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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봉쇄'가 부른 기아와 질병…사망자 56%는 아동·여성·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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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봉쇄'가 부른 기아와 질병…사망자 56%는 아동·여성·노인

[서리풀연구通] 가자지구 초과 사망 통계와 우리의 과제

한국 정부는 2023년 10월 이후 줄곧 침묵을 지키다가,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논란이 많은 '가자지구 평화위원회'에 옵서버로 참여했다. 그런 한국 정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공개적으로 지탄한 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 뿐 아니라 전 세계의 환영을 받았다. 지금 팔레스타인의 참상이 그만큼 처절하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랜싯 글로벌 헬스(The Lancet Global Health)>에 게재된 마이클 스파갓(Michael Spagat) 교수팀의 논문은 가자지구의 사망률 연구를 통해 전쟁, 아니 학살이 초래하는 직∙간접적인 인명 피해를 상세히 보여준다(☞논문 바로가기 : 가자지구 분쟁의 ​​폭력 및 비폭력 사망자 수: 인구 대표성을 갖는 현장 조사에서 얻은 새로운 1차 자료).

이 연구는 직접적인 폭력 외에도 학살로 인한 간접적 사망자 규모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고 있다. 논문 저자들은 기존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분쟁지역에서의 직접 조사와 다양한 통계기법을 이용해 사망률을 더 정밀하게 측정한 이 연구의 방법론적 의의를 밝힌다. 그러면서도 수기를 통해 진행되는 가자 보건부의 사상자 기록 작업 방식의 가치를 강조한다.

"가자 보건부의 사상자 기록 작업은 단순히 집계된 수치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보건부는 개별 희생자의 이름을 기록함으로써 각 개인에게 인간적인 존엄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추모 사업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수년 간 계속돼야 한다. 우리와 같은 추정치는 사상자 기록에 지침이 될 수는 있지만, 죽음 이후 각 개인에게 합당한 인정을 제공할 수는 없다."

이 연구는 2023년 10월 7일부터 2025년 1월 5일까지 가자지구 전역 2000가구(약 200개 군집)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구 대표성 단면 조사다. 연구진은 무작위 가구 방문 설문으로 현장 생존 및 사망 데이터를 직접 수집했다. 이후 수집된 데이터를 분쟁 이전의 정상 사망률 기준치와 비교 분석하는 통계적 모델링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폭발 등 직접적인 무력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교차 검증하고, 기아나 의료 붕괴 등으로 발생한 '비폭력적 초과 사망(excess non-violent deaths)'의 실질적 규모를 정량적으로 추산했다.

가자지구 내 학살에 의한 직접 사망자 수는 공식 집계보다 많았으며, 이와 함께 '비폭력적 초과 사망(excess non-violent deaths)'의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면 봉쇄로 인한 식량·식수 부족, 의료 시스템 붕괴는 단기간에 수천 명의 추가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사망자의 과반이 넘는 56.2%는 아동, 여성, 노인 등 민간인 취약계층이었다. 이는 전쟁 피해가 폭격과 같은 직접적 요인에 국한되지 않고, 영양실조와 만성질환 방치 등 일상적 생존 요건의 파괴로 확장됨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연구의 한계로 생존 구성원이 한 명도 없거나 16세 이상 구성원이 없는 가구는 표본으로 추출할 수 없었고, 피해가 심한 지역은 접근성 문제로 조사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자료 조사 후 이스라엘의 공습 재개로 가자지구의 상황이 더 악화되었음을 전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은 전쟁 상황에서 학살, 식량 부족, 전염병, 의료 인프라 붕괴를 직접 겪은 경험이 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과거도 있다. 전쟁이 남기는 고통의 크기와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자의 학살을 철저히 방관하거나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바라보고 있다.

특히 보건 분야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랜싯>의 논문과 같은 지표를 통해, 기아와 질병이 분쟁 지역 민간인에게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분석하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지식 생산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학살이 중단되도록, 국제법 준수와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공론장이 한국에서도 만들어져야 한다.

당장 할 일을 찾는 독자가 있다면, 사단법인 아디, 국경없는의사회 등 가자지구를 도울 수 있는 구호단체를 검색해보자. 또 우리를 대신해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구호선단에 오른 평화활동가의 여권을 무효화한 외교부를 함께 규탄하자.

*서지정보

Spagat M, Pedersen J, Shikaki K et al. Violent and non-violent death tolls for the Gaza conflict: new primary evidence from a population-representative field survey

The Lancet Global Health, 2026; 14, e552-e559

▲지난해 11월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현지 모습. 무너지지 않은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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