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협정을 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기 하루 전인 27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재자" 발언을 잡아떼며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태도를 완화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보상"을 주는 형태의 종전은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에 대한 진전을 이루진 못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4일부터 중국에 10%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 관세 부과에도 중국이 서둘러 협상에 나서지 않자 재차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대응을 경고하며 반발했다.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의 미 백악관 공동기자회견, 영국 일간 <가디언>, 미 CNN 방송 등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스타머 총리와 회동 중 취재진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로 칭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내가 그렇게 말했나? 믿을 수 없다"고 답한 뒤 곧바로 "다음 질문을 하라"며 말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를 치르지 않는 독재자"라고 비방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임기는 지난해 5월까지였지만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뒤 계엄 상태로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최근 "약간 짜증이 났을 수 있다"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태도를 완화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많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 악화 배경으로 미국이 제안한 광물 협정안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안전 보장이 부족하다며 거듭 거부한 것이 지목됐지만, 이번 주 합의가 진행됐고 28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정 체결을 위해 미국에 방문하기로 한 데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 보장에 대해선 광물 협정을 통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는 것 자체가 "방어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곳(우크라이나)에 우리 노동자들이 많이 있고 우리에게 필요한 희토류 등을 다루고 있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이는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안전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트럼프, 영 평화유지군 러 공격 받으면 돕겠느냐는 질문 받고 "영, 스스로 잘 돌볼 것"
스타머 총리는 이날 "영국은 동맹과 긴밀히 협력해 (종전)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하고 공중에 비행기를 띄울 준비가 됐다. 이것이 평화를 지속시킬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 투입 의지를 재차 밝혔지만 이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진 못한 듯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더해 집무실에서 영국이 우크라이나에서 평화유지군 활동을 하는 동안 러시아 공격을 받으면 도울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난 항상 영국 편"이라면서도 "영국에 많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며 "영국은 놀라운 병사와 군을 갖고 있고 그들은 스스로를 잘 돌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스타머 총리에 "러시아에 스스로 맞설 수 있겠나?"하고 묻기도 했다. 스타머 총리는 "글쎄요"라며 웃음으로 답했다.
스타머 총리는 협상이 러시아에 "보상"을 주는 형태로 이뤄져선 안 된다고 촉구하며 우크라전 종전 협상 관련 이견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를 가져오고 죽음을 막으려는 개인적 헌신을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린 이걸 올바르게 해야 한다"며 "침략자에게 보상을 주는 건 평화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종결을 위한 2014~2015년 민스크 협정을 위반하고 2022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대화는 우호적으로 진행됐고 영국이 미국 관세를 피할 수 있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난 이 위대한 두 우호국(미·영)의 경우 관세가 필요 없는 진정한 무역 협정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두고 보자"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준비하며 여러 '선물'을 준비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빈 방문 초청이 담긴 영국 찰스 국왕의 서한을 건넸고 트럼프 대통령은 놀란 듯한 기색을 보인 뒤 기뻐하며 초청에 응했다.
현대 영국 역사상 영국 군주가 국빈으로 2번 초청한 선출직 정치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인 2019년 엘리자베스 여왕 초청으로 영국에 국빈 방문했다.
미국 방문 이틀 전인 25일 스타머 총리는 외국 원조 예산을 삭감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3%인 영국 국방비를 2027년까지 2.5%으로 올릴 것이라고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기도 했다.
NYT "추가 관세 위협,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오려는 것"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펜타닐 공급 등을 구실로 다음 달 4일부터 "중국에 추가로 10%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4일 발효된 10% 관세에 추가로 10%를 더 붙이겠다는 의미다.
중국은 곧바로 대응을 경고하며 반발했다. <로이터> 통신은 28일 중국 상무부가 관련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철저히 시행되는 마약 정책을 갖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며 미국의 "추가 관세 위협"은 "순전히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상무부는 "미국이 이러한 조치를 강행한다면 중국은 합법적 권리와 이익 보호를 위해 모든 필요한 대항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 관세가 발효된 이달 초 미국산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해 대응했다.
이달 초 정상 간 소통 뒤 관세 부과가 유예된 캐나다·멕시코와는 달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해 아직 공식 대화를 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위협이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 오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봤다.
멕시코와 캐나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마약 및 이민 관련 맞춤 대응을 한 데 반해 중국은 미국과 양자 관계를 정의할 더 포괄적 협상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신문은 중국이 이미 동남아시아를 포함해 다른 나라로 생산을 이전하는 방법 등으로 미국 관세에 능숙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게시물을 통해 "마약이 매우 높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우리나라로 쏟아지고 있다"며 한 달간 유예했던 이들 국가들에 대한 25% 관세가 "3월4일 예정대로 발효된다"고 밝혔다.
멕시코는 마약 밀매 조직원 수십 명을 미국에 인도하며 관세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증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7일 멕시코 정부가 1985년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 살해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악명 높은 마약상 라파엘 카로 퀸테로를 포함해 거의 30명의 주요 마약 조직원을 한꺼번에 미국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7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을 언급하며 기자회견에서 "아시다시피 그(트럼프 대통령)는 그의 소통 방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와 같이 우리는 냉정한 판단력과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으로 밀수되는 펜타닐의 1% 미만이 캐나다에서 유입된다고 지적하고 "캐나다는 미국 문제의 근원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화요일(3월4일)에 캐나다에 부당한 관세가 부과된다면 즉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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