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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없는 90분…文대통령 '1인 2역' 방어전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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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없는 90분…文대통령 '1인 2역' 방어전 결과는?

예상 질문 '술술', 언론인 차출 등 돌발 질문에는 당황한 기색도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90분간 기자들과 각본 없는 질의 응답을 주고 받았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경제 문제 등 예상 질문에 막힘 없이 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노동 정책 후퇴', '청와대 언론인 차출 문제' 돌발 질문에는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무대에 홀로 마이크를 잡고 사회자와 답변자 역할을 동시에 했다. 청와대 비서진들은 관객석으로 빠졌다. 이번에 물러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사회를 보고 문 대통령이 있는 무대에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앉아 있었던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청와대 영빈관을 채운 내외신 기자 180명의 상당수가 문 대통령의 호명을 받기 위해 매번 손을 들었다. 문 대통령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복을 입고 온 기자도 있었지만, 질문자로 호명되지는 못했다.

기자석에 첫 웃음이 터진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협정을 맞바꾸기 위한 북미 간 '패키지 딜'의 구체적인 방식을 묻는 질문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이 답변 대신 "기자님이 (패키지 딜이 필요하다는) 방안을 다 말씀해주셨으니, 저도 그렇게 설득하겠다"고 말하면서다. 대신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중재안을 추가로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미국 측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독려할 수 있는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 개편의 의미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문 대통령은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인사로 친문 색채를 더 강화했다는 평가가 안타깝다"며 "청와대는 다 대통령 비서여서 친문이 아닌 사람이 없는데, 노영민 실장을 '더 친문'이라고 하면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크게 섭섭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는가 하면 "경제 정책을 바꾸지 않으려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 정책이 왜 필요한지,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면서 "보완은 얼마든지 하겠지만, 오히려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이미 충분히 말씀 드렸기 때문에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로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서도 문 대통령은 진땀을 뺐다. 즉답을 피하는 대신 문 대통령은 "노동계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도 우리 전체 경제가 함께 살아나는 과정에서 가능하다"며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는 건 좋지만, 그것이 우리 경제와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나가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에 사실상 고통 분담을 요구한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

김태우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의 '민간인 사찰 폭로'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의도 불순'으로 매도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예상 질문이라는 듯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답변했다. 김태우 수사관의 경우 본인의 일탈을 본인이 폭로한 격이고, 신재민 전 사무관의 경우는 본인 소신과 다른 정책 결정을 좁게 해석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취지였다.

윤도한 신임 국민소통수석(MBC), 여현호 신임 국정홍보비서관(한겨레) 등 언론인을 청와대로 차출하는 문제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비판한다면 비판을 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일부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곧 이어 문 대통령은 "언론 영역에서 공공성을 살려온 분들이 역시 공공성을 살려야 할 청와대에 와서 청와대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게 해준다면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예정된 80분을 10여 분 넘겨 생중계된 신년 기자회견이 끝나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비교적 무난하게 잘 마친 것 같다"면서 "허를 찌르는 질문들이 나와서 재미를 더했다. 언론인들 청와대 차출 같은 질문에 대해 '청와대 공공성을 지킬 수 있다'는 답변을 들으니 새롭더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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