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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의 귀환? 브라질 대선 1차 투표가 한국에 던지는 세 가지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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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의 귀환? 브라질 대선 1차 투표가 한국에 던지는 세 가지 물음

[원동욱의 외교광장] 브라질의 오늘이 한국의 내일? 경고는 이미 도착했다

단죄된 세력이 1위로 돌아왔다

10월 4일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우파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개표율 99% 기준으로 그는 유효표의 약 47%를 얻었고, 4선에 도전한 룰라 대통령은 44.9%에 그쳤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들은 룰라가 3%포인트 안팎 앞선다고 내다봤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숫자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불안은 1위에 오른 사람이 누구인가이다. 플라비우는 2022년 대선에 불복해 쿠데타를 모의한 죄로 27년 형을 살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이다. 그는 아버지의 사면을 공약했고, 그가 속한 자유당은 하원 제1당이 될 것이 유력하다.

민주주의를 뒤엎으려 한 세력이 법의 심판을 받고도 다시 권력의 문턱에 섰다. 25일 결선에서 그가 이긴다면 남미의 우경화는 한층 굳어지고,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수림을 담은 브라질의 환경 정책과 중립적 실용외교 노선도 크게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크다.

쉬운 진단은 둘 다 틀렸다

이런 결과 앞에서는 늘 두 가지 진단이 먼저 나온다. 하나는 "룰라가 너무 온건해서 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도로 더 가지 못해서 졌다"는 것이다. 개표 결과는 둘 다 받쳐 주지 않는다.

온건함이 문제였다면 실망한 표는 왼쪽으로 갔어야 한다. 그러나 두 후보가 유효표의 약 92%를 나눠 가졌고, 그 뒤를 이은 카이아두와 헤난 산투스 역시 우파 성향 후보였다. 룰라 정부를 왼쪽에서 비판하며 더 급진적인 개혁을 내건 후보들이 얻은 표는 미미했다.

중도 확장이 부족했다는 진단도 사실과 어긋난다. 룰라는 2022년에 이미 옛 경쟁자인 중도우파 인사를 부통령으로 세운 폭넓은 연합으로 집권했다. 넓힐 만큼 넓혔던 연합이 4년 뒤 1위를 내준 것이다.

남는 설명은 이념의 좌표가 아니라 삶의 체감이다. 이번 선거를 지배한 것은 생활비와 치안에 대한 불안이었다. 현지 분석가들은 플라비우의 표 가운데 상당수가 그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룰라에 반대해서 던진 '항의 투표'라고 본다. 브라질의 유권자는 노선을 심판하기에 앞서 자기 생활을 놓고 표를 던졌다.

닮은 것과 다른 것

이 풍경은 한국에 낯설지 않다. 헌정 질서를 흔든 내란세력이 사법 처리를 받으면서도 지지 기반을 지키고 있다. 사법의 터널을 지나 빛의 혁명으로 집권한 민주개혁 진영의 대통령은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한다. 10월 첫 주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정 긍정 평가는 37.4%, 부정 평가는 59.8%였고, 여당과 제1야당의 지지율은 7주째 오차범위 안에 있다.

개혁의 속도와 수단을 두고 개혁진보 진영이 갈라지는 모습도, 성조기와 국기를 함께 흔들며 외세의 개입마저 당연하게 여기는 극우 집회도 닮았다.

다른 점도 분명하다. 브라질은 결선투표제와 다당제의 나라이고, 치안이 선거의 핵심 쟁점이며, 현직 대통령은 여든의 나이로 4선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제 취임 1년 4개월을 지났을 뿐이다.

그래서 브라질의 오늘이 곧 한국의 내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그러나 겉모습이 아니라 작동 원리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죄된 세력이 살아남고, 집권 연합이 풀리고, 불안이 선동으로 흘러가는 경로는 두 나라가 같다. 한국에 다른 것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 하나다.

브라질이 던지는 세 가지 물음

첫째, 민주주의를 위협한 세력은 왜 이토록 빨리 돌아오는가. 단죄는 사람을 벌할 뿐 토양을 바꾸지 않는다. 보우소나루는 감옥에 있지만 그의 이름을 딴 정치는 의회 제1당을 넘본다.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명분은 장바구니 물가와 밤길의 불안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 빈자리를 극우는 공포와 증오, 정체성의 언어로 채운다.

둘째, 집권에 성공한 개혁 연합은 왜 쉽게 풀리는가. 선거 연합은 '무엇에 반대하는가'로 뭉치지만, 국정은 '무엇을 할 것인가'로 갈린다. 반(反)극우라는 접착제는 공동의 적이 약해 보이는 순간부터 힘을 잃는다. 그 자리에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둘러싼 내부 다툼이 들어서고, 민생의 성과가 늦어지면 지지자들부터 정치가 내 삶을 바꾼다는 믿음을 거둔다.

셋째, 대중의 불안은 왜 개혁의 비전보다 선동에 먼저 붙잡히는가. 개혁은 느리고 복잡하며 합의를 요구한다. 선동은 빠르고 단순하며 적을 지목한다. 개혁은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선동은 "저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살림에 지친 사람의 귀에 어느 말이 먼저 들어오는지는 묻지 않아도 안다.

비난도, 밀어붙이기도, 어정쩡한 중도도 답이 아니다

세 물음에 비추어 보면 흔한 처방 셋이 왜 실패하는지가 드러난다. 극우를 향한 도덕적 비난은 첫째 물음에 답하지 못한다. 토양을 그대로 둔 채 싹만 꾸짖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거칠게 밀어붙이는 개혁은 둘째 물음을 오히려 키운다. 개혁의 편을 넓혀야 할 때 좁히기 때문이다. 표피적인 중도 확장은 셋째 물음을 비켜 간다. 서 있는 자리만 옮길 뿐 불안에 건넬 말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물음마다 하나씩, 세 가지다.

민생의 실질적 성과. 극우가 자라는 토양을 바꾸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생활의 변화다.

개혁을 지탱할 사회적 다수 연합의 재구성. '무엇에 반대하는가'로 뭉친 선거 연합을 '무엇을 함께 이룰 것인가'로 묶인 국정 연합으로 다시 짜야 한다.

설득과 소통을 통한 개혁 속도·수단의 정교화. 무엇을 먼저, 어떤 방법으로, 누구와 함께 할 것인지를 시민에게 납득시키는 일이다.

개혁을 늦추라는 말이 아니다. 개혁이 다수의 것이 되게 하고 실제적 효용감을 확보하라는 말이다. 이 셋을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국정 전략으로 묶어내는 것, 그것이 지금 요구되는 정치적 리더십이다.

경고는 이미 도착했다

브라질 대선의 결선은 25일이고 승부는 아직 모른다. 룰라가 역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이기든 경고는 이미 도착했다. 룰라가 이겨도 그가 마주할 의회는 전보다 더 오른쪽에 서 있을 것이다.

브라질의 오늘이 반드시 한국의 내일이 될 까닭은 없다. 다만 그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결론이 아니라 지금부터 만들어야 할 결과다. 민주주의는 한 번의 승리로 지켜지지 않는다. 다수의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가 쌓일 때에만 지켜진다. 브라질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그 경고는 머지않아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다.

▲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는 보우소나르 상원의원.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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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욱

원동욱은 동아시아 국제정치와 중국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이자 공공 지식인으로, 현재 사단법인 외교광장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동아대학교 국제대학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과 연구를 병행해왔다.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제23대 한국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중국 정치와 외교, 미중 전략경쟁, 동아시아 질서를 연구하며, 주요 매체 기고와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운영위원장 활동을 통해 공공 지식인으로서 사회참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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