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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민호 막기 위해 사고 업체 강력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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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민호 막기 위해 사고 업체 강력 처벌"

[언론 네트워크] 故 이민호 군 1주기 행사...삼성전자 백혈병, 세월호 유족 동참 추모

그립고 보고 싶은 민호야.
민호가 떠나간 지 1년이 됐구나.
시간의 무심함이 너무 서글프다. 세월의 무심함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허송세월하는 아빠는 내 자신이 무력하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너무 힘들고 서글플 뿐이다.
하지만 포기는 하지 않는다. 민호의 잘못이 아니고 어른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아빠는 무슨 일이든 할 것이고, 밝혀질 때까지 최선 다할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 민호야.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부르고 싶고, 너를 안고 느끼고 싶다.
이런 생각은 부질없는 생각이란 것을 알지만 포기가 안 되는구나.
그래도 오늘 이 자리에 너를 기억하는 많은 분들 있기에,
이 아빠는 이 분들의 응원을 받아 가슴 깊이 담고,
민호가 아빠에게 남긴 숙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려 한다.
모든 의문이 풀렸을 때 가슴 속에 담아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껏 소리 내어 목청껏 울겠다. 민호를 생각하며.
항상 아빠의 아픈 한쪽인 민호야.
그곳에서는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라.
나중에 이 아빠가 널 만나러 갈 때까지.

- 민호를 그리워하며 보고 싶어 하는 아빠가

▲ 19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이민호 군 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던 중 눈물을 닦는 민호 아빠. ⓒ제주의소리

아내의 슬픔을 달래며 애써 울음을 참던 故 이민호 군 아빠도, 그리움에 복받치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더이상 살아생전 만나지 못할 아들에게 보내는 가슴 절절한 편지를 읽으며, 아빠는 '민호가 남긴 숙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현장실습으로 음료 공장에서 근무하다 사고를 당해 지난해 11월 19일 세상을 떠난 이민호 군의 1주기 추모제가 19일 오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제는 이민호 군의 부모, 친구, 후배,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교사, 제주현장실습대책위원회, 시민들이 함께 한 가운데 치러졌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인권단체 '반올림'과 세월호 사고로 가족을 잃은 '4.16 가족협의회' 관계자도 참석해 뜻 깊은 시간이 됐다. 연대의 뜻에서 나무꽃은 전통무용 공연, 민중가수 김영태 씨는 노래로 함께 했다. 현장에서는 참가자들이 이민호 군이 일하던 회사의 대표와 공장장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쓰기도 했다.

▲ 이민호 군 분향소. ⓒ제주의소리

▲ 추모제 현장. ⓒ제주의소리

▲ 추모제에서는 이민호 군이 생전 일하던 제이크리에이션 대표와 공장장을 엄정 처벌해달라는 탄원서를 받았다. ⓒ제주의소리

이민호 군은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재학 중 2017년 7월부터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로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있는 (주)제이크리에이션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11월 9일 제품적재기의 상하 작동 설비에 목이 끼는 사고를 입었다. 사고 발생 5분 뒤 동료 현장실습생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열 여덟 번째 생일을 나흘 앞둔 11월 9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이민호 군 사망사고의 책임을 물어 올해 5월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주)제이트리에이션 대표 김모(56)씨와 공장장인 또 다른 김모(60)씨를 재판에 넘겼다.

▲ 왼쪽은 삼성전자 피해자 부모인 황상기 씨, 오른쪽은 세월호 사고로 자녀를 잃은 유경근 씨. ⓒ제주의소리

추모제에서 참석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고, 세월호 사고 유족은 자신들과 똑같은 슬픔을 당한 이민호 군 가족을 위로했다. 동시에 이러한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시민들이 잊지않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직원 故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우리 유미도 고등학교 졸업 전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했다. 반도체를 화학 약품에 담갔다 빼는 세정 작업을 1년 9개월 동안 맡다가 백혈병에 걸렸다"며 "산업재해 신청을 했는데 삼성전자는 '우린 문제가 되는 화학 약품을 쓰지도 않고 보유하지도 않았다'고 발뺌을 했다. 정부에 제출한 서류도 사실과 다른 거짓 내용으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황 씨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고 병들어도 정부는 기업들에게 마땅한 책임을 지게 했느냐. 학교에서는 문제 풀기만 알려줄 뿐, 산업·안전·보건·노동 교육 같은 시민으로 살아갈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며 "왜 노동자만 피해입어 가족이 망가져야 하느냐. 우리 모두가 끝까지 연대하고 싸워서 한국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원고 2학년 故 유예은의 아버지 유경근 씨는 "민호가 1999년생이고 예은이는 1997년생이다. 딸을 떠나보내고 5년 가까이 싸운 이유는 단 하나다. 동생들이 같은 일을 겪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호 앞에 오면 그 약속을 못 지킨 것 같아 미안하다"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유 씨는 "문제의 업체 책임자를 가장 강력하게 처벌해야 재판 결과를 보고 다른 곳에서 ‘큰일이다, 더 이상 학생들을 함부로 부려먹으면 안되겠다’, ‘기계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느껴야 달라진다. 묵념만 하지 말고 마지막 순간까지 법원이 선고 내릴 수 있도록 지켜보고 기억하고, 문제도 제기하면서 유족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래야 민호 친구들과 자라나는 후배들이 민호와 같은 일을 겪지 않는다. 부디 함께 해달라"고 강조했다.

▲ 기업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 기관을 강하게 성토하는 민호 아빠. ⓒ제주의소리

김영민 전교조 제주지부장도 추도사를 통해 "노동을 착취하는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를 없애고, 업체의 사업주를 처벌해야 한다. 민호 군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되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 순서에서 마이크를 잡은 '민호 아빠' 이 씨는 국회의원과 정부에게는 강력한 성토를, 하늘의 별이 된 아들에게는 깊은 후회와 사랑을 전했다.

이 씨는 "장례식장에 참석했던 국회의원이 너도나도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장례식이 끝나고 나니 어떤 이야기도 없다.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아들을 사망으로 몰고 간) 제이크리에이션 기계가 안전 검증이 안됐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5년간 방문하지 않았다. 아이가 떠난 책임은 대체 누구에게 있느냐"며 "돈 없는 집에서 태어나게 한 내 잘못이다. 관리·감독할 책임자들이 할 일을 안해서 자녀가 죽었는데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고 분개했다.

이 씨는 "결혼하는 청년들이 있으면 이 말을 빼놓지 않는다. 절대로 아이 낳지 마라. 물에 빠져 죽던지, 아니면 기계에 깔려죽는다"라며 안전과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한국 사회의 병폐에 분노했다.

이 씨는 "18년 동안 아들에게 단 한 번의 편지를 써본 적이 없고, 아빠로서 따뜻하게 대한 적도 없는 것 같다. 항상 강하게만 키우려고 했다"며 "민호가 아빠에게 남긴 숙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이민호 군을 추모하는 많은 이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제주의소리

▲ 이민호 군의 어릴 적 사진을 눈물로 바라보는 민호 아빠(왼쪽)과 엄마. ⓒ제주의소리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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