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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의 가장 무서웠던 적,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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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의 가장 무서웠던 적, 우울증

[최재천의 책갈피]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짐승 같은 놈'이라고 흉악범죄자를 비난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종(짐승)들에게 몹시 부당하다. … 동일한 종의 구성원 사이에 파괴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고, 대개 너무 혼잡하거나 먹이가 부족한 특별한 상황에서만 발생한다. 인간은 유례없이 폭력적이고 잔인하다."

그래서 앤서니 스토가 묻는다. "왜 인간은 폭력적인 존재가 되는가." 저자는 2001년에 세상을 뜬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이자 정신과 의사. 저자의 글을 두고 영국 언론이 "그는 재미없는 글은 단 한 줄도 쓰지 못한다"고 했다는데, 동의한다. 우리 언론은 책 제목의 '윈스턴 처칠'과 '프란츠 카프카'의 우울증에 주목했다. 그렇다. 가볍건 무겁건 간에 우울증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때론 위인의 우울증이 범인(凡人)에게는 위로다. 위인 또한 그저 인간이기 때문.

"처칠도 우리 모두에게 속한 것과 같은 욕구, 본능, 희망, 두려움을 가진 인간이었다. 위인 또한 인간이라는 점에 주목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결함과 결점을 가졌다는 사실을 지적한다고 해서 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선조인 제1대 말버러 공과 마찬가지로 처칠은 장기적으로 재발하는 우울증 발작에 시달렸다. 그는 우울증에다 '검은 개(Black Dog)'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울증에 별명을 붙였다는 사실은 그것이 매우 친숙한 반려였음을 말해주는데, 처칠이 붙인 별명이 오늘날에는 우울증을 의미하는 일반명사로 쓰이게 되었다."

만일 처칠이 1939년에 죽었다면 그는 실패자로 여겨졌을 것이다. 이어지는 저자의 감동적인 분석.

"1940년 처칠은 항상 꿈꿔오던 영웅이 되었다. 그 암울한 시기에, 영국이 필요로 한 것은 상황 판단이 빠르고 차분하며 균형 잡힌 지도자가 아니었다. 영국은 예언자, 영웅 같은 선지자, 모두가 패한 것처럼 보일 때 승리를 꿈꿀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윈스턴 처칠이 그런 사람이었고, 영감을 불어넣는 그의 자질은 그의 참된 존재가 살고 있던 낭만적 공상 세계에 그 동력을 빚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생래적 우울증 환자는 위인의 반열에 올랐다.

"사는 동안, 처칠은 많은 좌절을 겪었다. 그 실망감은 '검은 개'로 인해 고통을 겪지 않는 사람도 적개심을 품게 하고 좌절시켰을지 모른다. 하지만 끈덕진 투지, 회복력, 용기가 처칠이 노년까지 자기 안의 적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가 몹시도 사랑한 조국 영국의 적들을 물리친 것처럼 말이다."

▲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앤서니 스토 지음, 김영선 옮김)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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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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