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동맹 어디갔나…트럼프, 韓 포함 피아·사실관계 구분 없이 '관세, 관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동맹 어디갔나…트럼프, 韓 포함 피아·사실관계 구분 없이 '관세, 관세'

가자·우크라 등 현안 피한 채 자화자찬…관세 앞에 "친구, 적" 없다며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이하 현지시간) 2기 취임 뒤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섰지만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 인플레이션 등 당면 과제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은 채 이민자 및 성소수자 공격을 포함해 자화자찬에 치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지목하며 4월2일 예정대로 상호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약 100분간 이어진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및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언급한 시간은 말미 5분가량에 불과했다. 특히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선 "인질을 돌려받고 있다"고 언급한 수준에 그쳤다.

지난 주말 가자지구 1단계 휴전 기간이 종료된 뒤 연장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구호품 반입을 막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중동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다소 완화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편지"를 받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앞서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한 내용 일부를 낭독하고 "그가 편지를 보낸 것이 고맙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게시글 중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한 내용은 "우리 팀과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지속적 평화를 위해 일할 준비가 됐다. 우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돕고 주권과 독립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해 준 것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 광물 및 안보에 관한 협정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는 언제든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 등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게시물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던 굴종과 감사"를 담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동이 험악한 분위기로 끝나고 광물 협정 체결이 불발된 뒤 3일 외신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광물 협정 외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 사과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진지한 논의를 했고 그들이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다는 강력한 신호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침공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전 종전 협상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유럽에 대해선 "우크라이나 방어보다 러시아 석유와 가스를 사는 데 돈을 더 많이 썼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청정공기조사연구소(CREA)에 의하면 우크라전 이전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했던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러시아에 연료 대금으로 219억 유로(약 34조 원)를 지불한 데 반해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엔 187억 유로(29조 원)를 할당했다.

주요 무역 상대국인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미국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식품값 상승을 주도 중인 계란값 급등 원인을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탓으로 돌렸다. 그는 "조 바이든은 계란 가격이 통제 불능이 되도록 내버려뒀다"며 "우린 그걸 되돌리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값을 잡을 뚜렷한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조류 독감 유행 탓에 미국 계란값은 올 초 전년 대비 거의 두 배로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관련해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치며 "발밑의 액체 금(화석연료)" 시추를 통해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알래스카에 거대한 천연가스 관로를 건설 중이며 "일본, 한국 및 다른 국가들이 수조 달러를 투자해 우리 파트너가 되고 싶어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가 "아름다운 단어"라며 인도, 중국 등과 함께 한국을 관세율이 높은 나라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나 높다"며 "우리는 군사적으로, 그리고 많은 다른 방법으로 한국에 매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친구와 적" 모두가 이런 행위를 한다며 단기적 금전 관계에 있어 동맹과 적을 구별하지 않는 태도를 다시 드러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13.4%로 미국(3.3%)보다 4배가량 높지만,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부분의 미국 수입품에 관세를 붙이지 않는다. 지난달 우리 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대미 수입품 평균 관세율은 0.79%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가 우리에게 관세를 매기면 우리도 매긴다"며 "4월2일" 상호관세 부과를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대한 야욕을 재차 표출했다. 그는 "그린란드의 놀라운 주민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며 "여러분이 선택한다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고 "우린 여러분을 안전하게 지키고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와 국제 안보를 위해 우린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그걸 얻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파나마 운하가 "미국인을 위해, 미국인에 의해 건설됐다"며 "내 행정부는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연설을 통해 중동, 우크라이나 등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한 엄중한 국제 상황과 국내 관심사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법 제시가 기대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시간 연설 중 대부분의 시간을 대량의 행정명령 서명, 이민자에 대한 "살인자, 마약상, 조직폭력배" 등 혐오 표현을 포함한 반이민 정책, "트랜스젠더 이념"에 대한 공격,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효율부(DOGE)의 연방정부 침투 등 취임 한 달간 있었던 일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초반 머스크를 직접 소개하며 "정말 고맙다. 감사한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효율부가 연방정부에서 "낭비"를 잡아내고 있다고 했지만 <뉴욕타임스>는 효율부가 국방 등 정부 지출이 큰 부문은 들여다보지 않고 외국 원조, 교육부, 채용 및 조직 내 차별을 방지하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부문을 편향적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연설 중 공화당 쪽에선 수차례 박수와 환호가 나왔지만 민주당 쪽에선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 "거짓", "머스크가 훔치고 있다" 등의 팻말을 들어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에 항의했다. 앨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은 연설 도중 일어나 트럼프 대통령에 "권한이 없다"고 외치다 퇴장 당하기도 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아코르테즈 하원의원 등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아예 연설 참석을 거부했다.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2기 취임 뒤 첫 상·하원 합동연설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중 민주당 의원들이 "거짓"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효진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