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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式 vs 김승유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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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정태式 vs 김승유式

2002년 금융전쟁-3가지 관전 포인트

올해가 ‘금융전쟁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이미 은행권은 ‘반(反) 국민은행 연합전선’ 구축 움직임이 부산하다. 하나은행은 제일은행, 신한은행은 한미은행, 조흥.외환은행은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위해 최고경영자(CEO)들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5, 6개 은행만 남게 될 전망이다.

IMF사태 발발 직후 우리나라의 은행 숫자가 17개였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금융개혁에 관한 한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셈이다. 국제경제계에서 “김대중정부의 4대 개혁 가운데 그래도 금융개혁만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02 금융전쟁의 세 가지 관전 포인트**

‘2002 금융전쟁’에는 몇 가지 관전(觀戰)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 반(反)국민은행 연합이 어떤 형태로 짜여질 것인가이다. 합종연횡(合從連衡) 가운데 합종(合從)이 과연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인가이다.

두 번째, 국민은행이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합종연횡 가운데 연횡(連衡)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가이다.

세 번째,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합병방식인 ‘대등합병’과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선호하는 ‘인수합병’ 방식 가운데 어느 쪽이 보다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이다.

***지금은 합종연횡의 시대**

작금의 금융전쟁을 ‘합종연횡’ 국면으로 규정한 인물은 지난해 국민,주택은행 합병을 성공시켜 금융전쟁의 폭풍을 몰고온 당사자인 김정태 국민은행장이다.
그는 합병은행 출범직후인 지난해 11월말 한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전개될 금융계 상황을 ‘합종연횡’이라는 중국고사에 빗대어 설명한 바 있다.

“최근 일부 은행의 합병 움직임은 기원전 4세기말 중국 전국시대의 최강자인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6개 소국의 단결을 주장한 소진의 합종책과 같다. 합종책은 강자에 대항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러나 이는 전체가 뭉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덩치 큰 은행과 작은 은행들이 손을 잡는 것 또한 진나라의 장의가 주장한 연횡책이라고 할 수 있으나 결국 이 방책도 큰 나라의 속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나라의 금융상황은 이미 2400년전에 예견됐던 것과 다를 바 없다. 상대방의 병법이 변하니 끊임없이 상대방의 전략을 파악하여 대응하겠다.”
흥미로운 비유이다. 동시에 이는 앞으로도 다른 은행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 오더라도 국민은행이 계속해 국내금융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김행장의 지적대로 전국시대의 합종연횡이란 강자가 아닌 ‘약자의 생존방식’이었다.
진, 위, 조, 연, 제, 초, 한 등 이른바 칠웅(七雄)이 대륙을 쟁패하던 중 진나라가 가장 먼저 중국 서부대륙을 일통하며 최강자로 부상했다. 그러자 중국 동부대륙에 해안선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나란히 존재하던 나머지 여섯 나라에 비상이 걸렸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이때 두 명의 책사가 나섰다.
여러 나라를 떠돌고 있던 소진(蘇秦)은 연나라를 시작으로 여섯 나라 왕들을 차례로 만나 “진나라 밑에서 쇠꼬리가 되느니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고 설득해 여섯 나라를 종(從:세로)로 연합시켜냈다. 이것이 ‘합종(合從)’이다. 합종을 성공시킨 소진은 그 공로로 여섯 나라의 재상직을 한 몸에 겸하고 여섯 나라 왕이 모인 자리에서 의장 노릇을 하는 등 사실상 여섯 나라의 절대군주로 군림했다.

그러자 진나라의 사주를 받은 위나라의 장의(張儀)가 반격에 나섰다. 그는 “합종이란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할 뿐, 강한 진나라와 불가침협약을 맺는 것만이 베개를 높이 하고 편히 잘 수(高枕安眠) 있는 길”이라며 진나라의 무력을 앞세워 여섯 나라 왕들을 각개 격파해 각국이 진나라와 개별 동맹을 맺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연횡(連衡)’이다.
합종을 깨는 데 성공한 진나라는 그후 여섯 나라를 각개 격파해, 마침내 대륙을 일통할 수 있었다.

김정태 행장이 합종연횡이라는 고사를 인용한 이면에는 진나라와 마찬가지로 국민은행이 어떤 도전이 있더라도 앞으로 국내 금융계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합종,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문제의 김정태 행장이 지난해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전망을 했다.

“어떤 은행은 노조가 감원에 반발하다가 결국 받아들여 빨리 합병할 것 같고, 다른 곳은 대주주의 이해를 조정하느라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우리 은행은 내년(2002년) 1년동안 통합에 주력할 생각이므로 다른 은행을 더 인수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김행장이 노조의 반발 운운한 대상은 하나은행과 제일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제일은행을 인수합병하기 위해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릿지 캐피탈과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중이다.
김행장이 대주주 이해 조정 운운한 대상은 신한은행과 한미은행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한미은행과의 합병을 위해 JP모건을 중개로 협상을 추진중이다.

김행장이 전망했듯, 지금 은행권에서는 반(反)국민은행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합병 움직임이 거세며 금명간 가시적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과 제일은행간 합병은 제일은행이 본격적인 감원작업에 들어감에 따라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의 한미은행 합병 작업은 한미은행 최대주주인 미국의 칼라일 펀드와 하영주 한미은행장의 미온적 태도로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의 적극적 태도와 한미은행의 주주중 하나인 JP모건의 적극적 중재 노력으로 물밑 협상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하나은행과 제일은행간 합병, 신한은행과 한미은행간 합병 논의는 국민은행이라는 절대강자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합종책’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합종책이 성공할 경우 국민은행의 독주로 대변되는 현재의 은행 역학구도에는 적잖은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현재의 국민은행 독주라는 ‘전국시대’에서 국민과 나머지 두 합병은행이 패권을 다투는 ‘삼국시대’로의 전환까지도 예상된다.

***합종에 대응하기 위한 연횡책 작동될 것인가**

이처럼 판도가 ‘삼국시대’로 재편될 경우 국민은행은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가.

김정태 행장의 앞의 인터뷰에서 “우리 은행은 1년동안 통합에 주력할 생각이므로 다른 은행을 더 인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는 추가합병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금융계에 소수에 불과하다.
반국민전선이 옥조여 오는 데 손놓고 가만히 있을 김행장이 아니라는 관측이다.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듯, 김행장은 신년사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제2, 제3의 합병이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누가 더 빨리 성공적인 통합을 이뤄 경쟁력을 갖추느냐 하는 속도전이 전개될 것이다.”

‘속도전’이라는 이 말에는 김행장의 긴장감이 일부 반영돼 있다. 김행장은 원래 ‘스피드 경영’으로 유명하다. 중요한 결정을 머뭇거림 없이 신속히 내리고 이를 과감히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그런 만큼 그가 신년사에서 국민,주택 통합에 속도를 붙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머릿속에 그 다음 작업을 상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금융계에서는 김행장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 합종책이 아닌가 관측하고 있다.
합종이란 연횡을 깨기 위한 전술이다. 구체적으로는 연횡에 가입하려는 은행을 자신쪽으로 끌어들여 연횡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대상이 한미은행이다.

한미은행은 현재 신한은행으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한미은행의 대주주중 하나인 JP모건이 이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러나 한미은행 최대주주인 칼라일 펀드과 하영구 행장의 생각은 다소 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칼라일과 하행장이 이처럼 상대적으로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민은행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합종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칼라일은 국민,주택 합병에 앞서 주택은행과의 합병에 강한 관심을 보였으며, 하행장 역시 합병후 주가상승 가능성이 훨씬 큰 국민은행과의 합병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02 합종연횡의 최대 변수는 한미은행인 것이다.

***김정태식과 김승유식의 대결**

2002 금융전쟁의 또다른 관심사는 ‘김정태식’과 ‘김승유식’ 가운데 어느 쪽의 합병방식이 보다 큰 성과를 가져올 것인가이다.

김정태행장이 국민,주택은행간 합병을 결정하자 당시 금융계는 물론 전문가와 언론 등에서도 많은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과연 소매금융을 하는 두 은행간 합병이 덩치를 키우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는 있겠으나, 질적 도약이라는 ‘기술의 경제’를 실현할 수를 실현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었다. 또한 과도한 중복점포를 정리하려다 보면 대량감원이 불가피해 노조의 반발 등으로 은행합병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실제로 합병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뒤따랐다. 지난해 11월1일 합병은행이 출범하기까지 거의 1년간 두 은행은 노조의 반발 등 합병과정의 진통을 무마하느라 거의 다른 일은 돈을 대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합병후 상황이 달라졌다. 김정태 행장은 대량감원이라는 노조의 우려를 단기간에 불식시켰다. 그는 1천1백여개의 거대 점포를 줄이기는커녕 도리어 올해 3백개의 프라이빗뱅커(PB) 중심 미니점포를 신설키로 했다. 중상류층이 거주하는 고급주택 및 아파트단지에 4~5명을 한 팀으로 하는 프라이빗뱅커(개인자산관리자)들을 대거 투입해 중.상류층 고객을 대거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김행장이 약속대로 감원 대신에 확장전략을 구사해 나가자 합병은행의 불안감은 급속히 진정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일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규모를 키움으로써 합병에 따른 감원요인을 해소하는 ‘김정태식 합병’의 성공이다.

김정태식 합병과 대조적인 것이 김승유식 합병이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국내은행장 가운데 가장 합병경험이 많은 행장이다. 그는 IMF사태후 보람은행을 합병한 데 이어 충청은행도 인수했다. 2000년말에는 칼라일 펀드의 반대로 막판에 결렬되기는 했으나 한미은행과의 합병도 성사직전까지 갔었다.
그는 지금 제일은행과의 합병을 적극 추진중이다.

김승유행장의 합병 방식중 주목해야 할 대목은 그는 ‘대등합병 불가론자’이라는 점이다. 그는 그동안 수차례 공개석상에서 “대등합병은 불가능하다. 한쪽이 다른쪽을 인수하는 방식이어야만 신속하면서도 성공적인 합병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는 김행장은 보람은행과 외형상으로는 대등합병 방식을 취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인수합병 방식으로 통합을 조속히 매듭지었고, 충청은행도 그런 식으로 흡입했다.
지금 제일은행과의 협상도 인수합병 방식에 따라 진행중이다.
그는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릿지캐피탈에 대해 전체인력의 30%를 감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점장급 중간간부이상 인력의 대대적 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형적인 인수합병 방식이다.

***한국형과 서구형의 대결**

이같은 김승유식의 합병은 기업인수합병의 정통적 합병방식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금융계에서는 김정태식의 합병이 성공 가능성을 보이면서, 과연 김승유식을 고집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적잖이 일고 있기도 하다. 김승유식 합병방식이 합병후 신속한 통합을 담보하기는 하나, 내부적으로는 적잖이 갈등요인을 잠복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직원의 감원없이 합병후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하는 김정태식 합병이 보다 효율적인 게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김정태식 한국형 합병방식과 김승유식 서구형 합병방식 가운데 어느쪽이 시장에서 보다 높은 점수를 얻게 될지, 이 또한 2002 금융전쟁을 지켜보는 주요 관전 포인트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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