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으로 시작된 분식회계 사태는 이제 미국 제2위의 장거리전화사업자 월드콤이 세계기업사상 최대규모의 파산기록 갱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경까지 왔다.
27일(현지시간)에는 미간판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의 분식회계설이 뉴욕증시에 나돌아 GM의 극구부인에도 불구하고 한때 거래가 중단되고, 주가가 창업이래 최저수준으로 폭락하기에 이르렀다.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식의 극도의 불신감과 배신감이 지금 월가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세계언론은 연일 분식회계로 전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월가 기업들의 부도덕한 행각을 보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마위에 오른 미국의 내로라 하는 기업만 해도 월드콤, 엔론, 앤더슨, 메릴린치, 아델피아, 제록스, 타이코 등 17개에 달한다. 한 유럽 CEO의 표현대로로 미국기업은 지금 '도덕적 암'에 걸려 있는 셈이다.
이들 분식회계 기업의 리스트와 혐의 내용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월드콤**
전세계 기업 역사상 최대규모의 분식회계를 자행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순익을 38억달러나 부풀렸다. 창업자 버니 에버스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식을 사들이는 데 회사돈 3억8천만달러를 대출받기도 했다.
***엔론**
이중 장부 등으로 조직적인 사기극으로 수익을 부풀리고 부채를 숨긴 사실이 드러났다. 엔론은 이 과정에 부시 대통령 진영에 거액의 선거자금을 대는 등 추악한 로비를 펼친 사실도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엔론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앤더슨**
엔론의 공범자로 낙인찍힌 세계최대의 회계법인이다. 엔론 관계 서류를 파기한 혐의로 지난 15일 사법방해죄로 유죄평결을 받았다. 이로써 앤더슨은 사실상 폐쇄된 상태다.
앤더슨이 부정회계로 문제가 된 것은 사실 엔론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쓰레기처리업체 웨이스트 매지니먼트사와 관련해서도 벌금을 물었다. 앤더슨 사건은 일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회계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메릴린치**
기업의 분식회계 사건이 연속해서 터지자 월가의 투자은행들도 금융당국의 조사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무가치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주식들을 투자자들에게 매수하길 권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이처럼 '허위조언'을 한 이유는 투자은행의 고객인 기업으로부터 일거리를 따내기 위해서였다.
메릴린치는 유죄를 인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뉴욕주 엘리엇 스피처 검찰총장과 1억 달러의 합의금을 내놓기로 타협을 보았다. 메릴린치는 이를 계기로 애널리스트의 보수와 투자은행업 수익과 연결시키는 행위를 일체 중단하기로 했다.
***아델피아**
미국 제6위의 케이블 TV사업자인 아델피아 커뮤니케이션스는 창업주 존 리가스 등이 31억 달러의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지난 6월25일 파산신청을 했다. 지난 2년간 수익을 조작했으며 케이블 TV가입자 수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의 회계법인 들로이트 & 투치는 큰 망신을 당했다.
***제록스**
복사기업체 제록스는 지난 4년간 엉터리 회계로 수익 중 30억 달러 가량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는 이에 지난 4월 제록스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제록스는 증권거래위원회와 소송 취하를 위해 합의금을 놓고 협상한 결과 1천만 달러의 합의금을 내놓고 4년간의 거래내역을 다시 작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떠한 잘못을 했다고 시인하거나 부정하지는 않았다.
1천만 달러의 벌금은 부실회계와 관련해 증권거래위원회가 상장기업에 부과한 최대액수다.
그러나 28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제록스의 부정회계규모가 6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도했다. 만일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사상 최대였던 월드콤의 회계부정규모 38억 달러 기록을 다시 갱신하는 셈이다.
***타이코**
타이코의 창업자 데니스 코즐로프스키는 6월초부터 1천3백만 달러 상당의 미술품을 구입하면서 1백만 달러를 탈세한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코즐로프스키 개인에 국한된 사건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가 타이코의 부실회계 적발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타이코는 지난주 2천만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전임원 프랭크 월시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글로벌 크로싱**
하이테크산업의 기린아였던 글로벌 크로싱은 광섬유 통신네트워크 사업자로서 지난 1월28일 파산신청을 했다. 이 회사는 장부상 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작하다가 금융당국에 의해 적발되었다. 게리 위닉 회장 등 임원들도 주식 내부 매각과 관련해 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
***컴퓨터 어소시에이츠**
수익 실적 악화를 발표하기 며칠전 10억 달러의 주식을 창업주 찰스 왕과 임원들이 나눠가진 혐의로 SEC가 조사하고 있다.
***듀크 에너지**
같은 가격과 같은 시간에 에너지 사업자끼리 사고 파는 방법으로 지난 3년간 10억 달러매출을 부풀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다이너지**
SEC는 다이너지가 현금흐름을 부풀리기 위해 협력업체들에게 가스 구매를 요청한 이른바 '프로젝트 알파' 합의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아임클론 시스템스**
생명공학업체인 아임클론 창업주 샘 왁살이 FDA가 아임클론의 암치료 신약 '에르비툭스' 승인 신청을 기각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가족들에게 회사 주식을 사전에 팔도록 해 내부자 주식 거래 혐의로 체포되었다. 지난해 12월 28일 FDA의 신약 승인 신청 기각하기 하루 전 아임클론 주식 3천9백28주를 22만8천달러에 매각한 것.
꽃꽃이, 요리, 여성지 등으로 유명한 마사 스튜어트 리빙 창업자이자 TV사회자, 칼럼니스트 마사 스튜어트도 아임클론 주식 내부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K마트**
회계방법을 변경해 수익을 부풀린 혐의로 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
***루슨트 테크놀로지**
회계처리 시점을 조정해 2000년 매출을 6억7천9백만 달러나 부풀린 혐의로 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
***네트워크 어소시에이츠**
소프트웨어 판매의 회계처리시점 조정 혐의를 받고 있다.
***페레그린 시스템스**
3년에 걸쳐 1억 달러 상당의 매출회계처리 오류가 발생해 SEC가 조사중이다.
***퀘스트**
미국 제4위의 지역전화회사인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스는 회사 자산과 인터넷 장비 거래의 부실회계처리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조지프 나치오 전 CEO에게 스톡옵션을 제외하고도 2천7백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해 주주들로부터 강력한 항의에 직면했다.
***라이트 에이드**
회사 수익을 부풀리고 투자자를 기만한 혐의로 SEC로부터 전경영진들이 23억 달러에 달하는 세전소득에 대해 다시 작성하도록 명령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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