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0원'…해고 앞둔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들'이란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10월 언젠가 핸드폰으로 여러 기사를 보던 중 들어온 제목이다. 1990년 수화 통역을 시작으로 장애인과의 인연을 일반인보다 깊게 가져온 사람으로서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이었다. 2024년 정부 예산안이 '23억 ➜ 0원'으로 조정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 지원 사업'에 대한 것으로 군포시자립생활센터 16명의 동료지원가들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경제기업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취약계층의 문제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사회적경제기업의 예산을 6300억 여원 삭감했다. 보조금으로 사회적기업 직원 월급을 준다며 일자리 관련 예산 2000억 원 정도를 삭감했다. 현 정부 여당이 집권했던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하여 2023년 현재까지 지원된 것을 말이다.
직원 월급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왜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정부의 보조금으로 지원된 대부분의 직원이 취약계층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3개 부처에서 발표한 것만으로도 8만 명에 육박한다. 그 비율도 협동조합은 57.9%, 사회적기업은 61.2%에 달하며, 소셜벤처의 경우 2020년 8월 현재 30대 이하 근로자 45.7%, 44.1%는 취약계층이다.
정부가 해야 할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을 사회적경제 기업이 대신한 것이다. 2022년 기준 전국 3568개 사회적기업에서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 4만5명을 포함, 총 6만6306명의 근로자를 고용했다. 이 중 취약계층에 지급되는 급여는 약 8468억에서 1조 원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인건비 재정지원 974억 을 통해 약 1조 원의 사회간접효용을 창출해 낸 것이다. 이렇게 창출한 일자리를 통해 취약계층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우리 사회 공급하며 사회안전망을 구축‧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을 통해 사회적기업이 된 '브라더스키퍼'의 경우, 대표자 자신이 고아원 출신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자립준비청년과 소외받는 청소년에게 건강하게 성장하고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미세먼지와 각종 공기질의 문제를 자연에서 해답을 찾는 벽면녹화를 포함한 조경서비스를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보호종료아동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노동자(worker)'인 동시에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가족처럼 서로를 지켜주는 '키퍼(keeper)'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국민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농촌 문제 해결을 위해 농업협동조합을 만들었고, 고리대금의 어려움을 신용협동조합을 통해 극복하였다. 먹거리 문제로 도시와 농촌의 신뢰가 깨어진 것에 대한 해결을 친환경먹거리 생명살림 운동인 생활협동조합 운동으로 대응했다. 정부는 IMF와 금융위기로 인한 일자리 문제는 자활(기업)과 사회적기업을 통해 해결하였고, 지역소멸로 마을이 사라지는 것을 막아내고자 커뮤니티비즈니스 및 마을기업 등의 정책을 추진하였다.
사회적경제의 오랜 역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의 참여와 협동으로 다양한 사회 문제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렇게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고, 아직도 표류 중이긴 하나 2013년과 14년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현재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포함하여 모든 정당에서 발의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 사회적경제는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중심으로 '사회적경제 코로나19 대응본부'를 설치하고 'NO 고용조정 YES 함께살림' 운동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것처럼 2021년 코로나가 한창인 상황에서도 사회적기업의 전체 고용과 취약계층 고용 비중이 늘어났다.
국제연합(UN)은 올해 4월 제66차 총회에서 '고용 및 양질의 일자리, 보건 및 의료, 교육 및 기술 훈련과 같은 사회서비스 제공, 환경보호, 지속가능한 경제의 촉진, 양성평등 증진 및 여성역량 강화 등의 측면에서 지속가능개발 목표의 달성 및 지역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명시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만장일치(윤석열 정부도 동의)로 통과시켰다.
윤석열 정부는 본인들도 동의한 활성화 결의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계획과 예산 편성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기모순적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예산 6300억 원 이상을 삭감하면서 3년간 71곳 23억 원의 사회적기업 부정수급을 근거로 거론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침소봉대(針小棒大)이자, 사회적경제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 씌우기일 뿐이다. 3년간 6000개가 넘는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원된 예산 5624억여 원 중 부정수급 예산은 0.4%, 기업은 1.1%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부의 행태에 대하여 연대회의가 민주당 등 반 국민의힘 쪽과 소통하고 있고,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수백 명이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을 했기 때문이란 내부비판도 있다. 동의할 수 없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선언하기 전과 후 국민의힘이 사회적경제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지지선언 전에도 그 후에도 반대 입장과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의 경우 법명을 포함한 법안 내용 어떤 것이든 국민의힘과 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국민의힘 의원과 대통령실 관계자를 만나 밝혔음에도 2014년 이후 현재까지 무조건적 반대 입장이다.
우리 연대회의는 선거와 관련하여 공개적으로 "배타적지지를 하지 않으며 정책 위주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총선, 지선, 대선 모든 선거에서 각 정당과 정책협약을 해 왔다. 늘 정책협약을 하지 않은 당이 국민의힘이다. 의도적으로 소통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대선에도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이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등 우리 요구와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캠프 관계자 개개인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경제인들이 단체로 정치적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처음이었다. 참여한 한 지지자는 문재인 정부 때 사회적경제기본법(이하 기본법) 제정 기회가 있었음에도 민주당이 사회적경제를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고 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무조건 사회적경제를 반대하는 상황에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생태계 구축을 위해 사회적경제 정책에 적극적인 이재명 후보 지지에 참여한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경제는 정치적으로 '배타적지지를 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자 관행처럼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무조건적 반대가 이재명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하게 한 이유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의도적으로 만나지 않으면서 민주당하고만 논의한다는 프레임을 만드는 저들의 전략에 우리 스스로 빠져선 안 된다. 특히 지금은 더욱 그러하다. 내년에 총선이 있다. 총선 후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도 늦지 않는다. 말로는 약자 복지를 외치지만 장애인과 사회적경제 등 약자를 위한 민생예산을 삭감하며 그 본심을 드러낸 윤석열 정부를 직시하여야 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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