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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텃밭서 하마스 고위 간부 살해…레바논·이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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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텃밭서 하마스 고위 간부 살해…레바논·이란 반발

전장서 먼 베이루트서 이스라엘 추정 드론 공격…헤즈볼라 "처벌 없이 넘어가지 않을 것"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고위 지도자가 사망하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란이 반발하는 등 확전 위험이 고조됐다. 지난달 미 하원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임 압력을 받은 하버드대 총장이 끝내 물러났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2일(이하 현지시각) 하마스 정치 부문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연설을 통해 이날 베이루트 외곽 하마스 사무실에서 일어난 폭발로 하마스 고위 지도자 살레 알아루리(57)를 포함해 7명의 하마스 조직원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니예는 이번 사건이 "우리 국민에 대한 점령군(이스라엘)의 잔인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노골적 범죄"이자 "레바논 주권에 대한 침해 및 우리 국민과 국가에 대한 이스라엘 침략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모든 후과에 대한 책임은 점령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앞서 <로이터> 통신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통해 베이루트에서 알아루리를 살해했다고 전했다.

하마스 정치국 2인자이자 무장 조직 카삼 여단 창시자 중 한 명인 알아루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하마스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동시에 베이루트에 머물며 하마스와 헤즈볼라 간의 연락을 담당해 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설명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주로 민간인인 1200명을 살해하고 240명 가량을 납치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중부에 위치한 베이루트는 전선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를 크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사건이 발생한 베이루트 교외는 헤즈볼라의 근거지다.

헤즈볼라는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AP> 통신을 보면 헤즈볼라는 이번 사건을 "레바논과 그 국민, 안보, 주권에 대한 심각한 공격"으로 보고 "이 범죄를 대응과 처벌 없이 넘어가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알자지라를 보면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임시 총리도 이번 공격이 레바논을 전쟁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이자 "이스라엘의 새로운 범죄"라고 비판했다. 미카티 임시 총리는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주권을 침해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항의서를 제출할 것을 정부에 지시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모두 지원하는 이란도 반발했다. <로이터>를 보면 이란의 나세르 카니니 외교부 대변인은 알아루리의 살해는 "의심의 여지 없이 팔레스타인 뿐 아니라 역내, 그리고 전세계 모든 자유를 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점령자들에 맞서 싸우려는 또 다른 저항 급증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AP>는 헤즈볼라가 지금까지 확전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분쟁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랍 전문 연구원인 미 워싱턴DC 아랍센터 연구분석국장인 이마드 하브도 알자지라에 이번 사건이 남부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헤즈볼라의 거점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위험한 확대"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번 사건으로 헤즈볼라 쪽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크지만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 수행에 대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관련 질문을 받고 "오늘 밤 말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마스와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라고만 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레바논 및 미국 당국자들이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한 미국 고위 당국자가 이번 공격은 지난해 10월 7일 습격과 관련된 하마스 요원들을 상대로 이스라엘이 수행할 수많은 공격 중 첫 번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당국자는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번 사건으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휴전 협상 타결은 더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신화> 통신은 3일 팔레스타인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인용한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부터 이달 2일까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2만 218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인 인질은 129명에 이른다.

또 다른 확전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도 2일 홍해에서 다시금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날 오후 9시30분께 예멘의 후티 반군 통제 지역에서 후티 반군이 두 발의 대함 탄도 미사일을 홍해 남부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여러 척의 상선이 이를 보고했지만 피해 신고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 플로렌시아 소토 니노는 2일 언론 브리핑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관련해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 자제하고 역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이번 주부터 가자지구에서 5개 여단 규모 병력 철수를 시작하며 저강도 표적화된 작전으로의 전환을 시사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일 목격자들과 팔레스타인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자발리아 난민촌, 샤티 난민촌, 알란시티 병원 인근 등 가자지구 북부 일부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 소식을 접한 일부 북부 출신 피난민들이 자신들의 집과 이웃 등을 확인하러 귀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군사 작전이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은 "잘못된 것"이라며 가자지구 남부에서의 전투는 "고강도"로 유지될 것이고 작전 종료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달 초 미 하원 반유대주의 청문회에서 모호한 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사임 요구에 시달려 온 클로딘 게이 미 하버드대 총장이 끝내 사임했다. 게이 총장은 2일 하버드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개 서한에서 사임 사실을 알리며 "최근 몇 달 간 우리 공동체를 갈라놓은 긴장과 분열을 목격"했다며 "이 가운데 증오에 맞서고 학문적 엄격함을 지키겠다는 나의 약속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 고통스러웠고 인종적 적개심에 기반한 인신공격과 위협을 받는 것은 두려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취임한 하버드대의 첫 흑인 총장이자 두 번째 여성 총장이었던 게이 총장은 최단기 임기를 수행한 총장으로 기록되게 됐다. 하버드대는 게이 총장이 교수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게이 총장은 지난달 청문회에서 공화당 엘리스 스테파닉 의원의 "유대인 학살을 촉구하는 것이 하버드대의 괴롭힘 관련 규칙을 위반하는가? 예 혹은 아니오로 대답하라"는 가정적 상황에 대한 질문에 "맥락에 따라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는 이유로 보수 정치인과 고액 기부자 등에 의한 사임 압력을 받아 왔다.

하버드대 이사회는 게이 총장에 대한 지지를 밝혔지만 이후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며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관련해 하버드대 쪽은 논문에서 인용이 누락된 부분은 수정을 요청했지만 게이 총장이 연구 부정 행위를 저지르진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이후 미국에서 반유대주의에 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압력을 받아 사임한 대학총장은 게이 총장만이 아니다. 지난달 같은 청문회 뒤 비슷한 이유로 사임 압력에 시달렸던 엘리자베스 매길 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은 청문회 며칠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2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후 사람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고위 지도자가 사망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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