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예정에 없던 이번 대표 경선이 왜 치러지게 됐는가? 4월 총선 패배에 책임지고 한명숙 지도부가 물러났기 때문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저축은행 사태,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이명박 정부의 숱한 실정으로 4월 총선은 민주당에게 유리한 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졌다. 왜 졌는지 굳이 되풀이하지 않겠다.
총선 패배로 중도사퇴한 지도부를 새로 채우는 선거다. 그것도 대선이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반성과 쇄신이 전제돼야 한다. 4월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이유로도 '오만'이 지적됐다. 국민들은 표를 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민주당은 볼썽사나운 자리다툼을 벌였다. 지금 대표 경선 과정에서 보이는 모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도 반성과 쇄신을 말하지 않는다. 관심사는 오로지 대선이다. 아니 대선이라는 큰 판을 앞둔 지분 쪼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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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최대 계파인 친노(親盧)에 맞서 비노(非盧) 세력이 김한길을 민다는 얘기다. 대선주자들까지 짝짓기를 해보면 이해찬 후보와 문재인 의원이 묶이면서, 김한길 후보와 김두관 경남지사를 포함한 다른 후보들이 연대하는 모양새다.
이런 구도는 이해찬 후보가 자초한 것이라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체제를 꾸려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이-박 연대' 구상은 민주당 내 최고 지략가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 머릿속에서 나왔고, 여기에 문재인 의원이 "담합이 아닌 단합"이라고 감싸면서 엮였다.
경쟁자인 김한길 후보가 앞서 있던 원내대표 선거에서부터 논란이 된 '호재'를 놓칠 리 없다. '이-박 연대'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렸고, 자연스레 다른 대선주자들과 연대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특히 4월 총선 패배와 '이-박 연대'로 대권주자로서 문재인 의원이 적잖은 상처를 입자 김두관 경남지사가 대항마로 떠오르면서 판은 더 묘하게 굴러가고 있다. 김한길-김두관 연대를 뜻하는 'KK 연대'설이 나왔다.
대표 후보와 대선 주자들간의 합종연횡 의혹이 선거판을 주도하면서 정책이나 노선 논쟁은 실종됐다. 이해찬 후보 측이 김 후보를 상대로 정책 및 정체성 검증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김한길 후보가 원내대표 시절 이재오 의원과 사학법 재개정에 합의한 일, 2007년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중도통합민주당을 만들었던 일 등을 공격하고 있지만, 김한길 후보의 '이-박 연대' 비판이 선거를 주도하면서 '네거티브 선거'를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앞선다.
비노 대권주자 중 하나인 손학규 고문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 대해 이해찬 후보가 수세에 몰리고 있는 것에 대해 "자연의 이치"라고 평했다. 애초 물밑협상을 통해 담합을 꾀한 것 자체가 잘못이고 민심에 역행한 정치 행태였다는 비판이다. 김한길 후보에 몰리는 당심이 이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 눈에 '이해찬이 미워 김한길을 찍는' 민주당의 당심이 어떻게 비춰질지 의문이다. 만약 김한길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된다면 '어부지리' 이외 어떤 설명이 가능한가?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어떤 전열 정비를 했나? 총선 패배 이후 다시 불거졌던 노선과 정체성 논쟁에서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은 것인가? 국민, 아니 포커스를 더 좁혀, 총선 패배를 안타까워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안중에는 있는 것일까? "흥행대박" 민주당 경선을 보고 드는 절망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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