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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해남에서 청와대까지 3주 간 걸어 온 '송전선로' 주민들…"김성환 장관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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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해남에서 청와대까지 3주 간 걸어 온 '송전선로' 주민들…"김성환 장관 퇴진"

[현장]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 청와대 도착 "지역 희생 그만"

"선거 당선된 사람들 선거 전엔 90도 절하고 난리 치더니, 국민주권정부에서 주인이 누굽니까?"

"국민!"

"머슴들이 주인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쫓아내야죠!"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말 안 했습니까? 주민들 반대하면 송전선로 못하는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안 지키면 이게 나랍니까?"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조국현 송전탑 건설 반대 충북대책위 상임대표가 집회 무대에 올라 언성을 높여 묻자, 장내 여기저기서 박수와 답변이 터졌다. "쫓아내야지!" "혼내야지!" "송전탑 반대!" "이재명은 답하라!" 붉은색 '결사반대' 머리띠를 두른 농민들이 하나 둘씩 크게 외쳤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땅끝 전남 해남에서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를 가로질러 행진해 이날 서울 청와대 앞에 도착한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단'이다. 수도권으로 전력을 이동시키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 대상지인 경기·전라·충청권의 54개 지역 주민이 참여했다.

대행진단은 이날 3주가량 이어진 행진을 마친 직후, 청와대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열었다. 집회 측 추산 1000여 명이 참여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단이 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손가영)

정부가 제1차 전력망 위원회를 통해 예정한 신규 송전선로 길이는 총 3855km에 달한다. 송전선로 70개, 변전소 29개 건설이 계획에 포함됐다. 대상 시군구는 지역 별로 경기 3곳, 대전 5곳, 충북 11곳, 충남 14곳, 전북 14곳, 전남광주 7곳 등이다. 이중 충남은 15개 시군구 중 태안군을 뺀 모든 지역이 건설 대상지가 됐다.

이들의 요구는 용인 반도체 국가 산단 백지화 및 장거리 송전선로 신설 계획 전면 재검토다. 입지 선정 과정에 주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 물·전력 공급 계획도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대화에 나서고,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동희 충남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 상임위원장은 행진 대표단 발언에서 "전국 화력발전소의 절반 가량이 충남 땅에 몰려 있고 도내에서 생산된 전기 가운데 절반이 넘는 양이 수도권으로 실려 나간다"며 "충남에는 이미 4000개 넘는 초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있는데, 한전은 이 위에 다시 345킬로볼트(kV) 신규 송전선로 10개 노선을 추가하려고 한다"고 소리쳤다.

한 상임위원장은 이어 "수도권이 자체적으로 수요를 감축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이,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도 없이 지방에 송전선로 건설의 부담을 떠넘긴다면 단 1킬로와트(kW)의 전기도 보낼 수 없다"며 '충남대책위는 끝까지 싸워 송전선로 건설을 막아 내겠다"고 밝혔다.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 집회 무대에 오른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환경운동연합

김재용 대전주민송전탑백지화대책위원장도 무대에 올라 "이번 행진은 유례를 보기 힘든, 수도권의 식민지화를 거부하기 위한 삼남 사람들의 목소리와 몸부림으로 물들어 있다"며 "서울과 수도권 집중의 개발은 지역 희생 위에서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위정자는 물론이고 한전과 같은 그 하부 조직의 정책 결정자들은 늘 하던 대로 했지만 이번은 달랐다"며 "삼남 사람들은 더 이상 이런 관행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마음 먹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 자리는 바로 이 깨달음이 만들어 낸 역사적인 현장"이라고 말했다.

대표단이 내려간 후 참가자들이 "대통령은 응답하라"고 구호를 외치자, 이어 무대에 오른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이미 대통령이 답을 했는데, 무슨 답을 더 듣느냐"고 소리쳤다. 이달 초 이 대통령이 정부 업무보고에서, 농사보다 태양광의 수익성이 높다며 농민들이 '태양광 농사'를 지으며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윤 의장은 "진짜 미쳐불 일 아닙니까?"라 소리치며, "용인 산단 누가 결정했나? 윤석열이가 했는데, 정권이 바뀌었으면 백지화하고, 국민과, 농민과 대화하고 새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그대로 하겠다는 거 아니냐?"고 질타했다.

윤 의장은 "모든 산하에 송전탑을 세워서 갈갈이 국토를 찢고 농민을 쫓아내고 못살게 구는 게 이 정부인 것 같다"며 "농민들 그만큼 참을 만큼 참았다. 올봄부터 농산물 가격은 다 똥값이고, 생산비도 안 나와서 수확 포기하고 있는데, 물가 잘 잡았다고 대통령은 농림부 장관을 칭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 이재명 규탄한다하면 또 '국민의 힘을 살려주지 않을까'하며 말도 못하고 목구멍에 꾹꾹 참고 있다"며 "그러다보니까 (정부가) 국민들 알기를 개똥으로 안다. 잘한 건 잘한다 해야겠지만, 규탄할 건 규탄하고, 바꿀 건 바꾸라고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단이 집회를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단이 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손가영)

경기 지역 참가자들은 "해남에서 용인까지, 함께 살자"는 구호로 화답했다. 행진단이 용인에 도착한 지난 19일, 경기시민사회연대회의, 경기 지역 환경운동단체들, 용인반도체국가산단재검토시민모임 등도 용인시청에서 용인시외버스터미널까지 행진하며 "수도권에 물을 가져오고 전기를 가져오기 위해 누군가의 땅과 삶터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함께 외쳤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번영은 지속될 수 없다"며 "해남도 살고, 호남도 살고, 충청도 살고, 경기도 살고, 용인도 살아야 한다.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한 용인반도체국가산단 계획은 백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에선 "김성환 장관 사퇴" 구호도 등장했다. 이정현 전북대책위 공동대표, 박춘홍 전남 영암 금정면 대책위원장 등 대표단 5인은 공동선언문을 낭독하며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근본 원인은 뒤로 한 채 대안 노선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 일부 주민을 불러 '간담회쇼'를 벌였고, 이를 주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숙의 과정인 것처럼 홍보했다"며 "김성환 장관을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5일 김 장관이 서울 여의도 전력기반센터에서 송전선로 예정지 인근 주민을 일부 만난 뒤 갈등이 해소된 것처럼 보도자료를 낸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들은 또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비수도권 국민이 2등 국민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이곳에 나와 주민 목소리에 응답하라"며 "지역 주민을 입지 선정 절차의 거수기로 여기고 일방적으로 계획을 추진해 온 한국전력공사와 국가전력망 법체계를 개혁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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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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