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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예산 125조원인데 질병예방·건강증진 예산은 4조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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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예산 125조원인데 질병예방·건강증진 예산은 4조원뿐

[서리풀연구通] 공중보건 예산 확보가 중요한 이유

지난 8월 27일, 2025년 정부 예산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 2025년 정부의 총지출은 677.4조 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3.2% 증가하였다. 예산 확정까지 국회 심의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예산의 규모, 증감액 등을 통해 국정운영 기조와 우선순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정부 예산안 중 보건복지부에 편성된 예산은 125.7조 원이다(☞관련자료 바로가기). 전체 지출의 18.6%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올해 예산에 비해서도 7.4%나 증가하였다. 이렇게 많은 보건복지부 예산 중 질병 예방이나 인구집단의 건강증진에 투입되는 예산은 어느 정도일까?

보건복지부 총지출의 85.3%를 차지하는 '사회복지' 예산을 제외한 '보건' 예산은 18.4조 원이다. 이중 '건강보험' 예산 14.1조를 제외하면 '보건의료' 예산은 4.3조 원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예산의 3.4%에 불과한 보건의료 예산에서도 의료 분야를 제외한 일부만이 공중보건 분야에 지출된다.

보건의료 예산이 전년 대비 17.5%나 삭감되었던 2024년보다는 그래도 상황이 나아졌다. 2025년 보건의료 예산은 올해보다 약 5000억 원 증액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액된 예산 대부분이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과 관련하여 배정되었으며, 공중보건 분야에서는 정신건강 영역만 일부 증액(295억 원)된 것으로 보인다.

공중보건 활동이 인구집단의 건강수준을 향상시키는 비용효과적인 개입이라는 증거가 많지만, 많은 국가에서 공중보건에 대한 지출은 충분하지 않다. 2018년 기준 OECD 국가의 총 의료비 지출 대비 공중보건 지출 비중은 0.7~5.8% 정도였다.

인구집단 건강에 대한 공중보건 활동의 잠재적 이점은 실현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학교 청소년을 위한 건강증진 활동은 노년기에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공중보건 지출의 완전한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서만 관찰될 수 있으며, 단기적 효과가 긍정적이더라도 공중보건 지출의 장기적인 잠재력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회과학과 의학>에 발표된 것으로, 캐나다 사례를 통해 높은 공중보건 지출이 장기적으로 예방가능사망률을 감소시키는지 살펴본 연구이다(☞논문 바로가기: 공중보건에 대한 지출이 장기적으로 예방가능사망률을 감소시키는가? 캐나다 주(州)의 증거). 기존 연구들이 주로 공중보건 지출의 단기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연구는 정교한 패널 시계열 분석을 통해 장기 효과와 단기 효과를 분리하여 살펴보았다. 또한 비교를 위해 치료비 지출과 치료가능사망률 사이의 단기적 관계도 추정하였다.

연구진은 공중보건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고, 공중보건 지출이 시간과 주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비교적 장기간의 자료를 갖추고 있는 캐나다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사망률, 의료비 지출, 인구사회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을 위한 종단 자료를 구축하였다.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3개 준주(territory)는 제외하여, 총 10개 주(province)의 1980년부터 2017년까지 38년의 자료가 분석에 사용되었다.

종속변수인 예방가능사망은 건강증진 사업이나 공중보건 정책으로 피할 수 있었던 조기 사망(75세 이전)으로, 공중보건 지출의 광범위한 특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공중보건 개입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건강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살펴본 치료가능사망은 적시에 효과적인 의료서비스를 통해 피할 수 있었던 조기 사망을 의미한다.

독립 변수는 공중보건 지출이다. 연구진은 캐나다에서 일반적으로 공중보건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로 간주되지 않는 산업보건을 제외하고, 예방 및 건강증진 범주에 해당하는 세분화된 공중보건 지출 데이터를 분석에 사용하였다. 추가적으로 살펴본 치료비 지출은 의사, 병원, 의약품에 대한 공공 지출로 정의하였다.

분석 결과, 장기적으로 공중보건 지출 증가와 예방가능사망률 감소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공중보건 지출을 1% 늘리면 장기적으로 예방가능사망률이 0.22%까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중보건 지출로 인한 예방가능사망률의 감소는 여성(0.09%)보다 남성(0.29%)에서 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두 변수 간 일관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러한 결과는 다양한 가정을 적용한 여러 모델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한편 치료비 지출과 치료가능사망률 사이의 단기적 연관성은 남성에서만 유의하게 나타났다(통계적 유의 수준 0.1).

의료체계는 다르지만 한국 역시 캐나다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방가능사망률이 치료가능사망률보다 높지만, 공중보건 지출은 치료비 지출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예산 분배를 둘러싼 경쟁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산 경쟁 속에서 공중보건 지출은 삭감되기 너무 쉽다.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의료서비스와 달리 공중보건의 결과는 관찰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료적 지출을 우선시하기 위해 대규모 공중보건 프로그램이 삭감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없다고 해서 공중보건 지출을 줄인다면, 장기적으로 인구집단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치적 동기나 재정 긴축 등의 명목으로 공중보건에 대한 지출이 삭감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제 예산안은 국회로 넘어갔다. 2025년 공중보건 예산이 어떻게 확정되는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한다.

* 서지 정보

Ammi, M., Arpin, E., Dedewanou, F. A., & Allin, S. (2024). Do expenditures on public health reduce preventable mortality in the long run? Evidence from the Canadian provinces. Social Science & Medicine, 345, 116696.

▲ 지난 4일 서울 소재 한 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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