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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선 주요변수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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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제', 대선 주요변수로 급부상

<심층 분석> 청년실업ㆍ개미군단 몰락ㆍ서민층 분노

'경제'가 대선의 주요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97년 대선과 비슷한 상황전개다.

경제가 정치변수가 되기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감이 확산되다 보니,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는 오는 11월5일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도 경제가 최대현안이 되고 있다. 공화당의 이라크전과 민주당의 경제위기 인책론이 맞붙는 양상이다.

경제위기가 과연 연말 대선에서 어떤 정치경제학적 변수로 작동할 것인가. 지금 정가 안팎의 관심이 온통 이 대목으로 쏠리고 있다.

***청년실업, 정치현안으로 급부상**

연말대선에서 경제문제가 대선의 현안이 되는 정치적 문법은 여러 가지다.

첫번째, '청년 실업'이다.

불황이 도래하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계층이 대학 졸업생 등 청년층이다.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자사에 다니는 직원들을 해고하기보다는 직원을 새로 고용하는 일부터 멈추는 탓이다.

이미 이런 징후는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그룹이 고용동결을 선언했다. 정년퇴직자 등 자연감원분만큼만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얘기다. 올해 10조원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최대 기업이 이런 입장을 밝히니,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올해 대졸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벌써부터 대단하다. 한 예로 얼마 전 서울대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재학생의 85%가 "취업이 될 수 있을지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서울대가 취업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개탄의 소리가 나옴직하다.

서울대가 이럴 정도니 지방대 등이 느끼는 위기감은 한층 심각하다. 한 예로 충남지방경찰청이 지난달 26일부터 17일간 순경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35명 모집에 1천98명이 지원해 31.4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중 56.4%가 대졸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터넷 고용업체인 잡링크가 지난 13일 발표한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접수를 마감한 67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취업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경쟁률이 평균 67 대 1에 달했다. 이유인즉 4.4분기 들어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자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미루거나 취소했기 때문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야 하는 고난의 계절이 다시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20대는 '감성집단'이 아닌 '현실집단'**

청년 실업은 대선 후보들 입장에서 볼 때 대단히 예민한 변수의 출현일 수밖에 없다. 20대 유권자층 표의 향배가 대선에 미칠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가 최근 발표한 16대 대선의 20세 이상 유권자 숫자는 9월30일 기준으로 3천5백11만여명. 이 가운데 23.5%가 20대다.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20대 유권자는 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상당히 유동성이 강하다. 지난 3~4월 노무현 바람이 거셀 때는 노 후보를 적극 지지하다가, 정몽준 바람이 불자 많은 숫자가 정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

따라서 오는 12월19일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대선의 풍향은 크게 바뀔 것이라는 게 각 대선캠프의 공통된 전망이다.

각 캠프는 그동안 20대를 자신의 기호에 따라 후보자를 수시로 교체하는 '감성 집단'으로 분류, 이에 부합하는 대응책 마련에 주력해왔다. 각 후보가 젊은 이미지, 감성적 이미지를 강조해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20대는 '현실 집단'이다. 특히 취업에 관한 한, 그 누구보다 절실한 현실 속 존재다.

이처럼 중요한 표밭인 20대가 또다시 무더기 '청년 실업'의 위기에 노출됐다는 사실은 여간 중차대한 변수의 출현이 아닐 수 없다.

***주식투자 손실 큰 30대 반응도 주목거리**

두번째, 주가폭락에 따른 30대 화이트칼라의 동요도 결코 간과해선 안 될 주요 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행자부 조사에 따르면, 30대 유권자 숫자는 전체의 25.4%로 연령별로 가장 많다. 동시에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이들 30대는 주식투자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개미투자가들이기도 하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1백조원의 주택담보 가계대출 가운데 최소한 8조원 정도가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30대 샐러리맨인 것으로 한은은 분석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들 투자가중 대다수가 종합주가지수 7백~8백대에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어 주식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현재 주가가 5백~6백선을 오가고 있는 만큼 이들이 입은 손실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 폭락에 대한 이들 30대의 1차적 불만대상은 현정부다. 그러나 경제문제는 뒷전인 채 이전투구만 계속하는 현재의 기존 정치세력 전반에 대한 불만도 대단하다.

주식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고 있는 30대의 불만도 간과해선 안 될 변수임에 분명하다.

***침묵하고 있는 '서민표의 반란'도 예상돼**

세번째, 서민표의 향배다.

경제 불황은 상류층에게도 위기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강남에서 몇 개의 대형 피부과 병원을 경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요즘 들어 피부과를 찾는 손님 숫자가 눈에 띄게 뚝 떨어졌다"며 "불황 냄새가 진하게 난다"고 말하고 있다. 백화점의 가을 세일 매출 증가율도 기대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서민이야말로 작금 1년여간 발생한 부동산 투기 등 거품경제와, 앞으로 도래할 불황의 최대 피해자다. IMF사태를 겪으면서 정규직 숫자가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일용직, 계약직 등 불완전 고용 상태로 떨어진 서민층은 작금의 아파트값 폭등 과정에 강한 소외감과 적개감을 갖게 된 데다가, 최근 들어서는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사냐'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흔히들 서민층을 정치의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IMF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의 경제의식이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침묵하고 있는 서민표의 반란도 예견되는 상황이다.

***한나라·민주당의 부산한 대응**

이처럼 돌아가는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자 지난 주말부터 여야는 서둘러 경제위기 공동대처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초당적 경제협력기구 상설을, 민주당은 경제 영수회담을 제안한 상태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경우 지난 97년 IMF위기 도래에 따른 '경제 변수'의 급부상으로 대선에서 30여만표의 차로 패배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이 후보는 20~30대 유권자층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1백50만표를 졌다. 20~30대에 확산됐던 "경제망국 주범인 집권당을 심판하자"는 분위기를 돌파하지 못한 탓이다. 따라서 경제위기감이 다시 확산될 경우 97년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노무현 바람의 근원이었다가 지금은 정몽준 후보쪽으로 대거이탈한 20~30대를 어떻게 되찾아올 것인가를 고심중인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경우도 작금의 상황은 당혹스런 상황전개가 아닐 수 없다. 경제위기의 재연이란 상당 부분 집권당에게도 여론의 인책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가 경제 이슈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신경전만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정치권, 정몽준의 '경제대통령론' 가장 경계**

하지만 이들 이회창, 노무현 후보가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정몽준 후보가 반사이익을 챙기지 않을까 라는 대목이다. 이들이 초당적 경제협력기구, 경제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정몽준 후보의 참석만은 배제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로 정 후보는 자신이 재계 출신인 점을 부각시키며 지난 주말부터 '경제대통령론'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또 "경제는 심리"라는 고전적 명제를 내세우며 한나라당 등 기존 정치권에 대해 경제심리를 불안케 하는 폭로식 대선운동의 중단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 후보 캠프측은 앞으로 '경제대통령론'을 주된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현재 세 후보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 20~30대의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서민층의 지지기반도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정 후보측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 민주당은 정몽준 후보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그룹의 정경유착을 클로즈업함으로써 바람을 재운다는 전략이나, 4억달러 대북송금설 등 지난 2주간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정 후보의 지지율이 도리어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대목(중앙일보 14일 발표결과)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경제가 대선의 주요변수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때 각 캠프가 할 일은 립 서비스식 '경제 협력'이나 '장밋빛 경제청사진'이 아니라, 자신이 집권하면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건실한 국가경제를 건설할 것인가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배적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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