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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행장 '대장정'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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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정태 행장 '대장정' 돌입

한달간 舊국민은행 직원 40%와 만나기로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그 유명한 ‘대장정(大長征)’이 또다시 시작됐다.

지난 1일 정식으로 국민,주택 통합은행인 ‘국민은행’의 행장이 된 김정태행장은 8일 오후 분당 일대 구 국민은행의 영업점들을 찾아 새로이 한 식구가 된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어 이날 저녁에는 분당 코리아디자인센터에 성남, 광주, 여주, 하남, 이천, 용인 등 이른바 ‘동부지역’ 일대의 구 국민은행 지점장 및 직원들 2백명을 모아 놓고 상견례를 겸한 식사자리를 가졌다.

김행장은 이날 모임에서 왜 많은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해야 했으며, 앞으로 합병은행이 초일류은행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자신이 할 일과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의 방향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직원들과의 대화가 끝난 뒤 ‘위하여’를 선창하며 술잔을 돌렸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 달 동안에 구 국민은행 직원의 40%와 만날 계획**

김행장은 8일 구 국민은행 직원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오는 12월10일까지 한달여 동안 전국을 17개 단위로 쪼개, 한 단위당 30~40개 지점의 직원들과 함께 같은 식의 만남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그는 이 기간중 새로 식구가 된 구 국민은행 직원의 40%에 해당하는 4천2백60명과 상견례를 갖는다는 강행군 일정을 짜놓고 있다.

평소 행장의 바쁜 일정을 고려하면 부득이한 공식일정을 빼놓고는 거의 매일같이 오전에만 근무하고 오후에는 전국을 돌며 직원들과의 만나는 강행군을 계속할 예정인 셈이다.
김행장은 대장정 돌입에 앞서 열린 임원회의때 임원들에게 “앞으로 한달 동안 영업점에 가서 살 테니 꼭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하라”며 “그러나 가능하면 나에게 전화를 안하는 게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농담 섞인 출정사를 했다.

김행장이 이처럼 강행군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합병과정의 진통이 컸던 만큼 단기간에 한 식구가 되기 위해선 자신이 직접 구 국민은행 직원들과 만나 속내를 터놓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행장은 통합 직후 “앞으로는 구 국민은행이니 구 주택은행이니 하는 표현이나 통합은행 또는 양 은행 같은 표현도 절대로 쓰지 말라”고 지시한 뒤 이를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보낼 정도로 ‘유기적 통합’을 단기간에 달성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김행장은 실제로 통합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통합 전에 노조의 합병반대 문제와 하이닉스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며 “두 문제가 모두 원만히 해결된 만큼 이제부터는 모든 게 일사천리로 잘 풀려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행장의 한 측근은 “정식으로 합병이 되기 한참 전에도 김행장은 TV 스포츠 뉴스에서 국민은행 농구팀이 다른 팀에게 지는 것을 보고서는 분을 삭이지 못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국민은행을 한 식구로 여겨왔다”며 “98년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택은행에 취임해서 단기간에 전국지점을 돌며 직원들과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던 김행장 특유의 저돌성이 또다시 작동한만큼 합병과정의 불협화음은 금명간 해소될 것”으로 낙관했다.

***99~2000년의 1차 대장정**

실제로 김행장의 ‘대장정’은 주택은행장 시절부터 유명했다.
김행장은 98년 8월 취임후 전체적 개혁방향을 잡은 직후인 지난 99년초부터 대장정에 나서 그해 한해에만 79개 지점을 돌며, 2천3백50명의 직원과 강연후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해 들어서도 지점 순방은 계속돼 그해말까지 모두 3천6백여명의 직원들과 식사를 같이 하며 술잔을 돌렸다. 전체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이는 한국의 은행사상 초유의 기록이었다. 김행장은 자신이 직접 가보지 못한 지점에는 부행장들을 주기적으로 보내 직원들의 애로사항과 의견을 듣도록 했다.

종전에 행장이란 은행 안에서 ‘절대 황제’였다. 대다수 지점의 경우 행장 방문이 최초였다. 당연히 각 지점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며칠 전부터 지점을 단장하느라 난리법석을 피웠고, 어느 지점에 갔더니 개점후 최초로 지점을 방문해줘서 고맙다고 꽃다발 증정식까지 벌였다. 과거의 행장들이 얼마나 절대권력으로 위에서 군림해 왔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었다.

직원들은 신문지상이나 TV에서나 접하던 하늘같은(?) 행장과 마주하자 처음에는 대단히 어려워했다. 그러다가 행장 강의를 듣고 식사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의외로 ‘소탈’했다. 행장과 직원간 거리가 좁혀졌다. 나중에는 감히(?) 행장에게 술잔을 돌리는 말단직원들까지 나타났다. 술자리가 파한 뒤에는 행장의 팔을 잡고 반강제로 노래방으로 끌고 가는 여직원들도 있었다.

김행장이 ‘발품’을 판 대가는 분명했다. 지점 직원과의 대화는 김행장이 추진중인 개혁에 대한 은행 내부의 폭넓은 공감대 확산으로 나타났다. 김행장 측근의 표현을 빌면 마오쩌뚱이 대장정 과정에 거둔 것과 같은 밑뿌리 지지세력을 확보한 셈이다.

***“김행장, 중병에 걸린 게 아니냐?”는 루머가 돌기도**

쉬지 않고 전국 지점을 돌며 직원들과 술자리를 같이 하고 그날 밤 늦게서야 서울 이촌동 집으로 귀가하는 강행군을 계속하자 당연히 피로가 쌓여갔다. 한 동안 김행장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가시지 않고 꺼칠했는데, 이에 한 때 은행권에는 “김행장 얼굴 빛이 좋지 않은데 무슨 중병에 걸린 게 아니냐” “김행장의 간 상태가 대단히 좋지 않다더라”는 루머가 돌기까지 했다.
김행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지점 순회를 멈추지 않고, 직원들에게 현재 진행중인 개혁 방향을 설명하며 적극적 동참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 특히 “금융업은 결국 사람장사”라며 부단한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은행의 행장, 본부직원, 점포직원의 자질이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시스템은 몇 달만에 세계 수준의 은행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나, 직원 자질만은 수개월만에 만들 수 없다. 앞으로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 거리로 내몰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을 시켜주겠다. 그러나 공부는 결국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이다. 업무에 바쁘더라도 공부를 해 개인의 가치를 높여라. 고객들의 광범위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99.6.3 원주지점에서)

“자기개발 노력을 철저히 해달라. ING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으니, 앞으로 선진은행을 견학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실력을 쌓아서 외국은행과도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춰라. 남들이 놀 때 덜 놀고 공부하고 노력하자.”(99.8.10 대구지점)

***“대장정 기간에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그는 지점 순회 기간에 한 교육 약속을 실천에 옮겼다. 올해 들어 김행장은 교육훈련비로 1백54억원을 책정했다. 담당부서에서 올린 예산을 무려 다섯 배나 늘린 것이다. 이 금액은 일반 은행 평균의 3배가 넘는, 은행권 최고의 액수이기도 했다. 8천9백여명의 전 직원이 1인당 1백70만원 이상을 자질개발을 위한 연수비로 지원받게 되는 셈이다. 연수과정도 집합연수, 통신연수, 사이버연수, 파견연수, 해외연수, 외국어 연수 등 다양했다. 각 과정별로 연수받게 되는 총 연인원은 2만7천2백82명에 달하는데, 이는 직원 1인당 평균 3과정 이상을 연수받는 꼴이다.

김행장은 특히 올해부터 연세대, 고려대와 산학 협동시스템을 구축하여 영업점의 전체 대리급 이상 직원 2천명에 대해 1개월씩 대학에 파견하여 영업점 창구 관리자를 위한 고급 금융지식과 전문 실무 지식을 습득케 하는 파격적 조치를 취했다. 지점을 돌면서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김행장은 그 대신 본부의 핵심부서에 대해서는 이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주는 동시에, 외부에서 능력있는 인사들을 과감히 스카웃했다. 자본시장 업무 등 핵심역량 부문은 연수 등을 통해 단기간에 키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김행장은 IR(투자설명회) 담당, 기금관리 담당, 카드사업 담당 등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계약조건은 주택은행의 기존 임금 체제와는 다른 철저한 서구식 성과급제였다. 이렇게 영입한 외부인사가 1백10명에 달하는데, 이 중에는 자본시장 본부, 기금관리 본부, 카드사업 본부장 등 부행장급 임원 3명도 포함돼 있었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이들 외부인사들 대다수가 먼저 “주택은행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줄 CEO와 일하고 싶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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