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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연락도 되지 않는 남북, 위험 감수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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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연락도 되지 않는 남북, 위험 감수하겠다는 건가

[정욱식 칼럼] 남북한 당국의 책무와 6자회담

남북한 당국의 말과 행동이 다시 거칠어지고 있다. 남북한뿐만이 아니다. 최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한미일은 한 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하고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했지만, 북중러는 한반도 상황 악화의 책임을 한미일로 돌렸다. 강대국들 사이의 지정학적 대결이 첨예해지면서 확연히 달라진 안보리의 풍경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9.19 군사 합의의 사실상 파기와 정찰위성 발사를 둘러싼 남북한의 경쟁과 상호 비난전, 그리고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국제정세가 맞물리면서 한반도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북한의 군사적 적대감은 커지고 있는데, 9.19 군사 합의 백지화로 군사적 거리가 좁혀지면서 우발적 충돌 및 확전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무력 충돌의 위험은 커지고 있는데, 위기 예방 및 관리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우선 대화 자체가 실종되었다. 남북한의 공식적인 대화는 2018년 12월을 끝으로 5년 째 열리지 않고 있다. 1971년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최장기간이다.

북미대화 역시 2019년 10월을 끝으로 현재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는데, 이 역시 1990년대 초반 이래 최장기간이다. 6자회담의 문도 2008년 12월 이후 굳게 닫혀 있는데, 이로 인해 이 회담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사라지다시피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남북한과 북미 간에는 군사 핫라인을 비롯한 소통 채널마저 전무하다. 한반도 위기는 고조되는데, 갈등 중재자도 보이지 않고 있는 점 역시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풍경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함의를 품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력 분쟁의 특징을 보면, 유엔이나 강대국들의 분쟁 중재 역량과 의지가 크게 감소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강대국들이 지정학적 경쟁에 여념이 없는 탓이 크다.

그런데 한반도와 그 인근은 강대국들의 지정학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공식·비공식적으로 '동맹의 체인'에 엮어 있기도 하다. 이는 남북한의 무력 충돌 발생 시 주변국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국제전으로 비화될 위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한 당국은 이점을 직시해야 한다. '전쟁불사론'이 상대방의 적대행위를 억제할 수 있다는 '군사 만능주의'에서 깨어나 절제와 소통을 통해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남북한 당국 모두 안보의 기본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에 있다는 상식적인 책무부터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남북한과 미중일러가 참여하는 6자회담의 재개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한미일과 북중러는 한반도 문제를 놓고 삿대질하기에 바쁘지만, 과거엔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댄 적도 있었다. 북미대화가 꽉 막혀 있을 때, 6자회담이 북미대화에 돌파구를 얼어주기도 했었다. 북미간의 적대관계에 막혀 있던 남북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도 했었다.

6자회담 재개 주장은 암울한 현실과 절박한 필요를 모두 고려해서 내놓은 것이다. 이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한반도 위기를 예방·관리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절실하지만,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모두 전망이 암울한 현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당장 어렵다면 6자회담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6자의 구도를 보더라도 이 회담의 재개 가능성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미일은 줄곧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해왔다. 러시아도 한반도 위기관리와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주목할 나라는 중국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현재 5자 모두와 소통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이 6자회담 재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도록, 한중 대화를 비롯한 다양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 지난 7월 27일 정전협정체결일에 각각 기념행사에 참석한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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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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