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린이와 청소년 23%가 사이버 폭력에 시달린 경험이 있으며, 사이버 폭력은 우울증 등 추가 피해를 낳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캐나다 앨버타 대학 연구팀이 미국 12~18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소셜 미디어를 통한 사이버 폭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논문 36개를 분석한 결과를 2015년 6월 소아 과학 학술지에 게재하면서 밝혀졌다<주 –1>.
조사 대상이 된 미국 10대 어린이와 청소년의 95%는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고 85%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하루 한 번 이상 소셜 미디어에 접속하고 22%는 하루 10회 이상 자신이 좋아하는 소셜 미디어나 포털 사이트에 로그인했다.
성장기의 10대 청소년은 동료들의 압력이나 폭력에 민감하고 자기 통제력이 제한적이라서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사이버 폭력이나 온라인에서의 희롱, 또는 사생활 침해 등이 그것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사이버 폭력은 실제 생활에서 벌어지는 일반적인 폭력보다 더 심각한 측면이 있어서 우울증, 열등감, 행동 장애, 약물 중독이나 자해 행위 등의 피해를 낳는다. 다만, 조사 결과 사이버 폭력과 불안감의 연관 관계는 약하고 일관성이 없었다.
이 논문이 발표된 시점에 공개된 다른 세 연구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 피해자가 자살을 생각하는 확률은 오프라인의 폭력 피해자의 그것보다 더 강했다.
사이버 폭력 피해는 남자 어린이보다 여자 어린이가 더 많았다. 교우관계에서 발생하기 마련인 문제가 사이버 폭력을 유발하는 가장 일반적 원인이었다. 사이버 폭력의 형태는 별명 부르기, 소문 퍼뜨리기, 사진 돌리기 등이었고, 피해자들은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피해자들은 수신 거부와 같은 소극적인 대응을 할 뿐이었고, 사이버 폭력을 중단시킬 방법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에 맞춰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그러나 실제 발표되는 논문 등은 사이버 폭력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일부 연구는 사이버 폭력 피해자는 물론 그 가해자도 역시 피해를 입는다는 개연성을 제기해 주목된다. 사이버 폭력이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도 병들게끔 한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국 부모들은 온라인이 자녀에게 미칠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캘리포니아 대학과 코넬 대학교 교수들이 공동 연구팀을 만들어 부모와 자녀를 한 쌍으로 한 465개 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2013년 10월 발표하면서 밝혀졌다<주 –2>.
조사 대상이 된 어린이나 청소년의 30%는 사이버 폭력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고 연구팀에 밝혔지만, 그들 부모의 10%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조사 대상 어린이나 청소년의 15%는 자신이 타인에게 사이버 폭력을 가한 사실을 인정했는데, 그들 부모 5%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이가 어린 자녀의 부모일수록 자신의 자녀가 사이버 폭력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자신의 자녀가 온라인에서 다른 청소년보다 영리하게 행동한다고 믿거나, 자녀의 인터넷 사용을 모니터할 능력이 없는 부모도 사실에 어두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연구팀은 부모들이 자녀의 인터넷 사용에 대해 적극 대화하면서 자녀를 도울 방법을 강구하거나, 자녀 방에 있는 컴퓨터를 거실과 같은 공개된 장소에 옮기는 것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자녀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한편 한국에서도 사이버 폭력의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그 예방 교육 등이 시급한 실정이다<주 –3>. 방송통신위원회의 '2017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학생 4500명 가운데 24.8%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폭력 가해·피해 유형 모두 언어폭력이 15.0% 수준으로 가장 많았으며, 특히 학생의 경우 채팅·매신저를 통한 사이버폭력 비율이 가해 50.3%, 피해 45.6%로 가장 컸다. 사이버폭력을 하는 이유 중 '재미나 장난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라는 답변이 23.8%에 달했다. '특별한 이유 없음'도 12.3%로 집계됐다.
교육부의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사이버불링의 심각성이 확인되었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399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이버 괴롭힘(전체 10.8%)이 신체폭행(10.0%)보다 많았다. 사이버불링 신고건수도 2012년 900건, 2013년 1082건, 2014년 1283건, 2015년 1462건, 2016년 2122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이버 폭력은 현실이 아닌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폭력행위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가해자가 문제의식이나 죄책감에 상대적으로 덜 시달리는 특징이 있어, 가정과 학교에서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해 사이버폭력을 근절하고, 공공기관은 사이버폭력 전담상담센터 마련 등의 대응에 나서야 한다.
경찰청은 누구나 사이버 폭력의 피해를 당했다면 고민하지 말고 즉각 신고하고, 학생의 경우 피해내용을 캡처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남겨 놓아 부모님, 학교 선생님에게 알리거나 학교전담경찰관, WEE센터에 상담을 요청하고, 국번 없이 117로 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안전드림117센터(www.safe182.go.kr)를 통해서 24시간 상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 – 1>
https://www.medicalnewstoday.com/articles/295740.php?utm_source=TrendMD&utm_medium=cpc&utm_campaign=Medical_News_Today_TrendMD_1
<주 –2>
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 "Parents greatly underestimate how often their children are cyberbullied." ScienceDaily. ScienceDaily, 25 October 2013. <www.sciencedaily.com/releases/2013/10/131025113916.htm>.
<주 –3>대학저널 2018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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