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상공인 98% "최저임금 인하‧동결"…'과속 인상 역설' 되새겨야(24.06.12 서울경제)
[사설] 실업자 증가 쇼크, 기업 활력 높여 일자리 안정 찾아야(24.06.13 서울경제)
<서울경제>가 이틀 연속으로 사설에서 최저임금을 다뤘다. 12일 사설에서는 "최저임금은 이미 기업들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최저임금 인하‧동결을 요구하는 소상공인 절대다수의 호소를 끝내 외면한다면 "자영업자 폐업, 청년 일자리 쇼크 등 부작용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저성장 장기화로 흔들리는 우리 경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13일 사설은 "취업자 4명 중 1명이 종사하는 자영업‧소상공인"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그리고 "과도한 임금 인상이 일자리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저임금 인상 결정 과정에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영업자 폐업, 쇼크, 일자리 참사, 치명상 같은 표현들이 무시무시하다.
두 편의 사설에서 거론된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것과 일치한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으니,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돈을 쓰지 못한다. 한국경제인협회 의뢰로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자영업자의 48%는 현재도 이미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그래서일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일자리가 수십만 개 줄어든다'는 식의 협박성 주장은 예년보다 줄어들었다. 올해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 중 눈에 띄는 것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영업 연체율이 높으니 최저임금 인상 억제해야 한다.
2.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이 낮으니 최저임금 인상 억제해야 한다.
3. 숙박‧음식점업 등 특정 업종이 힘드니 최저임금 차등 적용해야 한다.
4. 최저임금 못 받는 노동자가 많으니 최저임금 인상 억제해야 한다.
5.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증가했으니 최저임금 인상 억제해야 한다.
6.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감소했으니 최저임금 인상 억제해야 한다.
1번과 2번은 거의 같은 이야기고, 3번은 2번의 변종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지불 능력에 따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최저임금의 취지라고 최저임금법에 명시되어 있다. 4번은 광범위한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것이니 바로잡아야 할 일이지 최저임금 억제의 근거가 못 된다. 5번과 6번은… 이상하다.
우선 지난 18일 소상공인연합회가 개최한 '2025년도 최저임금 소상공인 입장 발표 기자회견'의 회견문 첫머리를 보자.
"최저임금은 지난 2017년 6470원에서 2024년 9860원으로 50%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 사이 소상공인의 현실은 어떻게 변했습니까? 2017년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58만 명에서 2023년 141만 명으로 17만 명 줄었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415만 명에서 437만 명으로 22만 명이나 늘었습니다. 늘어나는 인건비와 하락하는 매출을 견디는 방법으로 '1인사업장'을 택할 만큼 소상공인이 한계상황에 내몰린 것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최저임금 인상률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증가를 언급했다. 왜 5년도 아니고 10년도 아닌 7년 동안의 변화를 이야기했을까? 2017년과 2018년에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좋다. 7년을 가지고 논의를 해볼 수도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그 7년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415만 명에서 437만 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높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그리고 일부 업종에 대해서만이라도 '구분 적용'을 시행하자고 촉구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노동 쪽 입장에서 반론할 거리는 너무 많다. 첫째,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낮았다. 둘째, 문재인 정부 시기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악을 통해 각종 수당을 단계적으로 산입하게 되었으므로 실제 임금인상 효과는 그보다 작았다. 셋째, 최저임금 인상률을 비율로 따지면 50%가 넘을지 몰라도 액수로는 7년간 3390원 오른 것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10년 전 박근혜 정부가 공약했던 1만 원에도 아직 못 미치고 있다. 넷째, 2017년~2023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7만 명 줄었다는 것은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므로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 노동자와 소상공인이 날을 세우고 공방을 벌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일단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22만 명이나 늘어났다'는 소상공인협회의 주장을 기억하자.
살아남지 못한 '나홀로 사장님'…1년새 11만여명 줄었다[생존위기 소상공인①](24.06.22 뉴시스)
늘어나는 '나홀로 자영업자'…커지는 '최저임금 차등적용' 목소리(24.06.19 아시아경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를 최저임금과 연결한 언론 보도를 찾아봤다. <뉴시스>는 소상공인의 위기에 관한 연속 기사에서 '나홀로 사장님'이 살아남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세 명의 사장님이 등장한다. 수원 권선구의 미용실에서 혼자 주6일, 12시간씩 일하는 신모씨, 서울 종로구에서 홀로 고깃집을 운영하는 문모씨,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하루 12시간씩 남편과 교대로 일하는 이모씨. 모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상공인이다. 고깃집 사장님 문모씨는 "코로나 때는 희망이라도 있었지, 지금이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이분들이 인건비를 부담하기 어려워 '나홀로 사장'으로 영업하거나 가족을 동원한다는 것은 분명한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런데 <뉴시스>는 지난달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424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만4000명(-2.6%)이 감소했다면서 "나홀로 사장들이 끝내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결과"라는 해석을 달았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는 분명히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났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진실은 이렇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21년과 2022년에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났고, 올해 들어서는 전년 동월 대비 감소 추세를 보인다. 그런데 올해도 월별로 비교하면 달라진다. 올해 5월까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전달 대비 조금씩 증가했다. 그래서 <아시아경제>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두 달 연속 증가했다면서 '나홀로 자영업자'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의 증가를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과 연결했다.
그러니까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고 주장하는 단체 또는 언론에 따르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증가했다. 아니, 올해는 감소했다. 아니, 이번 달에는 지난 달보다 증가했다. 헷갈리지만 증가든 감소든 모두 인건비 부담 탓이라고 한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증가한 것도, 감소한 것도 모두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이유라고 한다. 답을 미리 정해놓고 통계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런 혼란이 발생한다. 그러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와 최저임금은 대체 어떤 관계일까?
"확인할 수 없다"가 답이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누구인지부터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가 얼마나 늘어났고 줄어들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에서는 전체 취업자를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로 나눈다. 그리고 비임금근로자를 다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로 구분한다. 비임금근로자에서 무급가족종사자를 뺀 나머지를 자영업자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에는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포함되어 있다. 배달 라이더, 퀵서비스 기사, 택배 기사, 화물차 기사, 학습지 강사, 학원 강사, 보험설계사, 헬스 트레이너….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명목상 사업자로 일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원‧하청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특수고용직 노동자도 노조를 설립하거나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 하나는 저소득 일용 노동자를 사업소득자로 둔갑시킨 경우, 이른바 '가짜 3.3 노동'이다. 4대보험, 야근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피하려고 멀쩡한 직원을 '사업자'로 위장해 등록한다. 사업장의 노동자가 실제로는 5명 이상인데 서류상 근로기준법 미적용 기준인 '5인 미만'을 만들기 위해 가짜 3.3 계약을 활용하기도 한다.
6월 20일 '플랫폼노동희망찾기'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사업소득 원천징수 대상자 약 847만 명 가운데 '기타 자영업'(국세청 업종코드 940909)으로 신고된 사람 수가 약 455만 명이다. 사업소득이 신고되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기타 자영업에 종사하는 셈이다. 그럼 기타 자영업이란 무엇이며 이 455만 명은 누굴까?
원래는 협회 고문, 프로스포츠 선수, 1인미디어콘텐츠창작자(즉 유튜버) 등 물적 기반 없이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을 분류하기 위한 범주가 기타 자영업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업주들이 고용에 따르는 의무를 피해 가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 아니 악용되고 있다. 그래서 455만 명의 기타 자영업자 중에는 진짜 유튜버도 있겠지만 여러 직종의 단시간 노동자와 취약한 노동자가 몰려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가능성을 검증하려면 더 정밀한 통계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감소한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보려면 최소한 연령별, 업종별, 연도별로 마이크로데이터를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배달 라이더 급증···운수창고업 '나홀로 자영업자', 도소매업 추월(24.01.18 경향신문)
'고령 택시기사' 급증에…60세 이상 자영업자 200만명 돌파(24.02.15 조선일보)
언론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을까? 관련 보도가 아예 없지는 않다. 지난 1월에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가운데 운수창고업 종사자 수가 69만5000명(2023년 10월 기준)에 달해 도소매업(68만7000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배달 라이더 수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다. 또 지난 2월에는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가 전년 대비 7만5000명 늘어났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는 고령자들이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인택시, 화물차, 택배운송 등의 일자리를 얻거나 돌봄 노동에 뛰어든 결과였다. 띄엄띄엄 나오는 이런 기사들은 자영업자 통계와 관련된 단편적인 진실만을 알려준다.
위 표는 한국노동연구원이 '한국노동패널'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바탕으로 '자영업자의 취업형태별 구성'(2021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한국노동패널에서는 무급가족종사자를 따로 분류하고, '자영업자'는 크게 둘로 나눴다. 고용원이 있거나 사업을 위해 임대료 또는 부동산 비용을 부담한 적이 있는 자영업자를 '독립 자영업자'로, 임대료 또는 부동산 비용을 부담한 적이 없는 1인 자영업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노무제공자'로 정의했다. 이 표에서 '노동패널'을 보면 '독립 자영업자'는 116만4000명(고용주)과 168만6000명(1인 자영업자)을 합쳐 285만 명이다. 그리고 '노무제공자'는 132만 명. 한국노동패널 기준으로는 자영업자의 약 32%가 노무제공자라는 것이다. 노동시장 환경의 빠른 변화를 고려하면 2024년 현재 이 비율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32%는 최저임금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장님'이 아니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1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일 수도 있고,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개인사업자일 수도 있고, 건당 수당을 받지만 순수입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최저임금보다 낮게 나오는 노동자일 수도 있다. 이들을 위한다면 오히려 최저임금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저임금 논의는 '을과 을의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을과 을이 싸워봤자 어느 쪽도 처지가 나아질 수 없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았던 탓에 노동자는 고물가에 실질임금 감소로 허덕이다가 이제 점심값마저 줄이고 있다. 자영업자는 이자 비용, 임대료, 로열티, 공공요금 등 각종 비용이 상승하는 가운데 그나마 조절가능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갈아 넣으며 일했다. 양쪽 다 어렵다. 그러나 자영업자 통계를 근거로 어느 한쪽 '을'의 어려움을 강조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서류상 자영업자지만 실질은 노동자인 사람이 수백만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왜곡된 통계를 바로잡고 노동시장의 실태부터 이해해야 제대로 된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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