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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 증폭시킨 불안정 노동자의 건강·소득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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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 증폭시킨 불안정 노동자의 건강·소득 위험

[서리풀연구通]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업무 불가능했던 디지털 노동자의 건강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 속에서 유행 초기에 많은 사회들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적절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고, 마스크와 같은 개인보호장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와중에, 이 새로운 바이러스는 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대처 방법은 '물리적 거리두기'였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 도시 봉쇄(lock down)가 이루어졌고, 외출과 모임을 삼가고 집에 머물 것이 요구되었다. 그 일환으로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그리고 재택근무도 추진되었다. 팬데믹은 소위 '플랫폼 자본주의'의 시기에 시작되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노동과 서비스 공급을 가속화했다.

디지털 기술이 재택근무를 통해 감염의 위기로부터 우리를 보호한 것 같지만, 이것이 꼭 모두에게 긍적적인 요인으로만 작동한 것은 아니었음을 밝힌 연구가 있다. 투바로와 카실리 연구팀은 선행연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디지털 기술 매개 노동, 특히 다양한 종류의 플랫폼 노동에서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졌다고 주장한다(☞논문 바로가기: 팬데믹의 부담은 누가 지는가? 코로나19와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에게로 위기 전가). 노동의 개인화와 고용 관계의 불안정 및 불평등으로 이미 노동자들은 취약한 조건에 처해있었지만, 코로나19 시기 플랫폼을 통해 조직된 디지털 노동은 이들의 건강(감염) 리스크와 경제(소득) 리스크를 더욱 증폭시켰다.

연구진은 플랫폼 노동을 '수요 기반 플랫폼', '온라인 노동 플랫폼',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에서의 노동이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일자리에 종사한 이들이 코로나19 시기에 건강과 관련해 어떠한 직‧간접적인 위기를 겪었는지 살펴보았다.

첫 번째로, '수요 기반 플랫폼'은 플랫폼을 매개로 하여 소비자의 요청에 대해 노동자들이 그때마다 적시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우버와 같은 운전 서비스 플랫폼과 음식이나 제품을 전달하는 배달 서비스 플랫폼이 존재한다. 이 두 종류의 플랫폼 노동은 모두 노동자들에게 특정한 물리적 공간으로의 이동과 접촉을 요구한다.

운전 노동자들의 경우 도시 봉쇄나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경제 활동이 방해받게 되면서, 간접적인 경로로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수입 감소 요인에 노출되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소득 상실의 수준이 너무 크고, 또 정부나 플랫폼으로부터의 지원 수준이 불충분한 탓에 감염 위기에도 불구하고 일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건강 위기 수준도 높아지게 되었다. 배달 서비스는 거리두기 정책에 힘입어 그 수요가 폭증해 음식, 재료, 각종 물품 배송이 일상화되었다. 배달 노동자들은 마스크 등의 보호장구가 부족한 와중에도 지역을 돌아다닐 것을 요구받았기 때문에 감염 위기가 커졌다. 비대면 배달이라고 해서 문 앞이나 지정장소에 물품을 두고 가는 방식으로 변화도 있었지만, 이들은 식당 직원들을 만나고 초인종이나 문고리 등을 만지는 등 각종 공공장소를 돌아다녀야 했다는 점에서 완전한 비대면 노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위생 및 감염 예방의 책임은 모두 개인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졌다.

두 번째로, '온라인 노동 플랫폼'은 크게 독립 계약자(프리랜서) 매칭 플랫폼과 데이터 처리를 위한 미세 노동 플랫폼으로 나뉜다.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은 온라인 컨설팅이나 과외, 디자인, 개발, 집필 등 디지털 기기가 있으면 원격으로도 일할 수 있는 작업에 대해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칭해주는 플랫폼이다. '미세 노동(micro work)'은 대규모 데이터나 각종 미디어에 대해 분류, 범주화, 재부호화(리코딩), 녹취록 전사 등의 작업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코로나19 시기에는 바이러스와 그것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나 AI 도구를 학습시킬 필요가 있었는데, 기계의 학습을 위한 '가장 질 좋은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직접 인체 각 부위의 이미지에 대해 수작업으로 '폐', '심장', 이런 식으로 분류해주는 작업이 필요했다.

온라인 노동과 미세 노동은 재택근무의 가능성이 있어 감염 위기는 비교적 낮았을 수 있다. 다만, 팬데믹으로 인해 실직이나 다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미세 노동의 경우에는 높은 숙련도가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노동자 풀(pool)이 커져 약간 소득이 감소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종류의 노동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았기 때문에 경제적 리스크의 차원에서도 다른 플랫폼 노동자들에 비해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그러나 수주를 받아 일하는 독립 계약자의 특성상 일과 수입이 일정치 않다는 점, 노동자 지위와 권리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이로 인해 고용주와 플랫폼에 의해 이중의 약자 위치에 처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유튜브, 엑스(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에서의 콘텐츠 관리(검열) 노동에 관해 논한다. 콘텐츠 관리는 자동화가 어렵고 지속적으로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영역이다. 페이스북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페이스북은 2010년대 중반에 가짜뉴스가 확산하는 문제를 겪었다. 당시 콘텐츠 관리는 완전히 자동화되지 않고 외주화된 상태였는데,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6년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해 허위 정보를 가려내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 곧 조작과 오용 문제에 시달리게 되었고, 결국 페이스북은 다시금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 하청 노동자들을 고용했다.

콘텐츠 관리는 이 업무의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점, 그리고 보통은 회사나 하청업체에 고용되어 일한다는 점에서 다른 플랫폼 노동자들보다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완전히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는 작업임에도, 비밀 보장과 법적 문제로 인해 코로나19 시기 마스크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에도 사무실에 출근할 것을 요구받았다. 또한, 콘텐츠 관리 노동자들은 유해한 컨텐츠에 여과없이 노출되어 정신건강 상의 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디지털 기술이 일부 특권적 직업에서만 원격근무를 가능하게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매개 노동자, 즉 플랫폼 노동자들은 고용주와 플랫폼에 의한 이중의 착취 및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지속하게 하는 구조 속에서 플랫폼의 종류가 다르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다른 직업군에 비해 더 높은 감염 위기와 소득 감소의 위기를 겪었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다. 우리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두고 집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과정에서 이 건강 위기는 사라진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짐 지워진 것이었음을, 즉 누군가의 안전이 다른 사람의 안전을 볼모로 해 이루어졌다는 이 착취적인 구조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나의 안전이 다른 사람의 안전의 밑거름이 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 서지사항

Tubaro, P., & Casilli, A. A. (2024). Who bears the burden of a pandemic? COVID-19 and the transfer of risk to digital platform workers. American Behavioral Scientist, 68(8), 961-982.

▲ 장맛비가 내리는 서울 여의대로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주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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