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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천'은 '한명숙 공천'보다 성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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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천'은 '한명숙 공천'보다 성공했나?

[기자의 눈] 새누리당, 계파 챙기다 '손수조 효과' 다 까먹어

민주통합당이 임종석 사무총장과 이화영 전 의원 등 비리 연루자 공천 파문으로 지지부진할 때 새누리당의 공천은 상대적으로 박수를 받았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를 두고 "오너 리더십(박근혜)와 월급 사장 리더십(한명숙)의 차이 아니겠느냐"고 촌평하기도 했다.

그러던 새누리당 공천이 점입가경이다. "여성은 ○○이 하나 더 있다"는 발언으로 여성 비하 파문을 일으켰던 석호익 전 KT 부회장은 비대위의 전원 반대로 공천이 불투명해졌다. 공천 확정 하루만이다. 과연 '시스템'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강용석 의원의 (아나운서 비하) 발언보다 수위가 낮다"고 말한 권영세 사무총장의 해명이다. 여성 비하 발언의 '수위'는 공천위 결정사안인가 보다.

4년째 '계파' 싸움…공천 아닌 사천(私薦) 논란의 뒷배는 누구?

18대 총선 공천 과정과 비교했을 때, "적어도 반대 계파 학살은 없다"고 강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역시 틀렸다.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의 '이명박 계파'가 가장 경계했던 적은 '박근혜 계파'였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말이 한나라당 내에서 심심찮게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여당 내 경쟁 관계의 청산이 이명박 계파에게 더 중요한 과제로 여겨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상황은 달라졌다. '반MB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계파 전쟁이 아니라 총선 전쟁에서,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기 위해 '박근혜 계파'는 '이명박 계파'를 일부 포용하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겨냥해야 할 적은 더이상 당내 반대파가 아니라는 것 때문이다. 관대하면서 냉철한 박근혜식 계산법이다.

그렇다고 '계파 프레임'이 희석된 것은 아니다.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 인사들이 잇따라 공천 승복을 선언하면서 계파 갈등이 불씨가 진화된 것처럼 보이나, 새누리당 공심위 외부 위원 A씨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지금 공천은 진흙탕"이라며 "이렇게 된 것은 대구, 경북, 서울 강남의 기득권, 그 중 핵심이 현재 당 주류인 친박계라고 한다면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5일 친이계 수도권 출마자들이 대거 탈락한 '피의 월요일' 이후 대구 경북 친박들을 대거 잘라내기로 방향을 정했지만 '탐욕'의 발동이었을까. 대구 경북, 그리고 강남벨트 공천은 미뤄지고 있다. 친박계의 반발 때문이라는 것이 A씨의 전언이다. 그 뒤에는 정두언 의원이 지적한대로 친박계 3인방, 이른바 "최재오, 권방호, 현종복"(최경환, 권영세, 현기환)이 있는 얘기가 당내에 파다하다.

'친이계 대량 학살'은 피했다고 치자. 이명박 대통령 핵심 측근이 서울 모처에서 공천 탈락자들을 모아 놓고 "공천 결과에 불복하지 말라. 원하는 것이 있으면 최대한 들어주겠다"는 식으로 달랬다는 말이 나온다. '이명박 계파'의 무소속 출마를 단속하며 '후일'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계파'가 보수 분열을 우려하고, '이명박 계파' 역시 당장 '학살'을 피하고자 한 전략의 아귀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대하면서 냉철한' 박근혜식 계산법의 비밀이다.

낡은 계파 싸움은 종식되지 않았다. '정전 상태'일 뿐이다. '박근혜의 새누리당'과 '이명박의 새누리당'은 아직 총선판의 진짜 적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 같다.

공천 과정에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공천이 아닌 사천(私薦)'이라는 논란의 뒷배는 더 '윗선'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5.18은 반란", "4.3사건은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모반"이라는 표현으로 구설수에 올라 당이 공천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던 뉴라이트 출신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가 애초 공천을 받았던 이유가 무엇일까? 이 공동대표는 <박정희 시대>라는 책의 집필자다. 2007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새누리당 몫 상임위원 시절에는 부일장학회 강제 헌납 사건 관련 심의에서 안병욱 당시 위원장에게 "왜 박정희 정권이 강제로 헌납한 것이냐"며 '박정희 수호자'를 자처, 격렬히 반발했었다고 한다. 누가 이영조의 '뒷배'였을까?

'박근혜식 카리스마' 때문에 착시 효과에 빠져있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지금 착시 현상에 빠져있는 것 같다. 이른바 '물갈이론' 착시 현상이다. 새누리당은 현역 의원 25% 원천 배제를 공천 기준으로 삼았었다. 그러나 현역 물갈이 규모는역대 다른 선거보다 결코 크지 않다. 17대, 18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현역 물갈이 비율은 40%를 훌쩍 넘겼었다. 새누리당이 174석의 거대 여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갈이 비율이 줄어들수록 인적 쇄신 체감도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민주통합당의 경우 새누리당 의석수의 반토막에 불과해 현역 의원 물갈이 비중이 적어도 인적 쇄신 체감도는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비판받는 부분이지만 새누리당의 인재 영입 전략 역시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새누리당에서 눈에 띄는 신인은 일약 '문재인 대항마'로 떠오른 27살 손수조 후보,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후보 정도다. '보안 영입'을 강조하는 박근혜 위원장의 깜짝 카드는 별로 남은 게 없어 보인다. 되려 홍문종, 강창희, 현경대 등 '올드보이'의 부활은 민주통합당과 다를바가 없다.

무엇보다 성희롱, 기자 매수, 역사 인식 관련 논란은 새누리당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갉아먹었다. 공천 작업 초반 '손수조 효과'로 벌어놓은 이미지를 몽땅 잃어버린 것이다.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과 함께 "경제 민주화"를 내걸고도 이명박 정부의 'MB노믹스' 이론가들을 텃밭 영남에 공천했다. 공천 확정자 명단에는 시장만능주의자들인 뉴라이트 인사들도 보인다. MB노믹스와 큰 차별점이 없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 기안자에게 공천장을 쥐어준 박근혜 위원장은 '경제 민주화'를 누구와 어떻게 관철시키겠다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아직도 새누리당에는 "그래도 민주당 보다 공천이 잘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결단'과 '묵살'에 강한 박근혜 위원장 특유의 카리스마로 인해 생겨난 '착시 효과'도 이제 약발이 다했다. 백번 양보해도 민주당 수준이다. 부산 수영구에서 벌어진 새누리당 '박근혜 계파' 유재중 의원과 '이명박 계파' 박형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불륜 폭로전', 그리고 '경선 룰 변경 논란'을 보면 새누리당에게는 더 내려갈 일만 남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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