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차세대전투기(FX) 선정작업에서 미국 보잉사의 F-15K가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보잉사가 사운을 걸고 격돌한 미국내 차세대전투기(JSF) 입찰경쟁에서 최근 미국의 록히드 마틴사에게 참패함에 따라 F-15K 입찰경쟁은 물론, 아예 전투기 사업부문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만약 미국측 압력에 굴복해 F-15K를 차세대전투기로 선정할 경우 국내외적으로 심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 분명해, 차세대전투기 선정 자체가 내년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와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의 유력언론매체는 21일(미 현지시간) 일제히 4천억달러(우리돈 5백20조원)에 달하는 미국 차세대전투기 JSF(Joint Strike Fighter) 선정작업에서 보잉사가 록히드 마틴사에게 패배했으며, 미 국방부는 오는 26일 이 사실을 공식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JSF 발주규모는 현행 미국주력기인 F-16을 대체하는 데 2천2백50억달러 및 향후 25년간 미국 동맹국들에게 판매할 1천1백75억달러 등 도합 4천억달러에 달하는 사상최대 규모이다. 미공군은 오는 2008년부터 JSF 3천대 가운데 60%를 우선 구매하고, 나머지는 해군과 해병대, 그리고 영국 몫으로 배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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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사 F-15 생산중단하고 전투기부문에서 철수할듯**
톰 버비지 록히드 JSF 프로그램 이사는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계약은 전투기 생산업체들의 사활을 가르는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5년전인 지난 96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차세대전투기 선정작업이 참여업체의 사운을 걸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까닭은 펜타곤(미 국방부)의 수주방식 변화 때문이었다.
펜타곤은 탈락기업을 하청이나 공동개발 형태로 참가시켜주던 기존 관행을 깨고 주계약 기업에 사업 전체를 맡기는 ‘완전 단독수주(Winner-Takes-All)’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탈락기업은 10년내 해당 분야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펜타곤이 단독수주 방식을 택한 이유는 단일 생산라인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기술혁신을 자극해 당초 업체들이 4천만달러로 제시했던 대당 가격을 3천만달러전후로 낮추기 위해서였다.
JSF는 공군, 해군, 해병대 공용기종인 데다가 전투기 분야에서 당분간 대형 프로젝트가 없어 양사는 JSF사업 수주에 사운을 걸어왔다.
지금의 주력기종인 F16(록히드 마틴사)과 F/A18(보잉사)은 앞으로 모두 단일엔진, 1인조종, 초경량 초음속, 스텔스, 전천후인 JSF로 대체될 예정이다. JSF는 다목적 첨단 전투기로 2013년 이후에도 계속 생산될 유일한 유인 기종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까지 록히드의 F-16, F-22, 그리고 보잉의 F/A-18은 단종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의 승자가 앞으로 전투기 생산의 유일한 공급자가 되는 반면, 패자는 전투기 사업에서 영구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이 방위산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F-18 전투기와 C-17 화물수송기를 만들어 온 보잉사는 JSF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전투기 사업에서 철수하고 대형 수송기와 급유기 등을 생산하는 회사로 남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록히드는 전투기 독점생산업체로 군림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탈락시 기종선정을 무산시킬 가능성 커**
미국 보잉사가 미국 차세대전투기 사업에서 탈락하면 자동적으로 국내 차세대전투기 기종 선정에서도 밀려나게 될 것으로 군수업체 에이전트들은 보고 있다.
한 유럽계 에이전트는 "보잉사가 한국에 사실상 2년전부터 생산을 중단한 낙후기종인 F-15K 판매를 강요한 이유중 하나는 미국 차세대전투기에 선정이 되더라도 본격생산을 시작할 2008년까지 하청공장들이 가동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며 "보잉사가 미국 차세대전투기 선정에서 떨어진다면 더이상 F-15K 판매를 강요할 필요가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미국정부는 보잉사의 탈락이 분명하다면 그냥 떨어져 나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예 기종 선정을 무산시키고 차기 미국산 전투기를 채택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 국방부도 연내 결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미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말까지 최적기종을 선정한다는 종전 계획에는 변함이 없지만 시한을 못박아 일을 하다 보면 불명확한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며 “우리 군의 요구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연말을 넘길 수도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올해 FX사업 예산 1천2백25억원이 내년으로 이월될 경우 미 보잉사, 프랑스 다쏘사, 유럽 유러파이터사, 러시아 수호이사 등 참가업체들과 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 진행중인 협상에서의 업체 제안내용(가격, 기술이전, 절충교역 등)은 일단 올해말까지만 유효한 것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업체들이 인플레율을 감안, 가격을 높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공군 관계자들은 기종선정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선거, 월드컵 등 대형이슈들로 인해 결국 기종 선정이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보잉사측 관계자는 "미국 차세대 전투기 기종선정은 오는 26일에 발표되므로 보잉사가 제외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이로 인한 F-15K 탈락 가능성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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