보다 일본의 군비강화가 인접국의 군사확대 경쟁을 부추겨 동북아 안보체제의 불안정을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Q) 일본에 MD가 배치된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A)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MD의 기념을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미사일방어(National Missile Defense) 체제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이른바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 일명 Star Wars)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규모는 축소됐죠.

우주에 미사일탐지위성을 설치해 미사일을 탐지한 뒤 이를 지상에서 발사되는 요격미사일로 맞춰 적국의 미사일이 미 본토에 도착하기 전에 공중에서 폭발시킨다는 것이 이 계획의 골자인데요. 이 개념은 외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우방국을 보호하기 위한 전역미사일방어(Theater Misslie Defense)체제와 함께 탄도미사일방어(Ballistic Missile Defense)의 양대축을 이루게 됩니다.

TMD는 일본 등(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 포함됨)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우방국에 요격미사일방위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바로 이 부분에 강력히 반발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두 갈래로 나뉘어 추진되던 BMD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NMD와 TMD를 굳이 구분할 필요 없이 통합개념으로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MD로 낙착된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일본에 배치될 MD는 예전 개념으로 보면 TMD체제인 셈이죠.

Q) 앞서 부시 행정부가 MD의 조기 실전 배치를 천명한 것이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대한 극약 처방 성격과 중국에 대한 장기적 경고 의미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부시 행정부의 또 다른 속셈도 읽혀지는 것같던데요.

A) 부시가 아직 실효성도 불분명한 MD체제를 2004년부터 배치하라고 명령한데 대해서는 정치적인 배경이 없지 않습니다. 2004년은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부시는 비록 실전배치의 효율성과 이에 대한 감당 능력이 불투명한 가운데에서도 대선 당해년도에 자국내에 NMD 체제를 가동하는 한편,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대만과 한국 등을, 유럽지역에선 영국과 덴마크(나아가 러시아까지도) TMD 체제에 편입시킴으로써 부시의 대외 장악 능력을 한껏 과시해 재선의 발판을 굳히려는 속셈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역시 부시에 대한 최대 후원 그룹인 군산복합체(Military Indusrial Complex) 살리기를 위한 포석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MD 구축에는 최소한 6백억달러 이상의 거액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2002~3 회계연도에만 76억달러가 책정되었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입니다.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2%(2백20여만명)를 고용하고 있는 미 군수산업은 평화유지라는 명분 외에 경제활성화, 고용안정이라는 부수적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셈이고 부시의 MD 계획은 미국 '군산복합체'의 로비와 맞물려 무한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MD의 조기 실전배치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 것이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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