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가 폭은 점차 둔화하고 있으나 연체율이 급격히 올라가 채무재조정이 필요하다는 한국은행의 지적이 나왔다.
한은은 26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6월)'에서 "최근 가계 및 자영업자 대출은 낮은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그간 금융긴축 지속 및 경기둔화 등으로 인해 연체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말 현재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55조9000억 원이었다. 개인사업자대출이 702조7000억 원, 가계대출이 353조2000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자영업자대출 잔액 총합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이로써 2022년 하반기 이후 증가율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이 가계대출 연체율에 비해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게 문제라고 한은은 지적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말 0.56%에서 올 1분기 말 0.98%로 올라갔다. 반면 같은 기간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0.50%에서 1.52%로 3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특히 다중채무자이면서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은 취약차주 연체율에서 자영업자 부문의 가파른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올 1분기 말 자영업자 취약차주 대출 연체율은 10.21%에 달해 9.97%인 가계 취약차주 연체율을 웃돌았다.
취약차주의 비중 역시 자영업자 부문에서 컸다. 올 1분기 말 자영업자 취약차주 비중은 12.7%로 6.4%인 가계 부문의 두 배 가까이 컸다.
한은은 한편 최근 금리 상승기, 즉 미국으로부터 촉발한 세계적인 금리 인상이 이어진 2021년 3분기~작년 4분기 사이 국내 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과거 금리상승기에 비해 빠르게 올랐다고 밝혔다.
한은은 "과거 금리 상승기(2010년~3분기~2011년 3분기, 2017년 1분기~2019년 1분기)에는 대출금리 상승폭이 작고 서비스업 경기가 호조를 보여 금리상승 영향이 상당 부분 완충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 상승세는 다소 완만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상승기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데다 서비스업 경기 또한 2022년 하반기 이후 위축됨에 따라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저하해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자영업자 대출 위기의 또 다른 특징은 개별 연체차주의 빚 규모가 커진 게 아니라, 빚을 못 갚는 연체차주 수가 증가하는 데 있었다.
올 1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연체차주의 1인당 평균 연체액은 1억2200만 원이었다. 이는 연체율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직전인 2022년 2분기의 1억400만 원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반면 자영업자 연체차주 비중은 2022년 2분기 말 1.57%에서 올 1분기 말 4.20%로 급격히 뛰었다.
한은은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에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재조정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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