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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이 추진한 포항 지열발전소, 지진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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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이 추진한 포항 지열발전소, 지진으로 돌아오다

이명박 정부 시절 지열발전 추진...원전 안전 논란도 재개될 듯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 큰 타격을 입힌 진도 5.4 규모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였음이 최종 확정됐다. 정부조사단은 2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년여 간 조사 결과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 물 주입으로 인해 발생한 '촉발 지진'이었다고 밝혔다.

포항 지진이 인공 지진으로 결론 내려짐에 따라, 앞으로 포항 시민은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본격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 시민 사회는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를 꾸려 그간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를 찾아 왔다.

한편 포항 지진이 정치적 쟁점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열발전소가 이명박 정부 시절 강행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포항 지진은 인공 지진"

지열발전소가 지진 원인이라는 관측은 그간 여러 연구자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4월 27일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김광희 부산대 자연과학대학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김영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은 '2017년 규모 5.4 포항 지진이 유발 지진일 가능성 평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 유체 주입으로 인해 발생한 유발 지진임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지열발전 시 보통 발전 효율을 올리기 위해 지하 암반에 고압 유체를 주입해 인공적으로 틈새를 만드는 수리자극 작업(물 주입)이 이뤄지는데, 이로 인해 올라간 수압이 유발 지진을 발생시켰을 가능성이 컸다는 게 논문의 주요 내용이었다.

포항지열발전소는 수리자극을 통해 인공으로 지열저류층을 만든 후, 이를 발전에 이용하는 '인공저류지열시스템(EGS)' 방식으로 가동됐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포항 지역의 지진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소 유체 주입 간 상관관계가 명확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간 통용된 이론은 지열발전소로 인해 포항 지진 정도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려면 포항에 주입된 유체량의 800배가 필요하다고 여겨져 왔으나,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땅에 낮은 수압을 가하는 수리자극법으로도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 가능하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날치 <사이언스>에는 포항 지진에 관한 다른 연구 결과도 실렸다. 스위스 연방공과대학(ETH)과 독일 지질연구센터, 영국 글래스고대학 연구팀의 국제공동연구팀 ‘DESTRESS’의 연구 결과인데, 역시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로 인한 유발 지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DESTRESS 연구진은 포항 지진의 진원지와 지열발전 시설의 근접성, 위성 데이터로 추정한 단층 운동 결과 등을 분석한 결과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 과정에서 주입된 유체 압력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포항 지진 본진과 46회 여진이 발생한 지역을 조사한 결과, 이들 지진이 지열발전소 반경 2㎞ 이내에서 일어났고, 지진을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된 단층이 시추공 아래를 통과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 같은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포항 지진이 전부 땅속 3~7㎞ 지점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포항 인근 지역의 자연 지진에 비해 유독 깊이가 얕다는 점도 연구진은 지적했다.

한동대와 포항공대 등 포항지역 학계와 법률가, 사회활동가 등 20명으로 구성된 포항지진공동연구단도 그간 포항 지진은 유발 지진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시민 설명회를 이어왔다. 지열발전소 10㎞ 이내에서 1978년 이후 규모 2.0 이상의 지진도 단 한 차례 관측된 적이 없었다는 점, 물 주입과 미소 지진 시기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 등이 근거였다.

그간 연구 결과와 달리 이날(20일) 정부조사단은 이번 지진을 '촉발 지진'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그 범위와 지진 발생 과정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을 뿐, 인공 지진이었다는 점은 명확히 했다.

이강근 정부조사연구단장(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은 유발 지진과 촉발 지진을 구분한 이유로 "이전에도 물을 주입한 부피나 압력으로 인해 어느 정도까지 지진이 날 수 있다(유발 지진)는 발표가 있었는데, 포항 지진은 그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컸다"며 "범위를 구분하기 위해 (촉발 지진 개념을) 설명할 필요가 있어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아울러 공식 기자회견 후 '이번 지진 원인을 두고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촉발 지진이라는) 결론이 뒤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답했다.

▲ 포항 지진이 인공 지진임이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새로운 공방 쟁점이 부각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연합뉴스

지열발전 사업 MB 정부 때... 정치 쟁점화?

지열발전소가 대규모 지진 원인이었다는 결론이 나옴에 따라 정치적으로도 이번 지진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포항 지열발전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국책사업으로 추진됐다.

해당 계획이 발표된 후 당시 박승호 포항시장과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는 2011년 4월 포항시청 중회의실에서 총 사업비 500억 원 규모의 지역발전소 건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듬해 착공에 들어갔다.

지열발전소는 사업 착수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대체로 지열발전소는 화산이 활발히 형성되는 필리핀,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등에서 효율성이 높은데, 포항은 그 같은 지역과 관계가 멀어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화산지대 국가에서는 땅을 1㎞ 정도만 뚫어도 높은 발전온도를 얻을 수 있지만, 포항은 그렇지 않아 지하 4㎞ 이상으로 땅을 뚫어야 해 발전 효율은 떨어지고 위험은 커진다는 반론이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특히 포항은 경주, 경남 양산, 부산 등지와 연결된 활성단층 지역이고, 지반이 약한 퇴적 지역이라 지진 발생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그간 정부가 지열발전소 위험을 은폐해왔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포항지열발전소가 물 주입을 시작한 때는 2016년 1월 말인데, 이후 발전소 주변에 63회의 미소지진이 발생했다는 점, 그 중 10회는 비교적 규모가 큰 2.0 규모의 지진이었다는 점은 포항 지진 발생 후에야 알려졌다. 이때는 박근혜 정부 집권기다.

실제 20일 연구단의 최종 발표 자리에서도 이 같은 의문이 나왔다. 기자회견장에 상경한 한 포항 시민은 "2017년 4월 15일에 규모 3.2의 전진 있었는데도 같은 해 8월 지열발전이 재개됐다"며 "불과 1년 전 바젤에서 3.4 지진이 지열발전소로 인해 발생하자 스위스는 발전을 중단했는데, 포항은 왜 공사를 재개했는지 밝혀 달라"고 강조했다.

포항 지진이 인재였다는 발표가 난 직후,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스위스 바젤 지역에서 지열발전소로 인한 유발 지진이 발생하자 발전은 중단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 사실을 (정부가) 모를 리 없었을 텐데도 이명박 정부 당시 관계자들은 지열발전소를 무리하게 설치, 가동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진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만큼, 정부는 책임 소재를 가리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 역시 이번 지열발전소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얽힌 쟁점화가 이어질 경우, 이 점을 강조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원전을 둘러싼 논쟁도 다시금 커질 가능성이 있다. 포항에 그간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있었음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돼, 인근 지역이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정된 만큼, 인근 원전 부지가 지진 위험에 취약할 수 있다는 환경단체의 의견이 다시금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이강근 교수는 "한반도 동남부에 강한 압축력이 작용해 임계상태에 다다른 단층이 여럿 있을 수 있다"며 "포항 지진의 경우 임계상태에 다다른 단층을 지열발전소가 자극해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포항 단층이 아주 특별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즉, 원전이 밀집한 경주나 울진 부근에도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있을 수 있고, 이들 단층도 상황에 따라서는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 정부조사단이 2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포항 지진 발생 원인을 최종 발표하고 있다. ⓒ프레시안(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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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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