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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폭력사태의 주범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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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폭력사태의 주범은 누구인가

[데스크 칼럼] 당권파, 노동자·농민·청년 당원 뒤에 숨지 말라

당 공동대표들이 일부 당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그 중 한명의 공동대표는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맞았고, 다른 한명은 다행히 그 정도로는 안 맞았고, 여성 공동대표는 다른 이들이 보호해 다행히 직접 맞지는 않았다.

때린 이유는 딱히 없다. '정파'가 달라서였다는 것 말고는. 과거 민주당 전당대회 때 있었던 이른바 '난닝구'들의 폭력사태는 자신의 소속 정당이 없어진다는 극한 상황이라도 있었다. 때린 당원들의 정파를 대변하는 공동대변인은 "중앙위원들의 정당한 항의를 거부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정당한' 항의를 무시하는 '부당한' 회의 진행을 했기 때문에 때렸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말하는 '만장일치 정신'은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데로 하지 않으면 폭력마저 불사하겠다는 얘기다.

의석수에선 밀리지만, 최근 언론과 여론에서는 독보적인 '제1당'을 차지한 통합진보당 얘기다. 지난 2일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선거가 확인된 이래로 논란이 끊이지 않더니 급기야 12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선 '피'를 봤다.

다행히 병원에 가지 않을 정도로 맞은 유시민 공동대표가 13일 말했다. "솔직히 당권파들이 무섭다"고. 그렇다. 그들은 정말 무섭다.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심상정 공동대표와 유시민 공동대표가 1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폭력사태가 재발될 우려 등을 감안해 '전자투표'로 중앙위원회를 속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당권파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다. 심상정, 유시민, 조준호 대표가 사퇴의 전제조건으로 달았던 '중앙위원회가 끝나면'을 내세워, "이미 세 공동대표는 평당원에 불과하다"고 당권파는 주장한다. 하지만 중앙위원회는 일시적으로 정회된 것이지, 아직 끝난 게 아니며, 사태 수습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는 게 심상정을 비롯한 세 명 공동대표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원섭 사무총장은 당 홈페이지 서버를 폐쇄해, 비당권파 측은 다른 서버를 이용해 전자투표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장원섭 사무총장은 '징계'를 엄포해 놓았다. 14일 오전 10시 결과가 나온다해도 당권파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사무총장과 일부 당선자가 나서서 당 대표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쿠데타에 가까운 이런 태도는 사실상 다른 속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만든다. 어쨌든 상식적인 수준에서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 내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이다.

▲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 ⓒ연합뉴스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12일자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부정선거에 대한 당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에 대해 "사건을 낱낱이 밝히게 되면 노동자·농민의 조직이 상처받을 게 두려웠다"고 말했다. 노동자, 농민과 서민을 대변하겠다는 진보정당에서 이들의 대중조직을 '부정선거의 주범'으로 만들 수 없었다는 항변이었다. 앞서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한 공청회 등에서 이 전 대표를 포함한 당권파는 수차례 진성당원 중심 정당에서 '당원으로서 권리'에 대해 강조했다.

하지만 누가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당원을 모욕했나? 12일 밤 벌어진 폭행 현장에 당권파 측 지도부는 없었다. 이 전 대표는 중앙위 직전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불참했고, 장원섭 사무총장은 비당권파 측 사무부총장에게 권한을 위임해버렸다. 13일 일사분란하게 "심상정은 자격이 없다"는 성명서를 낸 당권파 측 당선자인 김선동, 오병윤, 김미희, 이상규 당선자, 이 모든 사단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역시 등장하지 않았다.

언론의 카메라에 잡힌 폭력의 주체는 노동자와 청년학생 당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다. 이들을 놓고 일부 언론과 인터넷 공간에선 '범인 찾기'에 들어갔다. 행여 이들이 우발적으로 현장에서 감정에 휩쓸려 집단행동을 했을지라도, 이들이 진짜 폭력사태의 주범인가?

많은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통합진보당의 문제 중 하나로 '노동자 중심성'을 잃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12일 폭력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과정을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부정선거에 책임을 지고 제일 먼저 물러난 이가 비례 1번 윤금순 당선자였다. 19대 국회 유일의 '농민' 출신이었다. 그의 사퇴 기자회견에서 박점옥 전국여성농민회 회장은 "통장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신용카드 한 장 없는 여성 농민은 당원 가입부터 어려움의 시작"이라며 "글자를 모르는 고령의 여성농민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선거운동을 했다. 힘들어도 힘든지 모르고 정말 신명나게 선거운동을 했고 2012년 우리에겐 윤금순이 있었다"고 끝내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오늘까지도 이석기 당선자는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정당에도 100% 완벽한 선거는 없다"며, 김재연 당선자는 "나는 당당하다"며 버티고 있다.

이렇게 농민 의원을 헌신짝처럼 버린 자칭 진보정당에서, 노동자와 청년학생 당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폭력 사태의 주범으로 몰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는 진짜 주범들이 정말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당원을 소중히 여긴다면 더이상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

방법은 딱 하나 밖에 없다. 애초 얘기됐던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가 사퇴하는 것이다. 더 이상 어떤 억울함도 해소해 봤자다. 이 방법이 아니고서는 통합진보당이 국민들에게 공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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