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발생 당시와 지금은 다르다며 당시의 대응이 지금에도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평가해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군사분계선(MDL)을 명확히 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관련 현안 보고에 출석한 강 장관은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북한이 유감을 표명한 것을 알고 있느냐며, 그렇게 하라는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의 지적에 "그 부분에 대해 효과가 있는지 평가하고 있다"라며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라고 답했다.
목함지뢰 사건은 2015년 8월 4일 DMZ 철책 통로에서 한국군 간부 2명이 지뢰 폭발로 인해 부상을 당한 일로, 사고 직후 국방부는 조사에 착수했고 5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북한 목함지뢰로 추정된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이후 9일 한미합동조사단장 안영호 준장은 브리핑을 통해 6~7일 동안 실시한 사건 조사 결과 북한산 목함지뢰가 폭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군은 북한이 이번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명히 촉구한다"며 "수차례 경고한 대로 북한이 자신들의 도발에 응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10일 군 당국은 '혹독한 대가'의 일환으로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한 파주 인근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 확성기 방송은 2004년 6월 남북 합의로 방송 시설이 철거됐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따른 5.24조치로 다시 설치됐다. 실제 방송은 11년 만에 재개된 것이었다.
북한도 이에 대응해 17일 동부전선의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당시 군 당국은 밝혔다. 이후 20일에는 북한이 오후 3시 52분과 4시 12분 두 차례에 걸쳐 남한을 향해 포격을 가하면서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이날 김양건 당시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판문점 남북 연락관 접촉을 통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사태를 수습하자고 제안하면서 사태가 다소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최초 제안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거부했으나 결국 이를 수용했고, 남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만나 22일부터 25일 0시 55분까지 44시간 동안 고위급 접촉을 진행했다.
접촉 결과 남북은 공동 보도문을 도출했는데, 북한은 남한 군인이 부상을 입었다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남한은 이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결정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다가 극적으로 수습된 이후 그해 10월 이산가족 상봉이 열리기도 했다.
그런데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5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사고를 보고 받았음에도 남북 철도를 잇는 경원선 복원 행사에 참석했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또 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번 DMZ 도발을 겪으면서 DMZ에 새로운 평화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며 "남북한 젊은이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되어 있는 DMZ에 하루속히 평화의 씨앗을 심어야만 한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 생명과 평화의 공원을 만들자고 여러 차례 제안하고 그 구상을 가다듬어 왔다. 이제 남북이 함께 첫 삽을 뜨는 일만 남았다"며 "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하고 남북 간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면 한반도 백두대간은 평화통일을 촉진하고 유라시아 차원의 협력을 실현하는 새로운 축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뢰 사고 발생 이후에도 정부가 일정 부분 남북 관계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박 대통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남북 간 지뢰 폭발과 같은 충돌 상황을 없애기 위해 DMZ의 성격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 셈이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소위 '비박계'에서는 "정신나간 일", "안보실장 사퇴하라" 라는 등의 강도 높은 비난이 나왔다. 유승민 당시 의원은 지뢰 폭발이 일어났던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북한군 초소인 233GP를 폭파 사격하는 것을 고려했느냐면서 확성기 방송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아무런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2015년과 같이 확성기 방송을 통해 북한을 대화에 나오게 하고, 이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실제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다만 박 대통령이 당시 언급한 것처럼 DMZ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방안까지는 실행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MDL의 선을 명확히 그어 이후 사고를 방지해야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실제 지난해 11월 17일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관련 회담 제안을 위한 담화‘를 통해 북한에 DMZ 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선 설정에 대한 회담을 실시하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다.
실효적 조치를 하려면 결국 북한과 고위급 회담을 열고 휴전선 문제를 언젠가는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의 지적에 대해 강신철 장관은 "그렇다. 그래서 작년에 정부에서 북측에 제의했고 아직 답이 없는데 이번 건을 계기로 (회담) 테이블로 나오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더 중요한 건 연락 체계일 수도 있다. 서로 연락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니까"라며 "이런 것들을 다 포함해서 실효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끌어내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및 순방 일정 등을 고려해 사고 조사 결과를 늦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상황 발생 이후 현장 확인 조사 및 과학적 수사 등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면서 집중해서 왔다"라며 "2015년(목함지뢰 폭파 사건)에도 (사건 조사 결과 발표까지) 6일이 걸렸다. 이번에는 7일 걸려서 발표한 것"이라면서 "저희가 지연시키거나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이 정치적 고려를 하면 안된다는 성일종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것, 대통령 해외 순방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순수하게 군사작전만 고려했다"라며 "정치적인 것을 고려해 군사작전을 하는 군인들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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