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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임' 효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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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임' 효과는 없다

[아이에게 스크린 리터러시 교육을 ⑯] WHO, 게임 중독 장애 질병으로 분류

비디오 게임이 온라인 게임과 함께 대중오락이 되면서 그 이용자는 급증 추세다. 이에 따라 게임 중독 우려가 제기되었는데, 그 피해 명칭은 공식적으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로 불리고 있다.

게임 장애는 도박 중독과 함께 '중독 행동에 따른 장애' 범주에 포함되어 있으며, 증상으로는 게임 플레이 시간 조절 불가, 게임과 다른 활동의 우선순위 지정 장애, 게임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 무시 등이 지적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0월 게임 장애를 국제질병분류체계(ICD-11)에서 새로운 질병으로 분류함에 따라, 내년 5월 열리는 총회에서 이를 확정하면 2022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게임 중독도 사람에게 발생하는 질병이나 사망 원인의 하나로 분류되며 공식 질병으로 등재된다.

WHO는 ICD-11 개정 최신판에서 게임 장애 항목을 중독성 행동 장애 하위분류에 등재했다. 게임 장애 행동 양상은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사회, 직업, 교육 등 기타 기능에 중요한 부분에서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고 그 지속 기간이 최소 12개월 이상일 때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된다. WHO는 ICD 개정을 통해 게임 중독자, 의료 종사자에게 경각심을 갖도록 하면서 치료 기회를 넓히고, 보험 회사와 보건 당국이 이들의 치료를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WHO가 게임 장애를 정신 질환으로 확정하면 우리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의료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게임을 사행 산업으로 지정하고, 게임 업체에 중독 치료 분담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WHO의 게임 중독 지정 움직임에 게임 업계, 일부 전문가 등은 아직 확실한 장애 증거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반대하고 있다. 게임 산업이 급성장한 지난 20여 년 동안 비디오 게임이 결정적으로 심신 건강을 훼손하거나 범죄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의 내용이 잔인해지고 매우 폭력적인 경향으로 흐르면서 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전문가나 언론의 지적이 이어져 온 것은 사실이다.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른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원인이 게임 중독인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진 것처럼, 스크린 미디어의 정신적인 자극과 반응에서는 물리, 화학 분야에서와 같은 확실한 인과관계가 밝혀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게임 관련 자료 조사를 해보면, WHO의 게임 중독 조치에 반대하거나 비디오 게임이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 등이 다수 제시되어 있다. 사실 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누가 연구기금을 지원하느냐에 따라 연구 결과가 좌우된다는 식으로 학문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시되어 왔다. 이는 담배의 유무해론에서 특히 심했는데, 오랜 세월 논란 끝에 담배의 유해성이 공인되면서 담배 광고에도 흡연 위험의 경고가 포함되는 현실로 이어졌다.

비디오 게임과 그 유무해 논란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속단키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WHO의 움직임이 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디오 게임이 유해하다는 연구 논문 몇 개를 소개하기로 한다.

미국에서 2017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3살 이상의 전체 미국인 3분의 2는 자신이 게임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12~15살의 어린이, 청소년은 매주 12.2 시간 게임을 하고 3~4살 어린이도 매주 5.6 시간 비디오 게임을 한다. 이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비디오 게임이 어린이, 청소년 건강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와 함께 단기적으로는 폭력적 내용으로 인한 공격성 증대, 수면 부족, 사회적 적응 실패 가능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주-1>.

중독성이 강한 비디오 게임을 어린이들이 장시간 할 경우 그 두뇌가 약물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에 걸렸을 때와 같은 영향을 받는다.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연구팀이 어린이들의 두뇌를 MRI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연구한 결과 비디오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를 과도하게 할 경우 두뇌의 보상 시스템 기능과 구조가 알코올 중독 등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동일한 것을 발견함에 따라 밝혀졌다<주-2>.

연구팀은 스크린 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어린이의 소뇌에 있는 편도체 시스템이 정상적인 어린이보다 매우 민감하고 그 부피가 작아지면서 전자 미디어의 자극을 좀 더 빠르게 처리하게 돼 중독 증세가 심화된다고 밝혔다.

어린이가 하루 3시간 이상 비디오 게임을 할 경우 지나치게 호기심이 많고 거친 행동을 보이는 어린이 질환인 활동항진(亢進)(ADHD) 증세에 걸리거나 싸움에 휘말리면서 학교에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이 잉글랜드 지역 초등학교 학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게임의 종류와 그 시간이 초등학생의 사회 생활과 학교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2015년 3월 발표하면서 밝혀졌다<주-3>.

연구팀은 "흔히 유익한 비디오 게임을 할 경우 학교 성적이 올라가고 사회성이 좋아진다는 속설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유익한 게임을 한 학생의 학교 성적이나 사회성이 그런 게임을 하지 않은 학생에 비해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폭력적인 내용의 비디오 또는 온라인 게임을 할 경우 그렇지 않은 비디오 게임을 할 때보다 공격성이 커진다. 영국 UK 대학 연구팀은 평균 21세의 남녀 101명을 4부류로 나눠 폭력적, 비폭력적 비디오와 온라인 게임을 하게 한 뒤 공격적 태도 등을 측정한 결과 위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014년 11월 발표했다<주-4>.

<주-1>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media-spotlight/201809/video-games-school-success-and-your-child
<주-2>
https://www.telegraph.co.uk/news/2018/06/12/addictive-video-games-may-change-childrens-brains-way-drugs/
<주-3>
University of Oxford. "Poor behavior linked to time spent playing video games, not the games played." ScienceDaily. ScienceDaily, 31 March 2015. <www.sciencedaily.com/releases/2015/03/150331113619.htm>.
<주-4>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1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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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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