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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는 커리어우먼", "장애인은 인어공주"…이들이 만드는 방송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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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건희 여사는 커리어우먼", "장애인은 인어공주"…이들이 만드는 방송의 미래?

야당 위원들 "이진숙·김태규, 용산에서 명단 받아 공영방송 이사 선임한 것 아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불출석했다. 이를 놓고 야당 위원들은 "어제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멀쩡하게 임명장을 받았다"며 이 위원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반면 여당 위원들은 이 위원장의 건강을 염려하며 야당 위원들이 이 위원장을 "악마화하고 있다"고 말해 여야 간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과방위는 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이 위원장의 불출석을 둘러싼 공방을 벌였다. 이날 회의에는 이 위원장은 물론 김태규 부위원장도 출석하지 않은 대신, 방통위 조성은 사무처장, 김영관 기획조정관, 이헌 방송정책국장만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위원장은 "(이 위원장의) 불출석 사유가 건강 이상으로 입원이다. 그리고 자료를 제출했는데, 어제 이 위원장은 용산에 가서 대통령과 면담하고 그 면담 과정이 방송을 통해서 중계된 바 있다. 그것을 고려할 때 이 불출석 사유서를 승인할 수가 없다"며 방통위 측에 이 위원장의 출석을 촉구했다.

이어 "방통위 설치법 제6조 4항은 위원장이 부득이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부위원장이나 위원 등 위원회가 정한 순서에 따라 업무를 대행하게 돼 있다"며 "이 위원장이 만에 하나 못 나올 경우에는 김태규 부위원장이 출석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김 부위원장이 불출석한 데 대해서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은 전날 이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는 영상을 제시하며 "지금 화면 보듯이 어제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멀쩡하게 임명장을 받았다. 그런데 국회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한 의원은 "(이 위원장이) 용산에서 임명장 받고 나서 사무실이 있는 과천이나 자택이 있는 대치동이 아니라 영등포구 소재의 한 병원에 입원했는지 동선이 이상하다"며 "과방위 전체회의 회피용으로 가짜 입원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이 위원장이 방통위 출근 첫날(7월 31일) 차에서 내려 취재진들에게 "굿모닝"이라고 인사한 뒤 청사 계단을 올라가는 영상을 제시하며 "허리 아프면 차에서 내리기 힘들다. (계단도) 씩씩하게 걸어 올라가고. 물론 다음 상황에서 허리를 다치셨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 의원은 "이 위원장은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 때 동행명령이 발부가 돼서 그걸 집행하러 간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 위원장은 당시) 사람들 동원해서 막고 사장실 비상구로 탈출을 해서 도망을 쳐서 간 곳이, 대전MBC를 탈출한 이진숙 씨의 종착지는 서울의 호텔이었다"며 이 위원장의 태도를 비판했다.

▲ 8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김태규, 용산에서 명단 받아 공영방송 이사 선임한 것 아닌가"

야당 위원들은 '이진숙 방통위'가 지난달 31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2시간 만에 졸속으로 진행한 데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민주당이 접수한 여러 가지 제보에 따르면, 이진숙·김태규 두 사람은 MBC 최대 주주인 방문진 이사 6명 KBS 이사 7명의 명단을 용산에서 받아서 (선임) 의결했고, 그 창구는 용산 대통령실의 홍보기획비서관 최 모라고 전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문진 이사장은 이미 검사 출신 허익범 이사로 내정됐고, MBC 사장 교체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으며, MBC 사장의 선임 조건으로는 첫째 'MBC에 대해서 어떤 일말의 애정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MBC를 쓸어 버릴 인물이어야 한다' 하는 조건이 전해졌다"면서 "방문진 이사 출신으로서 극우 인사에 뉴라이트의 대표 격인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이 '내가 MBC 사장이 돼야 MBC를 싹쓸어 버릴 수 있다'고 한 말과 겹쳐서 아마 유력한 인사로 떠오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방통위법 제12조에 따르면 KBS 이사 추천과 방문진 이사 임명에 관한 사항은 방통위 심의 의결사항이다. '심의해서 의결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며 "그래서 심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그 부분에서 많은 부분들이 지금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단 2시간 안에 (이사 후보) 83명 중에서 KBS 이사 7명 방문진 이사 6명으로 임명이 결정됐다"며 "이 일을 누가 납득을 하겠는가. 이전에 누군가 답안지를 써 주지 않았으면 이렇게 순식간에 답을 써 낼 수 있다고 누가 믿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민주당 한민수 의원도 "83명이 제출한 지원서를 검토하고 이사를 추천하고 임명했다는 것 가능한가"라며 "결국은 명단이, 13명의 명단이 다른 데서 내려왔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나"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방통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당일 일정을 하나하나 짚기도 했다. 노 의원은 "이 두 분이(이진숙·김태규) 심사를 위한 사전 서류 검토까지 포함해서 최대 아무리 싹싹 긁어도 한 6시간 봤다. 그런데 여기에는 협의 시간도 들어가고 또 KBS 7명, 방문진 6명을 의결했다"며 "그 시간까지 하면 한 300분 (검토)했을까. 하여튼 300분에서 360분 정도까지. 그러면 1명당 3~4분 (꼴)"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야당 위원들의 '졸속' 심의 지적에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방통위와 비교하며 "가능한 일"이라고 옹호했다.

최 의원은 "방통위 회의를 통해서 공영방송 이사진을 구성하는, 그 회의 시간 자체는 매우 짧았다. 2021년에 8월 4일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 시절 공영방송 이사진 의결에 8분 걸렸다. 2021년 8월 10일 방문진 이사진 구성하는 데는 33분 걸렸다"며 "그다음에 2021년 8월 25일 KBS 이사 선임에는 27분 걸렸다. 80여 명을 몇십 명으로 줄이는 게 (2시간 안에) 가능하냐고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최민희 위원장은 최 의원이 언급한 이사 선임 시간을 "중요한 사안"이라며 다시 한번 정리한 뒤, "2021년이나 그 이전에는 여야 상임위원 간의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서 그리고 계속 얘기하는 간담회를 거쳐서 의논이 됐다. 2021년의 경우에도 그해 7월 초순에 시작해서 9월 중순에 EBS 이사가 선임됐으니까 면접까지 포함해서 긴 전사가 있었고 그게 다 공영방송 이사들을 뽑는 과정이었다"며 '이진숙 방통위'와의 단순 비교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했다.

"尹대통령과 이진숙, 공영방송을 극우 유튜브 방송으로 만들어"

이날 회의에서는 보수 일색의 공영방송 이사진들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이 위원장은 임명 첫날에는 '무식한 좌빨' '조선인들은 자존감이 매우 낮다' '김건희 여사는 커리어우먼'이라고 말하는 자들을 공영방송 이사에 앉혔다"며 "이미 공영방송을 대통령과 방통위원장이 즐겨보는 극우 유튜브로 만들 준비가 다 끝났다는 뜻인가. 미션을 이미 완수했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황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위원장은) 해외여행을 가면서 법인카드를 자기 멋대로 긁은(결제한) 내역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말한 공정과 정의가 이렇게 가벼운 것인가. 수사를 받아야 할 범법자에게 오히려 '고생했다. 앞으로 첩첩산중이다' 하면서 치하하고 격려하는 게 일국이 대통령이 할 말인가"라며 "완전히 이성을 잃어서 '넘사벽' 범법자에게 방통위를 맡기고 극우 유튜버의 길, 독재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윤석열 정권에게 국회에서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죄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동영 의원은 특히 '이진숙 방통위'가 선임한 방문진 이사 중 "장애인 인권 감수성 부재를 드러낸 인물이 있다"며 검사 출신의 임무영 변호사를 언급했다. 그는 임 이사가 2주 전, 장애인을 인어공주에 비유한 글을 페이스북에 썼다며 "이 글을 읽기도 참담하다. 이런 사람이 방문진 이사"라고 한탄했다.

▲ 임무영 방문진 이사 페이스북 갈무리.

또한 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이 위원장의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된 법인카드 사적 유용 및 포인트 논란 등과 관련해 △29년 경력의 초등교사가 법인카드로 학생들을 줄 빵을 사고 습관대로 자기 이름으로 되어 있는 포인트에 적립했다가 학교로부터 '횡령'이라며 심각한 문제제기를 받은 끝에 취소했다는 이야기, △30년 경력의 행정공무원은 1만 원짜리 점심 식사 영수증을 챙기지 못해 감사 지적 받고 징계처분 받은 일, △20년 경력 회사원이 법인카드 정산 시 영수증을 챙겨야 할 뿐 아니라 영수증에 누구와 식사를 했는지 적지 않으면 곧바로 징계처분을 받는다고 한 사례 등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 위원장의 대한항공 탑승 기록이 또 하나의 진실을 드러냈다"며 이 위원장의 대전MBC에 사직서 제출 전후 '출근했다'는 주장이 위증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에 탑승 기록을 확인한 결과, 이 위원장이 지난 2017년 12월 16일과 17일에는 제주도를, 22일부터 31일까지는 튀르키에 이스탄불을 다녀왔다며 "해당 기관에 국내외 출장기록은 전혀 없다. 무단으로 제주도와 튀르키에 여행을 다니며 연말을 즐긴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여당 위원들은 이 위원장의 건강을 우려하며 야당 위원들의 문제삼고 있는 방통위 파행 운영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떠넘겼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한 이 후보자를 대신해 김 부위원장이 출석해야 한다면서도 "(야당 위원들이 이 위원장을) 그렇게 악마화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 위원장 편을 들었다. 이 의원은 "(인사청문회) 3일 동안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꼬박했다. 그것도 초유의 청문회 아닌가"라며 "내가 보기에는 허리도 못 굽힌다, 보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2명의 야당 (방통위 위원) 후보를 내 주면 된다"며 "그러면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2인 체제'의 불법성은 사라진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야당 단독으로 가결됐다. 이와 별도로 국회 과방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의 불법성에 대한 현장 및 문서검증 실시의 건,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청문회 실시 계획서, △청문회 증인 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 △청문회 자료제출 요구의 건 등을 의결했다. 따라서 오는 6일 방통위 현장방문 조사가 실시되며 9일에는 '방송장악 청문회'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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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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