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3일 차세대전투기(F-X) 선정방식과 관련, 기술이전 및 계약조건의 가중치를 낮추고 대외관계 등의 변수를 중시하기로 함에 따라 미국 보잉사의 F-15K 도입을 위한 정지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미국 보잉사와 치열한 경합을 벌여온 프랑스의 라팔사가 미국에게 F-X사업을 넘기기 위한 꿰어 맞추기식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오는 3월로 예정된 F-X 선정을 둘러싼 한차례 심각한 국내외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국방조달본부에서 미국의 보잉 등 4개 경쟁업체 등을 대상으로 입찰설명회를 열고 새로운 기종결정 방법을 공개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날 설명에서 “그동안의 검토 및 대내외 의견수렴 결과를 토대로 F-X사업 기종결정을 위한 평가는 가격경쟁 효과를 높이고 한국의 안보환경을 고려하여 2단계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먼저 1단계 평가는 수명주기 비용, 임무수행 능력, 군운용 적합성, 기술이전 및 계약조건 등 4가지 요소를 평가하며 요소별 가중치는 산ㆍ학ㆍ연ㆍ군 전문가의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각각 35.33%, 34.55%, 18.13%, 11.99%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다음 2단계 평가는 1단계 평가결과 최우수 기종과 타 기종간의 득점차가 근소치(3%) 이하일 경우에만 실시하게 되며 2단계 평가에서는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 ‘대외관계에 미치는 영향’ ‘해외시장 개척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이같은 평가방식은 “국방부, 합참, 공군, 조달본부, 국과연, 국방연 등에 근무하는 군 관련인사뿐 아니라 업계 및 외부 전문가 2백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평가를 요소를 결정하고 평가요소별 가중치를 부여해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국방부의 새로운 선정방식에 대해 그동안 미국 보잉사와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던 프랑스의 라팔사는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강력반발하고 있다.
라팔사 관계자는 3일 “1단계 평가기준 가운데 수명주기(라이프 사이클) 비용이나 기술이전 조건, 비용대비 효과 등에서 라팔사가 우위에 있기는 하나 군운용 적합성이나 임무수행능력과 같은 애매한 조항이 들어간 것은 수용하기 힘든 기준”이라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2단계에서 대외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항목은 미국 보잉사 제품을 구입하기 위한 대목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방부가 발표한 2단계 평가방법을 도입하려면 3~4년전에 미리 계획을 세우고 발표했어야 됐다”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잉사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보잉사의 F-15K는 80년대 기종으로 이미 일본도 F-15J를 퇴역시키며 미쓰비시가 만든 F2를 쓰기 시작한 단계”라며 “오는 2008년부터 2040년까지 사용할 비행기로 구식을 사용하면 정권차원에서 언론의 지탄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라팔이 이처럼 펄쩍 뛰는 분위기인 데 반해 보잉측은 상대적으로 느긋해 하는 분위기다.
보잉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국방부 자체 결정이지 우리가 어떤 액션을 취한 적은 없다"며 "일각에서 문제삼고 있는 수명주기도 중고를 사오는 것이 아니라 새것을 구입하는 것인만큼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보잉 제품이 아닌 전투기를 구입할 경우 한국군은 유관 전투병기도 교체해야 하는만큼 결과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방부는 금명간 평가작업을 마치고 3월께 차세대전투기 기종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어서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둘러싼 한차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은 그동안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보잉사 제품 구입을 압박해 왔으며,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 등은 한국의 국방장관이 보잉사를 위해 로비를 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미국의 보잉사가 지난해말 미국 차세대전투기 사업에서 탈락한 점을 들어 금명간 단종될 구형제품인 F-15K를 구입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제기돼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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