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김용태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조강특위 위원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비대위원장·사무총장은 사진촬영 후 인사말을 남기고 퇴장했고, 기자 간담회는 전원책 위원이 주도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전 위원은 간담회에서 이날 오전 자신이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와 관련 "다 알아서 빠질 것"이라고 말한 게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받고 "제가 모든 것을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다만 한 가지, 당을 대표하고 대신할 수 있는 인물들은 이제 새롭게 등장해야 한다는 믿음을 저는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당 대표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지도자급 인사들을 두루 겨냥한 말로 풀이됐다.
전 위원은 "(지금 위기를) 면모일신의 기회로 삼지 않으면 이 당은 다시 '도로 새누리당'이 된다"며 다만 "한국당이 언제부터 무너졌는지 생각하면 제 말이 이해될 것이다. 더 이상 말씀드리면 분란의 소지가 된다"고만 하며 여운을 남겼다.
전 위원은 인적 청산 작업과 관련해 "국민들 생각을 들어 보면, 국민들도 진영논리에 빠져서 친박과 가까운 사람은 '예전에 탈당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했던 사람들 다 쳐내라'고 요구하고 있고, 박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실정이라고 보는 인사들은 '친박 다 쳐내라', '십상시 다 쳐내라' 한다"며 "그런데 이것 빼고 저것 빼면 이 당이 뭐가 남겠느냐. 그래서 말하기 어렵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저희들이 꿈꾸는 것은 보수 단일대오"라며 "가급적 많은 사람을 수용해야 단일대오가 가능하다"고 바른미래당과의 보수 대통합 의지도 재차 밝혔다. 그는 '바른미래당 현역 의원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일부 중진은 (이미)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통보했고 곧 일정을 잡겠다"며 "저와의 만남이 언론에 노출되는 분을 주목해 달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꼭 청년이 의원 돼야 청년 대표되나"
전 위원은 조강특위의 향후 구체적 활동 계획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말을 아꼈지만 큰 틀에서의 방향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는 개략적인 당협위원장 인선 기준, 둘째는 시간적인 일정이다.
먼저 그는 김용태 사무총장이 '당협위원장 재선정시 여성·청년 우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전 위원은 "제가 가진 헌법학 지식으로는 의원이 국민의 대표"라며 "청년을 대표한다고 해서 꼭 청년이 의원이 돼야 하고, 어떤 직역을 대표한다고 해서 그 직역에 있는 사람이 의원이 돼야 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음이 젊으면 청년 아니냐. 꼭 생물학적 나이로 해야 하느냐"며 "포퓰리즘적 판단을 하지 않겠다. 국정 어젠다에 대한 이해가 없고 청년을 대변할 수도 없는, 표준적 청년도 아닌 사람을 영입하고 의원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청년, 여성 우대보다 '신인 우대'로 바꾸자"며 "이미 기득권을 가진 분과 정치 신인이 동등하게 대결하면 승부가 뻔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신인은 우대하지만 여성 대표라고 특별히 여성에게 가산점 주고, 청년 대표라고 청년을 뽑는 일은 저는 반대"라고 그는 덧붙였다.
당협위원장 인선 기준으로 그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며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가 국민을 대변하는 자리에 나서는 것은 사기극이다. 예컨대 병역, 납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가 명색 보수주의 정당에서 의원이 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으로 임할 것이냐'는 좀더 구체적인 질문이 나오자 그는 "아직 첫 회의도 안 했다. 우물가에서 숭늉 내놓으라는 질문"이라며 "두고 보자. 저도 (현황) 파악은 하고 있다"고만 했다.
둘째, 활동 시간표에 대해 전 위원은 "앞으로 한 40일간 의원, 당협위원장, 보수 원로들 말씀을 좀 들으려 한다"며 "그 기간 안에 작년 당무감사 결과를 검토하고 추가로 확인할 부분을 하겠다. 40일 정도로 짠 프로그램이 끝나면 본격적 토의가 시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그 전에 여러분들께 가급적 관심을 끌 만한 소식을 전해드리겠다"며 "비대위원장과 협의해서 영입할 인사는 빠른 시간 안에 영입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즉 40일 간은 인적 쇄신 작업의 밑작업과 함께 인재 영입 활동을 하고, 11월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예리함을 감춘 칼"을 들겠다는 말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간담회 모두 인사말에서 기자들에게 "오늘 공식 활동이 시작되지만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것을 기대하지 말라"며 "여러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고, 당무감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조강특위는 조용하게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허명뿐인 의원들, 우리 결정에 반발하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
전 위원 등 조강특위 외부 위원들은 당협위원장 재선정 결과에 대해 당내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전 위원은 "우리가 잘하고 공정하게 하면 반발을 못 할 것"이라면서도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든 사람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하는데, 허명뿐인 의원들이 만약 자기 안위만을 생각해서 우리들 결정에 반발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사 기준의 공정성을 확보할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외부 위원) 4명이 만장일치면 다수결이 된다. 그게 바로 공정성"이라며 "공정하다는 것을 4명의 합의로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진곤 위원도 앞서 자신이 윤리위원장을 맡았다가 당을 떠났던 일을 언급하며 "그 때나 지금이나 당이 어려운데, 회생할 기회가 많이 있었지만 당이 그것을 못 살렸다. 당을 구성하는 지도부나 의원, 리더들이 정말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 위원은 "과거 윤리위 활동 경험으로 미뤄보면,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고 손해가 되더라도 이게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힘을 모아줘야지 또다시 당에서 다리를 건다든가 방해한다면 결국 손해보는 것은 당에 적을 둔 사람들"이라며 "보수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 보수정당이 다시 결속해 우뚝 서는 그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테니 당 소속 모든 분들도 제발 사적 이해관계를 떠나 지원하고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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