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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년 전 오늘,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이 사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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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년 전 오늘,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이 사망했습니다

[좌담] 제주 이민호 군 사망 1주기, '교육'과 '노동' 사이 핑퐁게임은 여전

제주도의 한 음료공장에서 고교실습생이 프레스에 짓눌려 사망했다. 11월 19일은 그가 죽은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이제는 언론 관심도 사라진 지나간 '사건'이 됐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LG유플러스 여고생 자살, 그리고 제주 음료회사 사건까지. 연달아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과정에서, 그리고 현장실습으로 취업한 학생이 일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의 죽음의 바탕에는 ‘현장실습'이라는 제도가 있다.

제주의 고(故) 이민호 군의 사망 이후에야 후속 대책이 마련됐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전면 폐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없애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일선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재학 학생의 반발이 거셌다.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없앨 경우, 취업이 어려워진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자 교육부는 두 달 후인 2018년 2월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안정적 정착 방안(안)'을 발표한다. 문제가 되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폐지하는 게 아닌, 보완·수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안전이 확보된 경우에 한해 겨울방학 전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안전 등 일정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를 '현장실습 선도기업'으로 선정한 뒤, 이러한 기업에 한해서만 학기 중 취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선도기업으로 인정되지 않는 기업은 겨울방학 이후, 즉 학기가 끝난 뒤 취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여러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제가 무엇일까. 19일로 제주도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이민호 군이 사망한 지 1년을 맞아, <프레시안>에서는 개정된 현장실습 제도를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을 비롯해 이수정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노무사),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사장, 이상배 민주노총 경기본부 교육선전부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그간 현장에서 현장실습 제도를 면밀히 살펴본 이들이다. 좌담회 사회는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가 맡았다.

▲ 지난 14일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현장실습 관련한 좌담회가 진행됐다. ⓒ프레시안(허환주)

개선된 현장실습, 무엇이 달라졌나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 이민호 학생 1주기에 맞춰서 좌담회를 준비했다. 실질적인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것은 정책 당국자가 좌담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운동권적인 주장은 있으나 이를 제도적으로 수렴하는 자리는 없는 듯하다. 현재 진행되는 현장실습 제도 관련해서 각자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했으면 한다. 올해 2월, 교육부는 학습중심 현장실습을 내세워 선도기업을 선정, 여기에 한해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해서 현재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장실습 실태와 학생과 교사들 평가를 들어보면 좋겠다.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 : 사실 현장실습 제도 관련, 과거와 지금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단지, 달라진 것을 꼽으라면 과거보다 안전한 현장실습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정도다. 과거에도 현장실습을 '학습중심'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노동중심'이었다. 그나마 지금은 '학습중심'으로 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생들에게 수당이 아닌 학습비를 주는 등 명칭이 변화하는 식이다. 모양새를 갖춘다는 이야기다. 그 정도가 지금의 현장실습 평가다. 너무 칭찬 했나(웃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과거나 지금이나 학교에서 받아들이는 현장실습은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다만, 시기만 뒤로 물러나 있다는 정도다.

전수경 : 시기를 뒤로 늦춘다는 건가?

김경엽 : 과거는 3학년 2학기 때,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갔는데, 지금은 10월부터 나간다. 현장실습 시기를 조금 뒤로 늦췄다는 의미다.

▲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프레시안(최형락)
전수경 : 시기만 늦췄다는 것이고, 지난해까지 제기된 현장실습 문제점은 아직 그대로라는 이야기인가.

김경엽 : 올해 2월 발표된 개선된 현장실습에서는 학생들을 안전한 기업으로 인증된, 즉 선도기업에만 보낸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한 선도기업에는 퇴사율과 산재율이 높은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게 확인됐다. 또한, 사고라는 것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생산라인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게 사고다. 그리고 그것을 대처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러한 현실이 고작 1년 지났다고 진전될 수는 없다.

전수경 : 일반 작업장에서의 안전진단이 실효성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현장실습이 진행되는 작업장은 학생들만 일하는 공간이 아니다. 학생들이 성인들과 뒤섞인 공간에서 일하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이러한 작업장에 안전 인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면피하려는 면이 있기는 한 듯하다. 특성화고연합회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사장 : 새롭게 시행되는 현장실습은 우리가 느끼기에도 학습 중심으로 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시기를 조정한다든지, 아무 곳에나 학생들을 보내지 않고, 선도기업으로 인증된 기업에만 보내겠다든지. 안전문제에도 신경을 쓰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게 바뀌면서 일선 학생들은 혼란을 겪는 듯하다.

전수경 : 구체적으로 어떤 혼란을 겪는가.

이상현 : 우선 현장실습을 나갈 수 있는 업체가 한정돼 있다. 선도기업으로 인증된 기업에만 취업할 수 있게 됐다. 자연히 취업할 수 있는 기업 수도 줄어들게 됐다. 그렇다보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작년에 비해 올해 현장실습, 즉 취업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개선된 현장실습 제도는 굉장히 시급하게 시행됐다고 생각된다.

전수경 :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이상현 : 올해 2월 결정된 개선된 현장실습 제도가 올해 2학기 때, 현장실습 나가는 학생들에게 적용됐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2월 발표 이후, 약 7~8개월 지났다고 그런 안전이 곧바로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결국,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현장실습을 못하게 됐다. 안전이 담보되는 선도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정책 결정은 학생들에게 자세히 안내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전달된 측면도 있다. 어떤 학교는 올해부터 현장실습을 보내지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왜 그렇게 하는지 학생들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자연히 학생들은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변화된 제도가 정말 자신들을 위한 제도인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궁극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느냐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현장실습, 노동과 교육 사이에서 순환논리에 빠져 있다

전수경 : 개선된 제도는 노동보다는 교육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듯하다. 그것이 학교나 학생에게 전달되는 게 부족했고, 행정 편의 중심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상현 : 학습중심 현장실습은 충분한 준비와 대안들이 갖춰져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시행하는 사람들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 이상배 민주노총 경기본부 교육선전부장. ⓒ프레시안(최형락)
이상배 민주노총 경기본부 교육선전부장 : 나는 순환논리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엔 학생이 현장실습 도중 사고를 당해도, 노동법을 적용 받지 못했다. 현장실습이 노동이 아닌 학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법을 적용해 보상이라도 해주자고 했다. 그러자 분쟁이 더 생기게 됐다. 학생이 노동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을 어떨 때는 노동자로, 때로는 학생으로 보는 순환논리 모순에 빠져 있다.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아무것도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정의가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수경 : 그 정의가 무엇인가.

이상배 : 지금의 현장실습은 교육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교육은 교육주체가 있는 곳에서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현장실습은 교육공간인 학교에서도 벗어난 곳에서 진행될 뿐만 아니라 교사라는 교육주체로부터도 벗어나 있다. 온전히 작업현장에서 기업의 지시감독을 받고 일이라는 것을 하는 게 현재 현장실습이다. 이것이 무슨 교육인가.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학교에 적을 두지만 노동자일 뿐이다. 사업자에게 학생의 모든 관리·감독 권한을 위임해주고, 내부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런 구조 속에서 학생의 안전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나. 하지만 학교나 교육부는 학생들이 스스로 원해서 현장실습을 한다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라며 이를 방조한다. 학교에 다닐 때, 기업에 연결해줘야 그나마 취업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그런 논리에 반박해서 묻고 싶다.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게 단순 일자리인가. 학생들이 취업하면 그 회사를 계속 다니는가. 그렇지 않다. 적성 등에 맞지 않으면 그 일자리에서 나오고 다른 곳에 다시 취업한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현재 현장실습은 아이들이 그만두는 것을 막고 있다. 적성에 맞지 않아도 학교 눈치를 보느라 계속 다녀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취업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학생들이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를 박탈하는 식이다. '너희들 취업 나가야 해. 안 되면 불이익 줄 거야' 이렇게 압박하면서 학생들을 기업으로 내보내는 식이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 협박이다. 협박에 떠밀려 사업장에 간 학생들은 부당하다고 느끼지만, 억지로 일한다. 그러다 사고를 당한다.

이런 구조를 내버려두고 기업의 안전성을 체크한 뒤, 아이들을 보낸다? 말이 안 된다. 처음 논지로 돌아가서, 아주 단순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현장실습이 교육이냐 아니냐. 지금의 현장실습은 교육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교육으로 포장하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전수경 : 학생인데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일이 반복되니 이를 노동법으로 보상해주자고 했다. 그랬더니 이제는 학생이 노동자로 인정되어버리는 문제가 생겼고, 이에 다시 학생으로 되돌리는 식으로 현장실습 제도는 오락가락하는 듯하다.

이수정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 실제 과거 지침이 여러 번 변화해왔다. 예를 들면, 2011년 기아차에서 현장실습하던 학생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를 들여다볼 생각을 안 했다. 당시만 해도 학생들은 산업체에 출근해서 일하는, 즉 노동자와 다름없었다. 그때 사고 이후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이 나왔다. 그래도 학생 신분으로 일하니,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려면 표준협약서만 쓸 게 아니라 근로계약서도 동시에 쓰는 게 맞겠다고 교육부는 판단했다. 그래서 2012년부터는 현장실습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노동을 할 경우, 이 두 가지를 다 작성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이중계약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넓게 하려는 취지였는데, 정작 이중계약이 난무하면서 학생들의 권리는 뒤로 후퇴했고 사고도 더욱 빈번히 발생하게 됐다. 표준협약서보다 후퇴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뒤, 이를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현장실습 제도가 진행되던 중, 2017년 1월, LG유플러스 홍수연 양이 사망하는 일과 더불어 11월 이민호 군 사건도 발생했다. 관련해서 교육부도 문제를 인식하면서 제도개선에 나섰다. 그것이 선도기업으로 인정된 기업에 한해 학생들을 내보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역시도 문제가 많다. 학생들에게 선도기업으로 인정되는 기업 리스트를 건네준 뒤, 그 리스트에서 선별해, 아이들이 현장실습을 나가는 게 아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학생이 '저는 이 기업에 갈 테니 선도기업으로 이 기업을 인정해줘요' 이렇게 요구하면 그 기업이 선도기업으로 인정된다. 앞뒤가 바뀐 것이다. 사실상 변화된 게 없는 셈이다. 간판만 선도기업 인정된 곳에서 학습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하는 셈이다.

개선된 현장실습 제도, 결국 절차만 하나 더 늘었다

전수경 : 노동자로 쓰이는 본질은 변함이 없고, 다만, 방점이 교육에서 노동으로, 다시 교육으로 바뀌는 식인 듯하다. 이것 관련해서는 세 분 의견이 비슷한 듯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요구, 즉 지금 변화된 현장실습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달라.


▲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이상현 : 우선 고민할 부분이 학생들이 왜 특성화고에 왔느냐는 점이다. 이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학생들의 취업 요구가 매우 크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에게 취업이 중요할까. 바로 경제적 이유다, 이들은 대학진학이 전부라 생각하지 않는다. 빨리 돈을 벌고 싶어 하고, 직업을 가지려 한다. 취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취업이 어떻게 보장될 것인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작년까지 시행되는 현장실습 제도는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이 없었다. 나가고 싶지 않은데도 나가야 하거나, 원하지 않는 기업에 나가야 하는 등 선택권이 없는 게 현실이었다. 그런 선택권을 학생들은 보장받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학생들은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뒤, 사회 생활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그것이 잘 보장되거나 도움 받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많았다. 졸업해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디딤돌로써 학교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기업에서 취업률을 줄인다면, 학교 안에서는 다른 형태로라도, 즉 자기 전공에 도움이 되는 실습이나 실습설비 등을 잘 갖춰놓는 등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실습도, 장치도 잘 갖춰져 있지는 않았다는 게 학생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선도기업에 한해 현장실습을 나가게 하고, 학기 중에는 현장실습을 못 보내도록 하는 식의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취업에 실제 도움이 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직업생활에 발판이 될 수 있는 곳이 학교여야 하는데, 그것이 현재로서는 어렵다. 그것이 반복되다보니 학생들에게는 그런 기대조차도 없어진 듯하다.

전수경 : 취업을 원하는 아이들이 특성화고에 왔지만, 정작 학교는 그런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 못 시켜주고 있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이민호 군 사망 이후, 나온 개선된 제도가 학생들의 원하는 바를 담지 못했다는 이야기인가.

이상현 : 학교 정책의 변화에서 그렇다는 게 아니다. 작년까지 시행된 현장실습은 정부의 정책에 맞춰 '최대한 학생들을 많이 내 보낸다'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저임금 노동자를 만들어내는 제도에 불과했다. 자연히 학생들의 취업 이후 삶이라든지, 졸업 이후 생활을 고민하면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올해부터 선도기업 등 정책변화가 이뤄지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것이다. 어차피 똑같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똑같은데 복잡한 절차를 왜 해야 하느냐' 이런 생각도 많은 듯하다.

김경엽 : 예전 정책과 지금 정책은 다 똑같다고 본다. 선도기업은 과거에 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이전에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낼 기업을 조사했다. 단지 이번 선도기업은 인증 절차를 밟는다는 '절차'가 하나 들어간 것이다. 과거에 비해 잘 관리하겠다는 정도의 의지가 들어가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바뀐 게 없다고 생각한다. A서류 만들다가 제목만 바꾼 B서류 만드는 식이다.

이수정 : 변한 게 없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미 나온 것 중에서 항목이 는 것에 불과하다.

이상배 : 아까 한 이야기 중에서 대부분 학생들이 취업만을 염두에 있다고 했지만, 사실 특성화고를 다니는 학생들 중에는 상당수가 대학에 진학한다. 고졸은 저임금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기본 인식이기 때문이다. 고졸과 대졸 간 노동조건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대학을 진학하려 한다. 특성화고 진학 자체가 '나는 일하러 나가겠다'가 아니라 일반계고 들어가는 선택을 잠시 보류하거나 다른 여건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행착오 과정에서 특성화고에 들어올 수도 있다. 자연히 특성화고 졸업 이후, 대학에 진학해서 더 높은 조건을 가지겠다고 생각한다. 그 비율은 상당히 높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도하는 대로, 외부에서 요구되는 대로 취업에 나간다. '네가 공부할 게 아니면, 당장 일을 해라' 이런 압력이 전 사회적으로 학생들에게 요구되니, 자연스럽게 현장실습을 하게 된다. 자신이 직접 발로 뛰지 않아도 학교에서 직업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막상 가보면, 현실은 지옥이다. 잘 되면 좋다. 적성에 맞고 사업주가 인간적이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그렇게 잘 될 경우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죽기까지 하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그리고 그 지옥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현장실습에 들어간 경우, 졸업 때까지는 다니다가 졸업 이후 그만두는 아이들이 매우 많다. 만족이 아닌 여러 강제적인 조건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학생이라는 신분과 미성년이라는 법적 지위 속에서 도망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수용소로 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수용소에서 아이들이 도망이라도 나올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 속에서 선택을 박탈당하는 사례도 많다. 그런데 이것을 일자리 문제로만 보고 있다. 일터를 바꾸는 것은 학교 밖 문제로 분리해버리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트러뜨리고 있다. '일터 문제는 너희가 알아서 해. 학생 신분을 벗어난 다음에는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 이렇게 기성세대들은 말하고 있다.

▲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전수경 : 그런데 애초 경제적인 게 필요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얼마 전 택배상하차 알바생들을 만난 적이 있다. 일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해서 중학교 때부터 이 학생들은 일을 했다고 한다. 이것이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다. 정말 직업이 필요하거나 용돈이 필요한 학생들을 만났다. 실제 그렇게 돈이 필요한 학생들이 많은가. 그렇다면 그렇게 돈이 필요한 학생들은 교육으로 끌어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별개로 보호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듯하다. 그것을 풀어야 할 듯하다. 교육으로서 학교의 기능과 직업으로서의 학교 기능이 서로 다르다.

그런데, 특성화고를 다니는 학생 중에는 생계나 용돈이 필요해서 경제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현장실습제도를 계속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들을 교육의 관점으로 끌어들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교육의 관점보다는 생계의 관점, 복지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학생들의 현 상황이 중요한 듯하다.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 이사장은 아까 현장실습 제도가 저임금 노동자의 공급처일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해 달라.

이상현 : 기업들이 저임금 노동력으로 현장실습, 즉 학생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에는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는 교사들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서 학생들의 의지나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다. 이는 취업이 아닌 다른 진로를 원하는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특성화고에서 진행되는 교육이 단순히 취업 하나만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대학 등 다른 진로를 원하는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자신은 진학을 원하는데 학교에서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학교에서 특정 학생이 진학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학생을 교육에서 배제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것과는 별개로 취업을 하려는 학생들은 특성화고 전공교육이 부실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현장실습 요구가 더 많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를 통해 실무를 배우고 취업과 연계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이유는 학교에서는 배울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계를 들여와도 이를 다룰 수 있는 교사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사놓고도 그대로 방치되는 식이다. 일부 학생은 선배가 돼서 자기가 후배를 가르친다는 이야기도 한다. 자기 분야를 가지고 싶어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 학교 현실을 보면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에도 폐지 목소리가 있던 현장실습, 하지만...

전수경 : 다시 이야기를 돌아와서 현장실습제도라는 것은 고쳐 쓰기 어려울 만큼,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없어지지 않았고, 작년 홍수연 양, 이민호 군 사망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정상국가에서 10대 학생 두 명이 그렇게 죽었으면 이 제도는 없어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무언가가 있지 않나 싶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폐지하지 말아달라는 목소리. 그리고 아무도 나서지 않는 이해관계자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히고설켜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은 현장실습 제도가 왜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김경엽 : 과거에도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폐지한다고 하면 왜 없애야 하느냐 했다. 과거에도 폐지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취업의 논리, 그리고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이를 계속 유지해왔다.

전수경 : 궁금한 것은 작년이 어떻게 보면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왜 그 시기를 놓쳤나. 이민호 군 사망 사건은 얼마든지 그 논의를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로 바뀌면서 정치적인 국면도 그랬다. 그렇게 열린 국면이었는데, 왜 그렇게 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 이수정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프레시안(최형락)
이수정 : 마찬가지다. 현장실습 관련,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 즉 학생들이 '생계가 곤란하다, 돈 필요한데 왜 못 나가게 해. 이 시기에 취업이 연계돼야 하는데, 현장실습 폐기되면 어떻게 하느냐' 이런 식의 목소리를 내세웠다.

그런 흐름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당사자는 네 단위(학교, 정부, 학생, 기업)다. 이중 학교를 살펴보면 좀 더 현장실습 제도가 폐지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특성화고가 생겨났다. 취업률을 높이고 마이스터고를 도입해 장인을 키우겠다는 취지였다. 취업률과 예산을 연동하다보니 취업률은 올라가는 듯했다. 학교끼리 경쟁을 붙였다. 돈을 주니깐, 학교는 취업률에 목을 맸다. 그렇게 우후죽순 현장실습을 보내다보니 학생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취업률이 떨어지게 됐다. 그러자 이제는 학교끼리 경쟁을 붙이는 식에서, 학과끼리 경쟁을 붙이는 식이 됐다. 그것이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도제학교다. 학생들을 2학년 1학기 때부터 현장실습에 내보냈다. 학생을 산업체에 내보내면서 수당을 받게 했다.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를 학교는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학교도 취업 시킬 대안은 없고, 입학하는 학생 수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그런 가운데, 학교를 유지하려면 이것을, 즉 현장실습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전수경 : 정부에서 직업교육을 고민하고 있는 곳이 어딘가.

김경엽 : 노동부에서 해야 한다. 직업교육은 사업주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진행해야 하는 교육이다. 훈련원이 대표적이다. 기존 노동자에게 훈련을 시켜, 기술을 적합하게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서의 직업교육은 그런 성격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상배 : 직업교육, 즉 기업에 맞춰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공교육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불가능하다.

전수경 : 특성화고 학생들보다 인문계고 학생들에게 1인당 책정된 예산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경엽 : 인문계고는 기자재가 그다지 많이 안 든다. 하지만 특성화고는 산업변화에 따라 기계를 바꾸다 보니 최신기계를 가져다 놔야 한다. 이 기계들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일정 시기를 지나면 이 역시도 구식 기계가 된다. 그래도 신기술을 가르쳐야 한다고 계속 사들인다.

전수경 : 반면, 학교에서 배울 게 없다며 취업을 위해서 학원에 가는 학생들도 있다. 제대로 된 취업이라든가, 내실 있는 취업교육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현장실습제도를 긍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렇듯 여러 목소리와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게 현장실습 제도인 듯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직업교육의 정의라든지, 현장실습제도의 개선, 내지는 대안 등을 이야기해보면 좋을 듯하다.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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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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