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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법복 걸친 재테크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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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동흡, 법복 걸친 재테크의 달인?

[기자의 눈] '시정아치' 언어 구사하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끝까지 시인하지 않았다. 지난 1992년 분양 받은 분당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1995년,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약 4개월간 주민등록을 분당으로 옮겨놓은 사실과 관련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21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결과적으로 주민등록법 위반이 아니냐는 비판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재산 증식을 위한 위장 전입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인사청문특위의 한 관계자는 "이걸 '주민등록법 위반을 시인했다'고 봐야 하는지…"라고 말을 흐렸다. 애매하다. 그러나 실제 이 후보자는 한 번도 실정법 위반 사실을 시인한 적이 없었다. 지난 14일 저녁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 후보자는 "1995년 분당 아파트에 전입 신고할 당시 고3 자녀 등의 교육 문제 때문에 이사를 바로 할 수 없었으며, 분양받은 분당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에 필요해 후보자 본인만 전입 신고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도 '실정법 위반에 대해 죄송하다'거나 하는 말은 없었다.

심지어 이 후보자는 언론의 각종 의혹 해명 요구에 대부분 침묵하다가 17일 <TV조선>과 한 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주민등록을 해서 몇 달 정도 빈집에(빈집으로) 있었다가, 빈집에(빈집으로) 있었지만 주말에는 가족들이 와서 다 (거주)했습니다. 다른 뭐 실정법 위반한 게 없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주민등록법 위반이 아니냐"는 '비판'을 수용했을 뿐, 주민등록법 위반 여부에 대해 한 번도 스스로 판단한 적이 없다. 판단한 적이 없다면, 이날 청문회에서 나온 발언보다는 지난 17일 <TV조선>과 한 인터뷰에서 얘기한 것이 이 후보자의 정확한 생각일 것이다.

▲ 이동흡 후보자가 21일 인사청문특위에 출석해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 후보자는 거기에 한술 더 떴다. 청문회에서 그는 "이번에 위장 전입을 했다는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위장 전입 이야기가 나오면 '어떻게 저런 걸 하나'라고 말하던 사람이었다"면서 "나중에 규정을 찾아보니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실소유주가 주민등록을 해야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된다는 조치를 하게 돼 있었더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1995년도에 자신이 했던 행위가 '위장 전입'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1994년에 인천지법 부천지원장까지 지냈던 사람이 1995년에 주민등록을 옮기면서 실제 거주하지 않는 목적으로 하는 그 행위가 '주민등록법 위반'일 수 있다는 개념을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 수많은 판결문을 써내려갔던 그가 정말 몰랐을까? 정말 모르고 그랬다면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이미 없는 인물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어디에 가든 자신의 직업란에 '판사'라는 직함을 당당히 적어 넣었을 것이다. 이 후보자는 "주민등록법 위반이 아니냐"는 비판을 수용할 게 아니라, 인정하고 반성해야 맞다.

이 후보자가 '주민등록법 위반'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 상황이 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은 이날 청문회장에 이 후보자가 입주한 분당 아파트 분양과 관련해 1993년 <조선일보>에 난 광고를 들고 왔다. 이 광고에는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아파트 계약이 취소된다"는 경고 문구가 담겨 있었다. 실제로 해당 아파트 입주자 5000명 중 분양권을 받아놓고 임대를 줬다는 이유로 24명이 계약 취소를 당했다.

박 의원이 이를 지적하자 이동흡 후보자는 "(당시 광고에는) 취소한다가 아니라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는 황당한 말을 던졌다. 그래놓고 "취소 우려 때문에 분양권 등기를 위해 그쪽으로 주소를 옮긴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생각도 안 나요"라고 답했다. 수시로 말을 바꾼다. 어지러울 정도다. 그의 어투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짚어볼 부분은 많다.

'시정아치'의 언어를 구사하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실정법 위반을 시인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 후보자가 '위장 전입'을 했다는 것에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후보자는 "재산 증식이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자녀 교육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해명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그는 분당 아파트 분양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자녀의 '강남 학군'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자는 7억2600만 원이 된 분당 아파트를 통해 재산 증식에 성공했고, 자녀의 강남 지역 학군을 포기하지 않아도 됐다. 그는 '실리'를 쫒는 "생계형 권력주의자(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였고 "돈을 흡입한다"는 의미로 "이돈흡, 흡사마(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사람일 뿐이다.

실리에 밝은 그의 능력은 이게 다가 아니다. 영수증을 꼭 제출해야 하는 특정업무경비 월 400만 원을 자신의 통장에 넣고 사용했다. 사용 내역도 제출하지 않은 이 후보자는 "업무 목적에 맞게 썼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조차 "국회 예산 심사 때마다 논란이 되는 게 특정업무경비 문제다. 후보자에 대해 (사용 내역은) 어떤 증빙들이 있는지 내일 헌법재판소 경리 담당 인사를 증인으로 불러 확인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최재천 의원이 "어디에 썼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이건 세금이라는 말입니다"라고 호통을 치자 이 후보자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침묵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유리 지갑'일 수밖에 없는 고위 법관인 그의 수입 지출 내역도 '미스터리'한 수준이다. 부실한 자료 제출로 일관하고 있는 그의 해명들을 토대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아쉽지만 다음과 같다. 이를테면 헌법재판관 시절 6년간 6억 원을 봉급으로 받고 6억 원을 저축한 것도 그의 '재테크'가 빛을 발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경우다. 홍콩에 있는 딸이 이 후보자 부부를 위해 "거의 매달 한국에 출장으로" 들어와 "250만 원을 현금으로" 주는 것도 이 후보자의 '자녀 교육'이 그만큼 훌륭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자녀 유학 경비로 3만6000달러를 보냈다고 해명했다가, 이날 청문회장에서 갑자기 5만9000달러를 보냈다고 하는 것도 그저 '실수'로 봐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겠는가.

이 후보자의 답변 태도나 삶의 태도는 도시에 사는 '영악한 소시민', 혹은 '시정아치'의 그것과 흡사하다. 그는 청문회 내내 자녀 교육과 유학비를 고민하고, 아파트 분양권을 놓칠세라 고민하는 영악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도시 중산층의 '생활 언어'를 구사하는 그는 권위적 법복을 입은 '필부필부'다. 도시에 사는 영악한 사람들은 그렇게 살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헌법재판소장이 된다는 것은 굉장히 다른 의미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의 말은 이 후보자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표현해주고 있다.

"본인도 헌법재판소장을 할 것이라는 건 법관 생활 하면서 예측 못했죠? 그래서 평범한 법관으로 쭉 생활했는데…. 개인 의혹 문제 제기는 이 마당에서 구차한 변명은 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인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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