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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3~5년간 저성장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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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3~5년간 저성장할 수도..."

<한은 긴급분석> "차기정권, 재래식 부양책 대신 구조조정해야"

삼성그룹은 지난 7일 이건희 회장 주재로 서울 한남동 소재 그룹영빈관인 승지원에서 금융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내년도 경제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달말 이회장에게 제출한 내년도의 '4% 성장-4% 물가상승'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대책회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상최고의 수익을 올릴 게 확실하나 내년도 상황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최고경영진의 위기감에 따른 대책회의였다"며 "요즘 세제경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괜찮겠지'라는 직원들의 이완된 긴장의식을 다시 잡기 위한 회의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올해 10조원대 수익이 예상되는 국내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이 이처럼 비상경영체제 돌입 움직임을 보일 정도로 최근 국내외의 돌아가는 경제상황은 간단치 않다. 해외에선 연일 '미국발 금융공황' '일본발 금융공황'설이 날아들고 있으며, 코스닥지수는 9일 사상최저치로 폭락했고, 종합주가지수도 6백선 사수마저 위태로와 보이는 지경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프레시안은 9일 이와 관련,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의 긴급상황 진단을 들어보았다.

때마침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는 10일 회의를 열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만큼 '한은의 상황인식'이 어떤가는 앞으로 한국경제 및 통화당국의 앞날을 가늠하는 데 여러모로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하겠다.

***내년도 기업수익, 올해보다 상당히 줄어들듯**

문: 삼성경제연구소가 '4% 성장-4% 물가상승'이라는 상당히 어두운 내년도 전망을 내놓았다. 어떻게 보는가.

답: 기업 차원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비관적 시나리오로 보인다. 기업들이 위기를 전제로 허리띠를 바짝 조이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4%대 성장이라 할지라도 4% 초반대 성장인가, 5%에 근접한 4%대 성장인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4%대 후반의 성장이라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문: 하지만 재계에선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디플레이션 위기에 노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한데...

답: 기업들이 디플레이션을 걱정한다는 것은 내년에 올해같은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상황인식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요즘 기업 주변상황을 보면 이런 우려도 기우가 아니다.

우선 올해 임금이 만만치 않게 올랐다. 유가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이처럼 원가가 계속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기업은 제품값을 원가가 오른 만큼 올릴 수 없는 처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실제로 내년도 기업의 수익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문: 아직 실물경제는 좋아 보이는데...

답: 그렇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실적이 대단히 좋다. 상반기에 이어 3.4분기에도 6% 가까운 고성장이 예상될 정도다. 매달 수억달러씩 경상수지 흑자를 보고 있으며, 물가도 2~3%선에서 안정돼 있다. 잠재성장력과 실제성장력 사이의 차이를 보여주는 GDP갭도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현재 숫자만 갖고 본다면 이보다 더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다.

***차기 주력수출상품이 아직 안 보인다**

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답: 문제는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의 상황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세 품목이 주도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반도체는 아직 과잉공급 문제가 해소 안돼 어려운 형편이다. 자동차도 지난해와 올해는 미국시장에서 약진을 했으나, 최근 미국의 내구성 소비재 수요가 줄어들 조짐을 보이면서 앞날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휴대폰은 아직 잘 나가고 있으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밖에 중국과의 경쟁 심화도 기업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연 이들 수출품목의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주력수출상품이 무엇이 될 것인가. 아직까지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바로 여기에 기업들과 한국경제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문: 금리인상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도 큰데...

답: 잘 알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망처럼 경기가 둔화되면서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현재 우량회사채의 유통수익률은 6~7%선으로 과거에 비해 2%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다. 기업수지가 상반기에 양호했던 것도 이같은 저금리 도움이 컸다. 따라서 금리가 오를 경우 기업의 내년도 마진은 올해보다 못할 전망이다.

***은행들이 현재의 출혈경쟁 계속하면 신용금고부터 사고 터질 것**

문: 올해 사상최대 수익을 올릴 은행들은 어떨 것 같은가. 정부가 가계대출을 막는 조치를 취하자 돈 빌려줄 곳이 없다며 아우성인데...

답: 당연히 내년도 은행 수익도 올해보다 못할 것이다. 은행들이 주력해온 가계대출도 이제 한계점에 근접한 느낌이다. 작금의 과잉유동성에는 저금리에 일차적 책임이 있으나, 은행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면 통화 팽창속도도 낮아져, 총통화량(M3)이 13%에서 12%, 12%에서 11%로 점점 낮아지고, 궁극적으로 지금처럼 돈 빌려줄 데를 찾지 못해 쩔쩔 매는 상황도 개선될 것이다.

지금처럼 은행들이 무한 대출경쟁을 벌이면 우선적으로 걱정되는 곳이 신용금고들이다. 은행들이 신용금고 영역까지 침범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간 신용금고 쪽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들은 말로는 금리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분위기인데, 실제로 은행들이 돈을 버는 때는 요즘같은 'easy money(통화팽창)'가 아니라 'tight money(통화긴축)' 때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시중이 돈이 남아돌다 보니 우량대출처를 찾느라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반대로 시중에 돈이 부족해져 기업들이 먼저 자금조달에 나서는 상황이 된다면 은행들은 그만큼 장사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은행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차기정권, 재래식 부양책 쓰면 경제 결딴나**

문: 내년도 경제상황을 어떻게 예측하는지...

답: 그동안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소비와 주택건설이라는 내수를 통해 높은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가계부채와 주택 붐도 한계에 도달했고, 정부부채도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올해보다는 여러 모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문: 그렇다면 내년초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경기부양책을 쓰겠다고 나설 공산이 커보이는데....93년 YS정권 출범직후처럼 말이다.

답: 그게 걱정이다. 92년 경제상황이 나쁘자, 93년 출범한 YS정부는 '신경제'라는 경기부양책을 펼친 결과 몇년후 외환위기를 자초했다. 내년 상황도 비슷할 위험성이 크다. 경기가 수축기에 들어서면서 재계나 언론 등에서 '정부는 뭐 하느냐'며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라고 난리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자재정이나 돈풀기 같은 '재래식 부양책'은 위험하다. 그런 정책을 펼치면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것이다. 이같은 매크로적 접근보다는 노사관계나 세제 개혁 같은 마이크로적 구조개편 작업에 집중해야 할 텐데, 과연 눈앞의 지지율에 연연해 하는 정권이 그런 인기없는 정책을 택할지 의문이다.

***미국경제 3~5년간 저성장기 겪을 수도**

문: 세계경제의 최대변수인 미국경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답: 스티븐 로치나 FT(파이낸셜타임스) 등은 미국경제가 상당 기간, 구체적으로는 3~5년간 성장률이 3%도 못되는 2%대의 '저성장기'를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간 중에는 경기가 약간 좋아진다 하더라도 과연 좋아지는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조차 구분이 안될 정도로 애매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미국경제가 이런 저성장기를 맞는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연간 평균 5% 성장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어쩌면 앞으로 3~5년간 어려운 시기를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문: 통화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나.

답: 경제를 잘 안다는 분들조차 국내외 상황이 불안하니 금리는 현수준으로 묶고 총액한도대출 등 통화량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말이 안되는 얘기다. 한은이 총액한도대출을 2조원 빨아들이기만 하면 곧바로 시중 콜금리가 오르게 마련이다. 콜금리를 현 수준으로 묶어놓기 위해선 총액한도대출을 줄이는 대신 통안증권 등을 그만큼 발행해야 한다. 총액한도대출 회수 등을 통해서는 과잉유동성 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 문제를 풀려면 정공법으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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