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동북아 금융허브'를 위한 첫걸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동북아 금융허브'를 위한 첫걸음

<데스크 칼럼> '관치경제' '정치경제' 타파가 관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경제와 관련, 우리나라를 '동북아경제 허브(중심)'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한국을 동북아 물류, 금융, 교역의 국제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거대한 그림이다. 노 당선자는 취임후 청와대내에서 특별기구를 설립, 이 문제를 구체화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십수년간의 노력 끝에 틀을 갖춘 '동북아 허브' 구상**

동북아 허브는 십수년 전부터 우리 경제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가장 먼저 이 그림을 그린 이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었다. 그는 80년대말 시베리아와 북한 등을 잇따라 방문, 한반도 탈냉전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당시 그가 그린 그림은 시베리아의 일크츠크 가스전의 무진장한 천연가스를 두 개의 큰 파이프라인을 통해 동아시아에 공급하는 청사진이었다. 하나는 남북한을 관통해 일본으로 공급하는 라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초고속 성장지대인 중국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공급하는 라인이었다. 당시 정주영은 "이 그림만 실현되면 현대그룹은 앞으로 10년동안 다른 일을 한건도 수주 안해도 먹고살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를 위해 정주영은 재계인사로는 최초로 북한을 방문, 북한 수뇌부와 '꽌시(관계)'를 맺는 정지작업을 했다. 이 구상은 그러나 정주영의 92년 대선 출마로 YS와 관계가 악화되면서 YS정권시절 잠수했다가 DJ정부 출범후 화려하게 부활, 금강산 관광 등으로 구체화됐다. DJ 또한 동해선, 경의선 개통을 통해 동북아 허브를 현실화하려 했다. 또한 남덕우 전 부총리 같은 경제원로 등도 "21세기 한국이 먹고살 길"로서의 동북아 허브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등의 제언을 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동북아 허브 구상은 보다 복합.현실적 형태로 구체화됐고, 마침내 노무현 당선자의 경제 제1공약으로 자리매김되기에 이르렀다.

***첫 단추는 '동북아 금융허브'**

동북아 허브는 그러나 노 당선자도 인정하듯,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한 동북아의 '평화지대화'가 필수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이 장애만 고도의 외교력으로 해결해낼 수 있다면 그 어느 때보다 실현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한 예로 지난 13일 노무현 당선자와 만난 도미닉 바튼 한국맥킨지대표는 동북아 허브 구상에 공감하며, 동북아 허브의 첫단계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설정할 것을 조언했다. 이유인즉 IMF위기를 거치면서 지난 5년간 한국금융이 아시아 최고수준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IMF사태후 1백57조원의 천문학적 공적자금이 금융구조조정에 투입됐다. 전세계적으로 전례없는 엄청난 액수다. 그 결과 1차적으로 은행 등은 기존의 부실을 깨끗이 청소할 수 있었다. 아직 공적자금이 들어난 일부은행의 경우 잠재부실이 남아있으나, 현재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민간시중은행들의 경우 국제적 수준으로 부실이 적고 수익성이 높아졌으며 경영도 투명해졌다는 게 국제금융계의 일반적 평가다.

그 결과 "한국 금융이 일본 금융을 앞질렀다"는 평가에 이어, 최근 들어서는 "한국 금융이 싱가포르, 홍콩 금융도 앞지르려 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싱가포르, 홍콩은 현재 아시아의 명실상부한 금융허브다. 한때 일본이 세계 2위의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도쿄를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만들려 애썼으나 관치금융의 폐단을 극복 못해 좌절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IMF사태를 겪으면서 단행한 일련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아시아의 주목받는 금융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기에 이르른 것이다.

특히 동북아지역의 경우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의 금융수준이 형편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동북아의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

도미닉 바튼이 노무현 당선자에게 '동북아 금융허브'를 조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국제금융을 장악해야 동북아 허브도 가능**

동북아 금융허브는 동북아 경제허브의 필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틀을 드러낸 동북아 경제허브의 실체는 시베리아의 풍부한 가스전을 남북,일본,중국으로 공급하는 파이프 라인 구축외에 남북한을 관통하는 철도망 복원을 통한 시베리아 및 중국과의 철도망 연결, 여기에 광통신망 부설까지 함께 하는 '세기적 건설 프로젝트'다.

이같은 건설 프로젝트에는 장기간의 시간과 엄청난 자금이 필수 전제조건이다. 북한의 노쇠한 철도망을 현대적으로 재건하는 데만도 거의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렇듯 장대한 시간과 천문학적 자금이 조달되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가.

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게 국제금융의 돈줄을 이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며,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작업이 다름아닌 한국의 '동북아 금융허브'화인 것이다.

***세계공황 위기 타개책으로서의 동북아 허브**

지금 세계경제는 과잉생산과 과잉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를 극복 못하면 도래하는 게 세계공황이다.
전통적인 세계공황 해법은 전쟁이다.

특히 과잉생산 문제 해결에서는 전쟁이 대표적 해법이다. 극히 일각에서이기는 하나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과 함께 세계최고 성장엔진이라는 점, 그리고 한반도 전쟁이 중국,러시아가 참여하는 국제전으로 화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는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이와 관련, 세계경제의 또다른 고민은 과잉유동성 위기의 해결지대로서 한반도를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잉유동성 위기란 돈이 갈 곳을 못찾음으로써 야기된 위기를 가리킨다. 90년대말 세계의 돈은 증시로 몰려들어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그러다가 2000년 3월 나스닥 거품이 꺼지는 것을 신호탄으로 갈 곳을 잃은 돈은 부동산으로 몰려들어 세계적 규모의 부동산 거품을 초래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9.11테러를 계기로 전세계 중앙은행이 초저금리 정책을 취함으로써 증폭됐다.

그러나 거품이 부풀대로 부풀면서 부동산도 더이상 투자대상이 되지 못하자 돈들은 갈 곳을 못 찾아 헤매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3백70조원의 단기자금이 갈 곳을 못찾아 헤매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의 돈은 지금 투자처를 애타게 찾고 있다. 이때 우리가 세계투자가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매력적 카드가 다름아닌 동북아 허브 프로젝트인 것이다. 또한 동북아 경제허브가 오래 전부터 세계적 관심을 끌어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동북아 경제허브는 세계경제의 위기탈출 해법이기도 한 것이다.

***관치경제, 정치경제의 차단이 최우선 과제**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부지기수다. 지금 우리 금융수준이 IMF사태 전과 비교하면 비약적 발전을 했다 하나, 국제적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선 아직 준비상황이 태부족이다.

우리나라의 금융개방 수준은 이미 국제적이다. 대표적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의 외국계 지분 보유율이 70%인 것을 비롯해 민간시중은행들의 주식 절반이상을 외국계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반증이다.

하지만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장자율경제의 완전 확립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나 정치권의 시장개입이 완전차단돼야 한다. 요컨대 관치(官治)와 정치(政治)의 입김이 시장에서 완전배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우리 금융시장에는 관치와 정치의 그림자가 적잖이 드리워져 있다. 한 예로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통합 논란과정에 드러난 관치경제의 부활 가능성이 그러하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감독 기능은 갈갈이 찢겨져 있다. 인허가권은 금감위, 규정제정권은 재경부, 감독권과 제재권은 금감원이 쥐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통합의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지적돼왔고, 새 정부 출범후 통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같은 논의 과정에 벌써부터 관료들이 이같은 4대 권한을 가칭 '금융부'라는 새 정부조직하에 통합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데 있다. 감독업무의 효율성 제고, 금감원의 업계와의 유착 등을 앞세운 논리다. 하지만 그 뿌리에는 IMF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앙시앙레즘이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부가 만들어진다면 IMF사태후 힘겹게 달성한 시장자율 경제가 원대복귀할 것"이라며 노 당선자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의 금감원에도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민간주도의 통합 금융감독기구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지배적 여론인 것이다.

이밖에 정치(政治) 경제와 관련해선 최근 조흥은행 민영화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의 개입이 심화되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민주당이 조흥은행 문제를 국회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은 여야가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자는 의도가 깔려있는 게 아니겠냐"며 "어떤 형태로든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경제현안들을 정치권이 개입함으로써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선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닌 것이다.

***한은총재를 '한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만들어야**

이와 관련, 또하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중앙은행 독립성 제고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하나뿐인 중앙은행이다. 그러나 역대정권의 한은 대접은 찬밥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거추장스런 형식적 존재 쯤으로 여기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선진국에서는 정부의 '절대금기' 사항인 금리 등 통화정책 관련 언급도 우리나라에선 재정경제부나 청와대 경제파트의 단골 메뉴였다. 금융통화위원 임명도 사실상은 재경부와 청와대가 행사해왔다.

정권교체기마다 한은의 독립성 제고 방안이 거론되곤 했다. 하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되지 않는 한, 동북아 금융허브는 불가능하다. 중앙은행이야말로 시장경제의 파수꾼이자, 시장경제의 왜곡을 사전제어할 시장경제의 감시자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Fed)의장을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 말한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기 위해선 한은총재가 '한국의 경제대통령'이 돼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 한은 총재가 차지하는 위치는 경제대통령이 되기는커녕, 재경부장관이나 청와대 경제수석보다도 밑이다. 미운 오리새끼인 셈이다. 미운 오리새끼를 백조로 변신시키는 게 금융허브를 위한 노 당선자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

***최고전문가가 최고책임자 돼야**

이런 맥락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외부인사들 가운데에서 골라온 과거의 한은총재 선발방식의 폐지다. 역대정권은 한은총재를 외부에서 골라왔다. 심한 경우에는 전직 재경부장관을 한은총재로 임명했고, 학자출신들도 적잖았다. 한은 출신이라 할지라도 일단 외부에서 금융기관장 등을 거친 뒤에야 한은총재가 될 수 있었다.

반면에 영국 영란은행의 에디 조지 총재나, 독일 분데스방크의 헬뮤트 슐레징거 총재나, 일본의 하야미 마사루 총재는 모두가 부총재가 직접 총재로 승진한 케이스다. 이유인즉 중앙은행 부총재야말로 그들 국가의 가장 확실한 거시경제 전문가라는 이유에서였다.

부총재 출신이 반드시 총재가 돼야 한다는 법은 없다. 부총재보다 더 출중한 외부인사가 있다면 외부에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반대로 아무리 전문성과 조직장악력이 출중해도 부총재는 반드시 사표를 쓰고 나가야지 곧바로 총재가 되서는 안된다는 현재의 한은총재 선출법도 문제다.

이같은 과거 법칙의 이면에는 재경부의 '한은 길들이기' 공식이 깔려있었다. 역대 부총재는 임기가 되면 금융기관장으로 발령을 냈다. 이 과정에 무수한 '낙하산 인사' 시비가 일었고, 한은 사람들도 열패감을 느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인사가 되풀이돼 온 이면에는 재경부의 노림수가 있었다.

역대 한은 부총재들은 부총재가 되는 순간부터 임기후 어떤 자리에 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부총재가 빨리 물러나줘야 인사의 숨통이 터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금융기관장 인사권을 쥐고 있는 재경부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고, 한은의 종속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재경부 등 경제부처에서는 차관이 장관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음에도 말이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기 위해선 노 당선자는 단 한가지 원칙만 세우면 된다. 그 분야 최고전문가가 그 분야의 최고책임자가 되도록 하는 일이다. 그리고 믿고 맡기는 것이다. 노 당선자의 선택을 주목할 일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