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 수립을 위한 워킹그룹(Working Group) 중간 설명회가 진행되었다. 워킹그룹은 외부 전문가들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시민단체의 전문가들 7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제2차 에기본 워킹그룹은 전력, 원전, 신재생, 수요 그리고 총괄분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제3차 에기본은 수요, 공급, 산업·일자리, 갈등관리·소통('갈등·소통·거버넌스 분과'로 명칭 변경), 그리고 총괄 분과로 구성되어 외견상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5년 전과 정치적 상황이 달라지고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그 필요와 요구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워킹그룹에서 에너지기본계획의 초안을 마련하고 산업부 산하 에너지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녹색성장위원회의 의결 후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따라서 이 초안은 이후 전력수급기본계획, 송배전시스템을 포함한 전력산업 전반의 개편, 전력수요예측, 에너지 세제 개편, 발전원별발전비중(발전소 건설과 폐로결정)이나, 재생에너지확대비율 등 여러 논쟁적인 내용들을 담거나, 앞으로 진행될 에너지정책에 방향성을 정하고 결정적인 안을 제시할 것이다.
작년 여름 대통령은 탈핵·탈석탄·에너지 전환을 천명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충분히 밝혔다. 청와대와 산업부가 에너지 전환을 구체적으로 적용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의지와 노력이 선언적인 발언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워킹그룹 착수회 첫날 산업부 장관도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40년까지의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에너지 전환 정책 종합 비전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설명회는 새로운 정부의 탈핵·탈석탄·에너지 전환 비전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다.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국장은 지난 4월 한 포럼에서 "워킹그룹 구조에서 볼 수 있듯이 3차 에기본의 정책 기본 컨셉은 에너지 민주주의가 될 것"이라며 "수요관리와 효율개선을 위해 소비자가 직접 공급도 담당하는 프로슈머가 확대되고, 공급분야도 중앙집중 체계에서 분산형, 지역분권형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관련 기사 :"3차 에기본(에너지기본계획)의 정책 중심은 에너지 민주주의") 산업부가 고려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의 일부 모습이라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중간 설명회 어디에서도 에너지 전환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설명회 중 서면 질의를 통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어디에 어떻게 에너지 전환이 적용되었는지 설명을 해달라고 했다. 워킹그룹 위원장은 에너지 전환이 신재생에너지 확대 혹은 에너지믹스라고 알고 있지만 그것은 일부분이며, 이번 워킹그룹에서는 소비부분을 많이 고려해서 수요를 관리하고 결국은 생산과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소비를 조절하고 수요를 관리하는 것은 에너지정책의 기본이다. 이제까지 잘 안되었기 때문에 이제부터 열심히 잘 해보려 한다는 점은 충분히 긍정적이지만, 그것은 에너지 전환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고 현재의 맥락과도 맞지 않다.
자료집에 따르면 환경·안전의 문제가 에너지정책의 주요한 화두로 부상하면서 에너지정책에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시장의 경제성' 확보와 함께 '미래세대의 지속가능한 성장 환경'도 함께 고려해야 된다는 것이다. 만약 산업부에서 생각하는 에너지 전환이 환경과 안전을 고려하는 것이라면 모두가 궁금해 하는 에너지 믹스(전력 믹스)의 방향성에 대한 어떤 언급이라도 있어야 한다. 한 달 뒤 혹은 두 달 뒤 최종보고서에 실릴 것이라면 지금 에너지 전환을 고려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에너지기본계획을 구상하고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논쟁을 예상하고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 에너지 전환을 흔드는 일부 언론과 몇몇 산업계 인사들에게 흔들리지 말고, 탈핵과 탈석탄, 기후변화대응을 대전제로 하는 에너지 전환을 적극적으로 에너지기본계획에 담아야 한다.
현재 워킹그룹에서 논의되고 있는 진행상황이나 회의록 및 자료들은 공식적으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룹에 속하지 않은 연구자들이나 전문가들, 일반 시민들은 이렇게 중간 설명회나 최종 보고회에서 초안을 접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구성원들로 워킹그룹을 꾸민 것은 더 많은 참여를 기반으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정책결정을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산자부의 용역을 받아, 에너지 전환정보센터를 통한 설문조사와 지역순회 토론회를 진행했다. 실질적인 영향력이나 효과와 상관없이, 이전에는 없었던 긍정적인 행정절차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산자부는 이것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했다고 생색낼 것이 아니라 논의의 전 과정을 공개하고 언제든지 접근가능하며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시민단체의 에너지전문가들은 2018년 초창기에 제기되었다가 무산된 개헌논의에서 자치분권과 에너지분권도 동시에 논의해야 할 필요성을 제안했다. 또 산업부의 에너지위원회 심의 전에 전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공론화 과정을 포함시킬 것을 주장해왔다. 워킹그룹이 제안한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깨끗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하며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지향할 것과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 재구성을 요구해 오고 있다.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시스템이 아니라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기술적 관성과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로부터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분명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국토부와 환경부를 아우르는 다양한 부처간의 소통과 협력 작업도 필요하고 에너지복지 문제는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여전히 논의해야 할 것은 많고, 대통령과 산자부와 워킹그룹의 에너지 전환은 다 달라 보이고 명확한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가 어영부영 탈핵·탈석탄·에너지 전환과 상관없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될까...하는 기우가 들기도 한다. 위기가 기회이다. 이럴 때 좀 더 적극적인 의사개진이 필요하다. 우리가 어떤 에너지 전환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구체적으로 적용시켜 줄 것을 워킹그룹에 요구하자. 우리는 '안전하고 깨끗한 국민참여형 에너지시스템 구현'을 위해, 탈핵·탈석탄·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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