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국회 통과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뉴라이트' 역사관을 옹호하는 페이스북 글을 공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위원장은 나아가 이같은 자신의 행위를 두고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2차 방송장악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이 "뉴라이트 계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과 관련해서 지금 정치적으로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관련 성명을 두 차례나, 11일과 13일에 (페이스북에) 올렸다(공유했다). 정치적인 중립성을 위반한 것 아닌가?"라는 질의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공유한 글은 "이종찬(광복회장)은 건국의 현장에서 무릎 꿇고 반성해야 한다", "이종찬 때문에 이승만·김구가 반역자가 될 판이다" 제하의 MBC 제3노조 성명들이다.
이 위원장은 이 의원이 다시 "일방적인 (문화방송) 제3노조의 성명을 올렸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묻자, "저는 이 주장(제3노조 성명)이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또 이 위원장이 공유한 MBC 제3노조 성명서 가운데 "MBC는 난리가 난 듯 뉴스데스크 톱부터 세 꼭지에 사태를 도배했다"는 내용을 짚으며, "리포트를 3개나 잡고 한 것들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나는 MBC 뉴스 편집에 문제가 있으니까 내가 여기에 개입하겠다'라고 하는 의사표현을 한 것이라고 보인다"며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MBC의 이런 식의 보도 그냥 놔두지 않겠다'라고 엄포, 경고를 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개입할 수도 없고 현재 MBC가 저의 의견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이 거듭 김 관장과 관련해 "뉴라이트 독립기관장 임명,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공영방송이라고 한다면 논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거는 분명히 잘못된 독립기관 장 임명이기 때문에 비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지켜내야 되고 대한민국의 흔들리는 뿌리(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방송을 유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 위원장은 여전히 뉴라이트 사관, 편향된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저는 뉴라이트가 개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지만"이라며 "공영방송을 장악할 생각도 없고 또 현재 MBC가 저의 생각 에 따라서 편집을 바꾼다고 생각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번에는 "이 광복회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 위원장은 "제가 그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여기에서 얘기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 의원이 이어 "굉장히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MBC 제3노조의 성명은 '자신의 뜻과 분명히 동의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을 하면서 공유를 한 분이 이 회장에 대해서는 왜 평가를 안 하나? '무릎 꿇어라'라고 한 그런 성명을"이라고 재차 묻자, 이 위원장은 "제가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이 의원의 "이것(성명서 공유)은 노골적인 MBC 제3노조 편들기 아닌가. 이것도 인정 못 하겠는가"라는 물음에도 이 위원장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정치적으로 편향된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자 "앞으로는 제가 특히 공직에 임명이 된다면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 표시하는 것에 조금 더, 손가락 운동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 '2인 체제'에서 2시간여 만에 졸속으로 공영방송 이사진 임명안을 의결한 데 대해선 "직무가 정지된 고위공무원"이라며 일체 답변하지 않았다.
최민희 과학통신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위원들은 "탄핵소추를 사유로 증언을 거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헌법 65조제4항은 탄핵 결정은 공직 파면에 그치며 이에 의하여 민사상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규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은 별개의 과정"이라며 "증언 감정법 제3조는 형사소송법 제148조 제148조 본인 친족 등의 형사책임과 관련된 때에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탄핵소추된 것을 사유로 증언을 거부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럴 경우 증언 거부를 계속할 때 고발 대상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의 한 문장을 인용하며 청문회를 <동물농장> 속 불평등 상황에 빗대기도 했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직무정지'를 앞세워 답변을 거부하는 이 위원장에게 "여기 왜 왔느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몇몇 동물들은 더 평등하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탄핵 심판 중인 저를 증인으로 불렀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여기가 동물농장인가, 여기는 동물농장이 아니고 국회"라고 지적했다.
김태규, "이진숙 탄핵할까 봐" 이사 선임 서둘렀다 인정
이날 이 위원장과 함께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김태규 직무대행은 야당 위원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졸속'으로 진행된 이유와 관련해 "탄핵할까 봐?"라고 질의하자 "네"라고 답해 답변을 회피한 이 위원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이 위원장을 상대로 "7월 31일 왜 그렇게 급하게 전체회의를 열었나"라며 전체회의는 최소한 이틀 전에 통지하도록 되어 있다는 규칙을 통지하면서 "'(이 위원장) 취임 즉시 탄핵한다', 이런 얘기 들어본 적 있느냐?"라고 묻자, 이 위원장은 "네"라며 "'취임 즉시'라는 것도 제가 지금 제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언론에서 본 것은 '취임 하자마자 탄핵할 것이다' 아니면 '취임해서 이른 바 불법적인 의결을 할 때 탄핵할 것이다' 이런 몇 가지로 표현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제가 민주당 원내 지도부에 속해 있지만 미관 말직이라도 한 번도 '(이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탄핵시킨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해당 보도가 나온 것도 저는 본 바가 없다. 취임 즉시라 할지라도 '위법 행위가 있으면 탄핵한다', 그게 당연한 것이다. 탄핵의 제도 취지상"이라며 "그런데 왜 '취임하자 마자 탄핵한다'는 오해들을 할까?"라고 말을 건네자, 이 위원장은 이번에도 "제 직무와 관련된 질문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며 빠져나갔다.
이어 노 의원은 "(김태규) 직무대행, 왜 이렇게 (전체회의를 서둘러서) 일찍 했나?"라고 김 직무대행에게 기습적으로 물었고, 김 직무대행은 "맞다"라고 답했다. 노 의원이 "탄핵할까 봐?"라고 다시 물었고, 김 직무대행은 "네"라고 대답했다.
김 직무대행은 야당 위원들의 방통위 현장 조사 때에 이어 태도와 언행으로 질타를 받았다. 그는 야당 위원들이 2인 체제 방통위의 이사 선임에 대해 '방송 장악'이라고 주장하자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주장을 계속 하는 건 역으로 '노영방송 수호를 위한 국정장악'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반박했다.
또 야당 위원들이 7월 31일 전체회의 속기록 제출을 압박하자, 김 직무대행은 "지금 상황에서 저는 사무처장, 기획조정관, 심지어 주무관이나 별 차이가 없다. 주무관이 못 주듯이 저도 뭇 주는 상황"이라며 "위원회가 무력화됐기 때문에 제게 말씀하셔도 일개 주무관이나 저나 가지고 있는 권한이 똑같아 못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통위 회의운영 규칙 제20조 2항은 '위원장은 비공개 사유가 소멸되었거나,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회의록과 속기록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현재 직무대행이 스스로를 주무관에 비교하며 속기록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회의운영 규칙과 어긋난다.
뿐만 아니라 증감법 제4조(공무상 비밀에 관한 증언·서류 등의 제출)에 따라 국회로부터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증언의 요구를 받거나, 국가기관이 서류 등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에 증언할 사실이나 제출할 서류 등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 등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이에 최 위원장은 "청문회 증언 거부 중인 김태규 증인 고발 건을 추가로 상정"했으며, 해당 고발의 건은 여당 위원들의 반발 속에 11대 5로 가결됐다.
김 직무대행은 야당 위원들의 질의를 듣거나 다른 증인이나 참고인들의 대답 중 웃음을 짓거나 비스듬히 앉은 모습 등으로 주의를 받았다. 턱을 괴는 자세를 취해 최 위원장으로부터 "너무 편하지 않나? 그런 태도는 안 보이면 좋겠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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