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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자살위험 높이는 ‘성적지향 전환치료’라는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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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자살위험 높이는 ‘성적지향 전환치료’라는 혐오

[서리풀연구通]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적 인식과 접근, 개선해야

지난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었다. 자살 위험에 취약한 집단 중 하나가 성소수자이다. 국내 성소수자 자살실태 연구 결과, 일반 성인인구(3.9%)에 비해 성소수자(LGB)의 연간 자살사고(34.6%)는 8.9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관련 연구 바로가기). 최근 발표된 성소수자인권단체 '다움'의 조사에서도 성소수자 청년의 41.5%가 최근 1년 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8.2%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하였다.

세계보건기구가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지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를 여전히 비정상으로 인지하고 '동성애자들의 안녕을 위해' 탈동성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은 현실이다. 성소수자의 자살 예방과 정신 건강 보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이처럼 이들의 성정체성을 부정하는 폭력적 인식과 접근을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은 성소수자를 향한 '성적 지향 변경 노력(SOCE, Sexual Orientation Change Efforts)'이라고 하는 전환치료가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 변경과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논문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논문 바로가기: 성적 지향 변경 노력의 경험과 동기, 영향: 성소수자의 성 정체성 고통과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이 연구는 홍콩에서 16세 이상의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또는 기타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설문에 참여한 219명은 성적 지향 변경 노력(이하 'SOCE')의 경험과 이후 성적 지향 변화 등을 비롯하여 성정체성으로 인한 괴로움과 우울, 불안 증상, 자살사고에 관한 질문에 응답하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21.9%인 48명이 SOCE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43명은 스스로 SOCE를 시작하였고, 26명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SOCE를 받으라는 조언을 받았다. 스스로 시작한 사람 가운데 절반 이상(54.2%)에서 18세 이전에 첫 SOCE를 경험하였고, 37.2%에서 12개월 이상 SOCE가 지속되었다. 한편 SOCE를 경험한 성소수자는 이를 경험하지 않은 이들보다 종교적 신념을 가진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SOCE를 경험한 성소수자 중 압도적 다수(91.7%)는 SOCE가 전혀(56.3%) 또는 별로(35.4%) 효과가 없다고 응답하였다. 남은 응답자(9.3%)도 효과 여부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SOCE의 이점으로는 자신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찾았다는 점과 삶에 희망을 가져다주었다는 점 등을 꼽았다. 반면 SOCE의 해로움으로는 시간 낭비와 수치심, 죄책감, 자기 증오, 자신에 대한 실망 등을 꼽았다. SOCE를 경험한 성소수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성정체성과 관련하여 유의하게 더 큰 괴로움을 겪고 있었고, 우울증과 자살사고의 경험 또한 높았다.

연구진은 추가 분석을 통해 SOCE가 자살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데 성정체성으로 인한 괴로움이 매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즉, SOCE가 자살사고의 위험을 높이는데, 이렇게 위험을 높이는 경우의 상당수가 SOCE 때문에 생긴 성정체성의 괴로움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성소수자 보호를 위해 홍콩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SOCE와 같은 성적 지향 전환치료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하고, 성소수자가 성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스트레스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였다. 또한 다양한 성적 지향의 정상성에 대한 공교육이 보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최근 취임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동성애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 "동성애 행위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은 가능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감추지 않았고, 지난 9일 취임사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인권 보호의 최종 보루가 되어야 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표자가 성소수자의 성정체성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성소수자들의 정신 건강이 더 위험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성소수자 동료를 위한 시민들의 연대와 지지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서지 문헌

Chan, R. C., Leung, J. S. Y., & Wong, D. C. K. (2022). Experiences, motivations, and impacts of sexual orientation change efforts: Effects on sexual identity distress and mental health among sexual minorities. Sexuality Research and Social Policy, 1-15.

▲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대형 무지개 깃발 뒤에서 행진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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