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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성폭행' 무죄 군사법원, 존재 이유 포기"

시민단체 국방부 앞 기자회견...청와대 청원 서명은 18만 명 넘어

성 소수자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해군 간부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고등군사법원에 대해 시민들이 규탄 행동에 나섰다.

여성·시민단체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등군사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국가는 군대 내 성폭력과 혐오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고등군사법원은 강간치상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ㄱ소령과 8년을 선고받은 ㄴ대령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녹색당

이에 앞서 여군 ㄷ대위는 함정 근무를 하던 중위 시절인 2010년 9월부터 12월까지 직속상관인 ㄱ소령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임신중지 수술과 피해 사실을 당시 함장이던 ㄴ대령(당시 중령)에게 보고했지만, ㄴ대령에게 또 성폭력을 당했다.

성소수자인 ㄷ대위는 ㄱ소령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혔으나 "네가 남자를 잘 몰라서 그런 거다. 가르쳐 주겠다"는 말과 함께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공론화를 원치 않았으나 군 수사기관의 설득으로 ㄱ, ㄴ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ㄱ씨와 ㄴ씨에게 각각 징역 8년과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가 의도적으로 허위 진술을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기억이 변형 내지 과장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강간죄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이 동반되지 않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없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판결에 불복한 군 검찰은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장은 "피해자가 당시 할 수 있는 저항은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비트는 것뿐 '싫다' 말하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그럼에도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저항했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은경 젊은여군포럼 대표는 "이건 판결은 여군 피해자들이 성폭력 앞에서 취약해지는 지점을 무시한 결과"라며 "이는 고등군사법원으로서 존재 이유를 포기한 행위"라고 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피해자가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약점 삼아 가해자들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종걸 군관련성소수자인권침해·차별신고및지원을위한네트워크 활동가는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성소수자라는 점을 악용해 남자를 알려준다는 빌미로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했다"며 "이는 명백한 성폭력 범죄이자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고등군사법원 판결에 대한 분노의 여론도 들끓고 있다. 첫 번째 가해자에 대한 무죄 판결 직후 청와대에는 해당 사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고, 26일 오후 5시 기준 18만 명 넘는 이들이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

시민단체 측은 "많은 국민들이 고등군사법원의 무죄판결에 대해 분노하며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싸움을 지속해 나갈 것이며 고등군사법원의 오판을 반드시 바로 잡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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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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