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결과, 소수 야당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보다 강한 야당'을 내세워 비례대표 12석을 가져가며 일약 3당으로 부상했다. 반면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새로운미래는 '어부지리'로 얻은 지역구 1석을 제외하고 전국 투표에서 3% 미만의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 획득에도 실패했다. 진보당은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한 과실로 비례 2석과 지역구 1석을 챙기며 원내 4당에 등극했다.
조국혁신당은 창당한 지 불과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신생 정당이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보다 강한 선명성을 무기로 비례 12석을 가져가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이들이 외쳤던 대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경향이 현실로 나타나며 이번 총선 선전의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
조국혁신당이 야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검찰 독재 타도', '김건희 법정 출두'와 같은 짙은 선명성이었다. 조국혁신당은 선대위 명칭을 '파란불꽃선대위'로 붙이는 등 민주당에 비해 '더 파랗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뜻밖의 대승을 거둔 조국혁신당은 총선 결과를 '검찰 독재 정권 심판'으로 해석하며 윤석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목소리를 높였다. 조 전 장관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당선인들은 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도,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뜨거운 심판이 자신들과 무관하지 않은 점을 잘 알 것"이라며 "국민들께서는 검찰이 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지 않느냐고 꾸짖고 계신다. 검찰의 서늘한 칼날은 왜, 윤 대통령 일가 앞에서는 멈춰 서는지 묻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이미, 김 여사와 모친인 최은순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해 23억 원의 수익을 거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김건희 여사의 공범들은 모두 처벌받았는데 검찰은 왜 김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지 않나, 왜 기소하지 않느냐"고 캐물었다.
아울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 왜 명품백을 받았는지, 그 명품백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 대가로 무엇을 약속했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것은 조국혁신당의 요구가 아니다. 이번 총선을 통해 확인된 민심"이라며 "국민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검찰 조직은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진보당은 민주당과 선거 연합을 통해 실리를 확실히 챙겼다.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 2석으로 총 3석을 확보해 원내 의석 수가 4번째로 많은 정당이 된 것이다. 21대 국회에서는 지역구 1석(강성희 의원)에 불과했다.
진보당의 지역구 당선자는 야권 단일화 후보로 울산 북구에 출마해 승리한 윤종오 당선인이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구성 과정에서 울산 북구를 진보당 단일 후보 지역으로 결정했다. 현역 의원이었던 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이에 반발해 탈당한 후 윤 당선인과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승자는 윤 당선인이었다. 윤 당선인은 본선에서도 55.12%로 박대동 국민의힘 후보(42.88%)를 크게 앞서며 승리했다.
비례대표 당선자는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진보당 몫으로 공천을 받은 정혜경·전종덕 후보다. 정 당선인은 민주연합 비례 추천 순위 5번, 전 당선인은 11번으로 여유 있게 당선권 안에 들었다.
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권심판과 진보정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노력한 진보당에게 일할 기회를 주신 국 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그는 "진보당은 오늘부터 다시 진보정치의 밭갈이를 시작한다. 극단적 불평등에 더는 버틸 수 없는 절대 다수의 삶을 지키는 진보입법으로 무상급식 이후의 진보정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새로운미래는 선거 기간 내내 이어진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전국 투표에서 1.7%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원내 진입 기준인 3%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이낙연 공동대표도 광주 광산을에서 13.84% 득표를 받는 데 그쳤다. 다만 세종갑에 출마했던 김종민 후보가 민주당 이영선 후보의 중도 낙마로 인한 야권 표를 흡수하며 당선돼 원내 정당 자격을 겨우 갖췄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저는 광주시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광주시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도 저는 저에게 주어지는 책임을 다하며 살 것"이라며 "우리 정치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증오와 저주의 선동정치를 어떻게 끝낼지, 국민과 함께 끈기 있게 생각하고 행동하겠다"고 했다.
한편 보수진영에서도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이 지역구 1석, 비례대표 2석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선대위 해단식에서 "개혁신당이 선명한 야당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 야당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다만 해단식 뒤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 등이 추진을 예고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다양하고 사안별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특검이라는 절차 이전에 국정조사 등 입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조국혁신당 1호 공약 '한동훈 특검'에 대해서도 그는 "너무 정치적 주장이 가미된 특검의 남발"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이 라디오 인터뷰 도중 '대선이 3년 남았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자신이 "확실하냐"고 되물어 화제가 된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야당 대표로서 바라는 바는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꿔달라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야권이 "권력분산을 위시한 개헌 과제"나 "임기 단축"을 꺼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만 "탄핵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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