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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투 지원? 호르무즈로 가는 군함, 돌아올 수 없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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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투 지원? 호르무즈로 가는 군함, 돌아올 수 없는 선택

[원동욱의 외교광장] '비전투 지원'이란 이름으로 전쟁에 들어가서는 안되는 이유

파병설은 구체적인데 정부의 부인은 모호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미국 군함 등을 지원하기 위해 소양급 군수지원함과 P-8A 해상초계기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외교안보 부처 합동회의에서 파병 방침이 논의됐으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 동의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다. 군수지원함에는 해상작전헬기와 승조원 140여 명이 함께 투입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의 검토로 보기 어렵다. 파견 목적과 자산, 병력 규모와 의사결정 절차까지 거론됐다. 국방부도 이를 전면 부인하지 않았다. "실질적 기여 방안을 국제사회와 긴밀히 논의해 왔다"며 "세부 사항은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청와대는 "관련된 사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최종 결정이 없다'는 것과 '파병 방침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정부가 답해야 할 것은 최종 결재 여부만이 아니다. 언제부터 어떤 요청을 받았고, 어느 수준까지 파병안을 검토했으며, 왜 군수지원함과 초계기라는 구체적인 자산이 등장했는가이다.

정부의 언어는 지난 몇 달 동안 '지지'에서 '실질적 기여'로, 다시 '단계적 기여'와 '군사적 기여'로 이동했다. 지난 8월 18일 외교부 대변인은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에 대해 미 측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이제 그 '군사적 기여'의 윤곽이 군수지원함과 P-8A 초계기 파견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외교에서 언어의 변화는 정책 변화의 전조다. 정부가 정말 파병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결정된 바 없다"는 모호한 문장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무엇을 검토했고 무엇을 배제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비전투 자산'이라는 위험한 착시

보도는 군수지원함과 해상초계기를 '비전투 자산'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무기체계의 명칭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전쟁에서 수행하는 기능이다.

소양급 군수지원함은 전투함에 연료와 탄약, 물자와 정비 지원을 제공해 함대가 장기간 작전을 지속하도록 하는 핵심 전력이다. 전투함이 직접 공격을 담당한다면 군수지원함은 그 공격을 가능하게 하고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쟁 중인 미군 함정에 연료와 물자를 공급하면서 자신은 전쟁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P-8A 역시 단순한 민간형 정찰기가 아니다. 우리 해군이 운용하는 최신예 해상작전 항공기로 대잠수함전과 대수상함전, 광역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장거리 레이더와 전자광학·적외선 탐지장비를 갖췄으며 공대함 유도탄과 어뢰도 운용할 수 있다. 설령 무장을 제거하고 초계 임무에만 투입하더라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P-8A가 탐지한 이란 함정과 해안시설의 위치정보가 미군의 표적 선정과 공격에 이용된다면 정보 제공 자체가 전쟁 수행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비전투 자산'과 '비전투 임무'는 같은 말이 아니다. 더구나 비전투 임무라고 해서 국제법적·정치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핵심은 함정의 이름이 아니라 누구를 지원하고, 어떤 지휘체계 아래서, 수집한 정보와 제공한 물자가 어떤 군사행동에 이용되는가이다.

비대칭동맹의 두려움이 전쟁 연루를 부른다

국제정치학에서 동맹국이 직면하는 대표적인 딜레마는 '방기'와 '연루' 사이의 선택이다. 동맹국의 요구를 거절하면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방기의 공포라면, 동맹국의 요구를 따라가다가 원하지 않는 전쟁에 끌려 들어가는 것이 연루의 위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이란 관련 협력을 거절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했고, 한국이 중동 문제를 돕지 않는다며 "기억해 둘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군수지원함과 초계기 파견을 검토한다면, 이는 방기의 공포를 피하기 위해 연루의 위험을 떠안는 전형적인 비대칭동맹의 딜레마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동맹관리는 동맹국의 압박을 그대로 수용하는 일이 아니다. 동맹의 목적은 공동의 안보를 높이는 데 있다. 한쪽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한쪽이 전쟁 위험과 보복 가능성, 한반도 전력 공백을 떠안는다면 그것은 공동방위가 아니라 위험의 비대칭적 전가다.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이 벌이는 모든 전쟁에 한국이 자동으로 참여한다는 계약이 아니다. 호르무즈 파병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자동적 의무가 아니라 한국 정부와 국회가 국익과 위험을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할 주권적 선택이다.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에도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현실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동맹의 다른 현안에서 협조를 얻기 위해 파병을 선택하는 순간 장병의 생명은 협상 자산이 된다. 과거의 선택이 당시의 조건에서 불가피했다고 평가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오늘의 파병을 정당화하는 백지수표가 될 수는 없다.

전작권과 통상을 파병에 연계해서는 안 된다

보도는 대미 투자와 쿠팡 문제 등으로 한미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정부가 '파병 카드'를 통해 악재를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제시했다. 여기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핵추진잠수함, 한미연합훈련 문제도 한미 간 현안으로 놓여 있다.

현재까지 파병과 이들 현안이 실제로 거래됐다고 확인된 증거는 없다. 언론의 해석을 사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호르무즈 파병이 통상·투자 문제나 전작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협력과 연계되지 않았는지 공개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설사 파병이 난항을 겪는 전작권 환수를 진전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의 작전지휘 능력을 강화하고 군사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다. 한미가 합의한 조건을 충족하고 공동평가와 검증을 거쳐 추진할 일이지, 제3국과의 전쟁에 병력과 군사자산을 제공한 대가로 받아낼 협상품목이 아니다. 군사주권을 되찾기 위해 독자적 외교 판단권을 내주는 것은 모순이다. 자주국방을 위해 중동전쟁에 종속되는 것은 자주가 아니다.

국제협상에서 서로 다른 현안을 묶는 '이슈 연계'는 단기적으로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파병을 동맹 현안의 거래수단으로 사용하면 미국도 앞으로 한국에 요구할 것이 생길 때마다 추가적인 군사 기여를 새로운 협상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다. 오늘의 양보가 내일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동맹의 신뢰는 무조건적인 순응에서 생기지 않는다. 서로의 헌법과 전략적 한계를 존중할 때 지속된다.

우리 선박 보호가 오히려 우리를 표적으로 만들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수송로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수송로가 중요하다는 사실과 한국군이 미군을 지원해야 한다는 결론 사이에는 거대한 논리적 공백이 있다.

현재 호르무즈는 평시의 국제항로가 아니다. 미국과 이란의 공격과 보복, 해상 봉쇄와 기뢰·미사일·드론의 위협이 교차하는 전쟁 공간이다. 이곳에서 한국 군수지원함이 미군 함정에 연료와 물자를 공급하고 한국 초계기가 군사정보를 제공한다면, 이란이 이를 중립적인 상선 보호 활동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파병이 오히려 한국 함정과 상선, 기업과 교민을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원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 선박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파병이 우리 선박을 새로운 보복 위험에 빠뜨리는 역설이다.

군사작전에는 '임무 확대'의 위험도 따른다. 처음에는 정보 제공과 군수지원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군 함정이 공격받으면 한국 군수지원함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국 초계기가 위협받으면 호위 전투기를 요청할 것인가. 한국 장병이 다치면 철수할 것인가, 보복할 것인가.

정보 제공은 군수지원으로, 군수지원은 함정 호위로, 호위는 직접 교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 전쟁 연루는 대개 한 번의 거대한 결단보다 작은 역할의 누적을 통해 진행된다. 이를 '임무 확대' 또는 '미션 크리프'라고 한다. '제한적 기여'라는 표현만으로 그 경사면에서 멈출 수는 없다.

한반도의 전력 공백과 국회의 헌법적 책임

P-8A는 한국 해군이 총 6대만 도입한 최신 핵심 전력으로, 북한 잠수함을 탐지·추적하는 대잠 감시 임무를 담당한다. 이 가운데 일부를 장기간 중동에 투입할 경우 한반도의 대잠 감시태세에 어떤 공백이 생기는지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소양급 군수지원함 역시 함대의 지속적인 작전을 뒷받침하는 제한된 핵심 자산이다. '비전투 자산'이라고 부른다고 한반도에서 갖는 군사적 가치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로 보낸 전력은 동시에 동해와 서해에 존재할 수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해상 충돌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핵심 전력을 중동으로 돌리려면, 정부는 대체 전력과 작전 공백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한반도 대비태세'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 자체가 파병이 실제 대비태세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군사적 판단에 그치지 않고 헌법적 절차와도 직결된다. 헌법 제60조 제2항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2020년 정부는 기존 청해부대 파병동의안의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단서 조항을 근거로, 별도 국회 동의 없이 작전구역을 호르무즈 인근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미국 주도의 연합체에 참여하지 않고 한국 상선을 독자적으로 보호한다는 형식을 취했다.

이번에 거론되는 임무는 성격이 다르다. 보도대로라면 한국군은 호르무즈 인근에서 작전하는 미국 군함 등을 군수·정보 측면에서 지원하게 된다. 작전구역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임무와 지원 대상, 위험 수준, 지휘체계와 교전 가능성까지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청해부대의 단순한 작전구역 변경이 아니라 새로운 파병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기존 청해부대의 임무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국회의 동의권을 우회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파병이 한반도 대비태세에 미칠 영향은 물론, 미국 측의 공식·비공식 요구, 국제법적 근거, 지휘체계와 정보 공유 범위, 교전수칙, 장병·교민·선박에 대한 위험평가, 임무 확대 방지 장치와 철수계획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없는 파병동의안은 국민을 대신한 동의가 아니다. 정부에 전쟁 개입의 재량을 넘겨주는 백지위임장일 뿐이다.

군함보다 먼저 외교를 보내라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군함과 초계기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오만 등 중재국을 통해 한국 선박의 비적대적 지위와 안전을 외교적으로 보장받고, 국제해사기구를 통한 민간 중심의 안전항행 체제를 추진해야 한다. 원유와 LNG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전략비축과 우회 수송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의 해법은 반드시 군사적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군의 참여가 이란의 위협 인식을 높인다면 군사적 수단은 보호가 아니라 위험을 생산한다. 이는 한 국가가 자신의 안보를 높이려 취한 조치가 상대의 위협 인식을 높이고, 결국 모두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다.

실용외교란 강대국의 압박에 즉각 군사적 호응을 보내는 일이 아니다. 비용과 편익뿐 아니라 확전 가능성, 대체수단, 장기적 선례까지 계산해 국익을 지키는 것이다. 미국의 압박이 크다는 사실은 파병의 이유가 아니라 더욱 신중하고 자주적으로 판단해야 할 이유다.

파병은 결정하는 순간보다 빠져나오는 순간이 훨씬 어렵다. 첫 번째 드론이 한국 함정을 겨냥하고 첫 번째 장병이 다치는 순간 '비전투 지원'과 '제한적 기여'라는 말은 무너진다. 철수하면 동맹의 신뢰 문제가 되고, 보복하면 한국은 전쟁 당사자가 된다. 어느 쪽이든 처음 출항할 때와는 전혀 다른 전쟁의 문 앞에 서게 된다.

군함 한 척을 보낸다는 것은 철제 구조물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다. 그 안에는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과 딸, 부모와 배우자가 타고 있다. 청와대가 정말 파병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지금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 파병을 선택지로 검토하고 있다면 "결정된 바 없다"는 말 뒤에 숨지 말고 미국 측 요구와 정부 내 논의, 군사적·법적 위험과 다른 한미 현안과의 연계 여부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동맹국의 요구를 관리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장병의 생명과 국가의 평화를 다른 외교 현안과 흥정할 권한은 없다.

호르무즈의 바다를 지키겠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안전을 잃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은 파병동의안이 아니라 진실이다.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면 누군가의 압박에 못이겨 어둠 속에서 전쟁을 준비해서는 안 된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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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욱

원동욱은 동아시아 국제정치와 중국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이자 공공 지식인으로, 현재 사단법인 외교광장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동아대학교 국제대학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과 연구를 병행해왔다.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제23대 한국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중국 정치와 외교, 미중 전략경쟁, 동아시아 질서를 연구하며, 주요 매체 기고와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운영위원장 활동을 통해 공공 지식인으로서 사회참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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