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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盧 만나보니 합리적이고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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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외국계, "盧 만나보니 합리적이고 페어"

맥킨지 등과 일련의 접촉, '동북아 금융 허브' 조언

노무현 당선자측이 13일 미국의 세계적 컨설팅그룹인 맥킨지사와 접촉한 데 이어 16일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기업 CEO들과 만나는 등 우리경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외국투자가들과의 접촉에 본격 나섰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행보는 시가총액의 35%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투자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동시에, 노 당선자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동북아경제 허브(중심)' 구축은 외국계의 적극적 협조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노 당선자와 만난 외국계의 반응이 "우려와는 달리 노 당선자가 정확하게 맥을 짚고 있어 인상적이었다"는 긍정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盧 맥킨지 보고서 보고 "직접 만나 듣고 싶다"**

노무현 당선자가 맨처음 외국투자가 관련기관과 만난 것은 지난 13일 집무실에서였다. 이날 만남은 노 당선자가 지난해 출간된 맥킨지의 보고서 <비전 2010: 새 정부 정책과제 및 시사점>을 읽다가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싶다"고 요청해 이뤄졌다.

노 당선자가 본 맥킨지 보고서는 "한국이 201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내에 들기 위해서는 연평균 6.1%씩 성장해야 하며 이같은 고성장을 유지하려면 3백만개의 새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7%대 성장잠재력 확충을 공약으로 내건 노 당선자로서는 관심 가는 보고서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날 모임에는 맥킨지사측에서는 도미닉 바튼 한국맥킨지대표와 최정규 파트너가 참석했고, 맥킨지측과 연락을 맡았던 김효석 민주당 의원과 인수위의 금융담당 이동걸 위원 등이 배석했다.

도미닉 바튼 대표와 최정규 파트너는 IMF사태후 정부 용역을 받아 금융구조조정의 큰 틀을 짰고, 이밖에 주택은행, 두산그룹 등 개별기업의 컨설팅을 맡았던 까닭에 누구보다 우리 경제의 실정에 밝은 전문가들이다. 바튼 대표는 최근 이같은 경험을 담은 <위험한 시장(Dangerous Markets)>이라는 저서를 펴내 아마존 베스트셀러 상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만남에서 맥킨지측은 산업개혁, 금융개혁, 서비스개혁 등 '3대 핵심 경제개혁' 과제에 대한 제언을 했다. 이같은 제언은 앞의 <비전 2010>과 대졸이상 한국고급 여성인력의 활용방안을 다룬 <우먼 코리아 보고서> 등 기존에 발표된 보고서의 요약 내용외에 이들 책자에 담지 않았던 내용들까지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맥킨지가 조언한 '3대 핵심 경제개혁'**

우선 '산업개혁'과 관련해선, 과잉설비와 공급과잉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 등 한국기업의 구조조정이 미완성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시장친화적 빅딜'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국내 5백90개 상장사 가운데 23%는 영업이익으로 은행이자도 못 갚는 등 상장기업의 42%가 장기적으로 지속불가능한 상태다. 맥킨지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정부 주도의 빅딜이 아니라 시장이 자발적으로 주도하는 '시장친화적 빅딜'이 필요하며, 은행이 엄격한 대출심사를 통해 한계기업에 대한 만기연장의 중단 등을 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개혁'과 관련해선, 한국을 동북아의 금융 허브(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이 분야는 도미닉 바튼 대표가 오래 전부터 관심을 기울여온 대목이다.

바튼 대표는 서울 파이낸스포럼의 멤버로 오래 전부터 "한국은 동북아의 금융 허브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국제사회로부터 "한국금융이 일본금융을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을만큼 한국금융이 괄목할만한 발전을 한 만큼 한국을 동북아 금융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맥킨지측은 이같은 금융 허브가 되기 위해선 아직 마저 정리되지 못한 금융부실을 깨끗이 청소하고, 선진금융이 가능하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비스 개혁'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세계의 제조업기지가 된만큼 한국은 앞으로 고부가가치 지식노동산업 국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맥킨지는 특히 지식노동산업 국가로 재편되기 위해선 현재 55%에 불과한 대졸이상 고급여성인력의 경제참여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 이들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탁아시설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대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 당선자, 외부 우려와는 달리 합리적이고 페어했다"**

이밖에 이날 모임에서는 대졸이상 고급여성인력 활용, 고령화사회 대책, 노동개혁 방향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모임에서 맥킨지측에게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노 당선자가 고령화사회 문제에 대한 깊은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다. 고령화사회 대책 같은 인구산업정책, 구체적으로는 연금이나 의료보험 대책 같은 것은 정책효과가 대단히 오랜 뒤에나 나오는 사안으로, 대다수 정치인들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은 부문이다. 노 당선자는 그러나 "이 부문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을 갖고 있어 인상적이었다"는 게 맥킨지측 전언이다.

또한 노 당선자가 "한국을 동북아 허브로 만들기 위해선 국내기준에 안주해서는 안되고 국제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점 역시 정확하게 읽고 있다는 점 역시 인상 깊었다고 전한다.

아울러 국내외 기업인들이 우려하는 노동시장 문제와 관련해서도 "향후 10년간 5백60만명의 인력이 현재의 직장을 떠나거나 직업을 바꿔야 하며, 이에 따른 사회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현재 GDP의 0.7%에 불과한 재취업 교육 등 노동개혁을 위한 투자 수준을 대표적 노동개혁 성공국가인 아일랜드처럼 GDP 4%대로 끌어올려야 하고, 이 투자는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는 맥킨지 조언에 대해서도 노 당선자는 공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맥킨지측의 반응은 한마디로 "노 당선자가 외부의 우려와는 달리 합리적이고 페어(공평)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양쪽 모두 만족할만한 모임이었던 셈이다.

***인수위도 외국CEO들과 본격접촉**

노 당선자의 맥킨지와의 미팅에 이어 16일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외국 CEO들과 만났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인수위 동북아경제중심국가 태스크포스팀장 김대환 간사, 정태인 위원, 이현재 수석전문위원과 얀 피터스 파마시아 사장, 스티브 맥키니컨설팅 사장, 예룬 라머스 네덜란드 투자진흥청 한국사무소장, 오이겐 뢰플러 하나알리안츠투신 사장, 야노 마사히데 한국미쓰비시상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는 간담회 직후 "동북아경제중심국가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으며 외국 및 외국기업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외국인 CEO들은 한국이 동북아중심국가로 부상할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그들은 그러기 위해선 규제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으며, 특히 `어떤 규제인지도 모르는 규제도 있다'는 생생한 현장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외국 CEO들의 권고와 주문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정책에 적극 반영토록 하겠다"며 "외국 CEO들을 직접 만나보니 새 정부가 투명성과 공정성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오늘 간담회는 동북아중심국가 건설에 대한 외국기업CEO들의 조언을 듣기 위해 인수위가 요청해 이뤄졌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가능한 외국기업인들을 자주 만나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외국계 CEO는 "현재 외국투자가들 사이에는 커뮤니케이션 에러(의사소통 잘못) 때문인지 노 당선자를 예측불가능한 존재로 여기는 시각이 있고, 정치적 기반이 약한 만큼 자칫 파퓰리즘으로 쏠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각이 지배적인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잦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최근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라며 "앞으로 노 당선자가 취할 은행 민영화 등 일련의 당면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노 당선자를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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