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운일까 노력일까. 삶은 결정론일까 비결정론일까. 인간의 자유의지는 어디까지 통하는 걸까.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설명이 가능할까.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는 분명할까.
"수업을 듣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가 있다. 한 명은 창 밖을 내다보다 날아가는 새 한 마리에 정신을 빼앗긴다. 한 명은 선생님이 설명하는 어떤 시에 흠뻑 빠져들어 평생토록 시를 사랑하게 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행동 유전학자 데미언 모리스는 '우리 삶의 경로가 가끔은 외견상 임의적인 가능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우발성이 어딘가에 영향을 미치고 우발적인 수렴성이 우리의 세계를 지배한다면, 왜 우리는 수렴성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우발성을 간과할까?"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 자주 '잡음'과 우연성, 우리의 신념이 만들어내는 우발적인 불확실성, 일이 발생하는 장소, 개입하는 사람, 또는 일이 벌어진 때를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논리. 우연성에 대한 이해 없이 '우리가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다.
교수에서 정치 컨설턴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과 해박한 관심을 가진 저자 브라이언 클라스가 던지는 질문이다. 저자의 호기심에 빠져들게 만든 전작이 있다. 지난 2022년에 번역된 <권력의 심리학>이다. 권력이라는 망상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대한 책이다. 인용을 위해 늘 들춰보는 책이기도 하다.
이번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는 우연성, 불가예측성 혹은 운수에 대한 책이다. 어쩌면 한국 사회에 꼭 들어맞는 책이다. 삶이 워낙 불안하기에 미래에 대한 예언이 판을 치고 그래서 음모론이나 주술이나 사이비종교가 신성과 이성을 지배하는 나라이니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출처가 불확실한 일화에 따르면) 노벨 물리학 수상자 닐스 보어의 집 앞에 말발굽이 걸려 있었다. 물리학자가 미신을 믿는다는 사실에 놀란 손님이 보어에게 물었다. '당연히 아니지요. 하지만 그 미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그래서 "우리는 137억 년에 달하는 우연성의 역사가 현현한 화신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마침내 스스로의 존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마지막 문장은 소박하다. "인간의 삶을 누가 통제하는지와는 상관없이, 그 목적은 누구든 주변에서 사랑받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커트 보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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